중국인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선물을 주고받는 일도 흔해졌다. 선물은 지역과 국가를 막론하고 인간관계를 맺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화다. 중국도 예부터 선물을 주고받는 일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예에 관한 고대 중국의 기록인 <예기>에는 "예란 오고 가는 것을 중시한다. 한쪽에서 보냈으나 다른 쪽에서 오지 않으면, 예가 아니다"라는 말이 일찍부터 등장했다. 이 때 예(禮)란 넓은 의미에서 '예절', '예의' 등을 뜻하는데 거기에 '예물'(禮物), 즉 선물이 포함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중국인을 처음 만날 때는 작고 의미 있는 선물을 건네는 게 좋다. 첫 만남에서의 인사를 '젠멘리(見面禮)'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단지 인사 뿐 아니라 주고받는 선물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때 지나치게 비싸거나 귀중한 물건을 건네는 건 좋지 않다. 특히 공개적인 자리에서 중국인들은 비싼 물건을 선물하지는 않는다. 남들에게 그 관계가 물질적인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오해를 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사회도 수십 년 동안 개방의 경험을 쌓아오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되는 선물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상대의 연령, 성별, 직업 등을 잘 따져보고 선물을 건네야 한다. 오래되어 낡은 물건이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도검류, 의미가 잘못 전달될 수 있는 여성 용품 등은 절대적인 금기에 해당한다.
보통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할 일이 생기면 부인이나 아이에게 줄 만한 선물을 고르는 게 좋다. 꽃다발이나 과일, 과자, 장난감 등이 대표적이다. 새해나 명절을 맞아서는 보통 차, 술, 담배, 과자 등을 보낸다. 꽃을 선물할 때는 흰 색은 피해야 한다. 흰 색은 문화권에 따라 순결과 순수를 뜻하기도 한다. 중국에도 이런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흰 색은 상례에 쓰는 색깔로 여겨 슬픔과 불길한 징조를 나타낸다고 여긴다. 따라서 보통 상례에 자주 쓰이는 국화도 선물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중국인들이 선물로 적당하지 않다고 여기는 물건들 중에는 시계, 신발, 우산, 배 등이 있다. 이런 물건들은 모두 해음자(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글자) 때문에 유래된 금기다. 그러나 해음자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선물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지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갑을 선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갑을 선물할 때는 작은 돈을 넣어 주는 게 예의라는 속설도 자리 잡았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웬만해서는 상대에게 지갑을 선물하지 않는다. 지갑이란 결국 '돈'을 주는 것인데, 중국인에게 이는 자신의 재물을 보관하는 곳간을 내어준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갑을 선물하면 자기는 빈털터리가 되고 상대의 재산만 불려준다는 생각에서다.
부채도 선물 금기 목록 중 하나다. 부채는 보통 여름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가을이 오면 더 이상 쓰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우정을 끊는다'는 뜻이 담기게 됐다. "부채를 선물하면 서로 만나지 못하게 된다"는 중국말이 있을 정도다.
모자도 그렇다. 중국 사람들은 '모자'와 관련해서 '슬픈 모자(愁帽子)'라는 말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이 말은 집안 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상주들이 모자를 쓰는 관습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모자를 쓴다는 건 보통 상을 당하는 일과 연관된다. 다른 사람에게 모자를 선물하면 안 되는 까닭이다.
상례와 관련해서는 초도 금기 중 하나다. 오늘날에는 초가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지만, 전통적인 관습으로는 제사 때 쓰는 물건이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초를 선물하는 것은 중국인에게는 전통적으로는 금기로 여겨져 왔다.
중국인들은 인형을 '작은 인간'이라고 여겨왔다. 따라서 집안에 두면 나쁜 혼령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 또한 선물로서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왔는지 출처가 불문명한 돌도 마찬가지다. 돌에 혼령이 붙어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에게는 내력이 분명치 않은 돌을 주고받지 않는 관습이 있다.
이 밖에도 술을 선물할 때는 보통 두 병씩 보내는 관습도 있다. 중국말에 "좋은 일은 쌍을 이룬다(好事雙成)"라는 성어가 있다. 이 때문에 무언가를 선물할 때 쌍으로 짝을 이뤄 주는 것은 중국인의 관습에 잘 들어맞는다.
"선물은 가볍지만 마음만은 두텁다(禮輕情意重)"란 말도 곧잘 회자되곤 한다. 중국인에게 누군가를 만날 때 가벼운 선물을 주고받는 관습은 관계의 시작이다. 중국인이 그다지 반기지 않는 물건들을 잘 기억해 둔다면,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작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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