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괜찮다. 나도 다 안다. 집에 같이 가자. 그래."
14살 정민이는 15살 단발머리 영희에게 수 십년만에 사과했다. 일본군 위안소에서 홀로 도망친 것에 대한 사과였다. 두 소녀는 위안소로 가는 기차에서 만나 손가락을 걸고 '동무'가 됐다. 영문도 모른채 일본순사 손에 이끌려 가족과 이별하고 위안소에서 조선의 딸이라는 이유로 지옥의 나날을 보냈다.
1930년대. 조선 팔도에서 끌려온 앳된 10대 소녀들은 해방을 맞은 1945년 전까지 위안부로 고통 받았다. 정부 추정치로만 20만여명이 소녀들이 위안부로 끌려갔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이는 238명뿐이다. 그리고 24일 현재 생존자는 44명으로 그 소녀들은 여전히 타국에서 귀향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아픔을 다룬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이 24일 개봉했다. 시민 7만여명 모금으로 만든 영화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개봉일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대구지역에서는 귀향을 시작으로 이날부터 3.1절까지 오오극장에서 '위안부 영화제'가 열린다.
귀향은 일본군에 강제로 이끌려간 14살 정민이 등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에 대한 아픔을 그린 영화다. 조정래 감독은 실제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88) 할머니의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보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림은 위안소 소녀들을 사살하고 불에 태우는 충격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그러나 영화 소재의 정치성과 민감성을 이유로 제작비가 모이지 않아 제작에 들어간지 14년만에 영화가 제작됐다. 제작비는 시민 7만5,270명의 펀딩으로 충당했다. 배우와 제작진도 재능기부로 완성했다. 제작 완료 후에는 배급사와 상영관 문제가 이어졌다. 그러나 영화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온라인 청원으로까지 번졌고 그 결과 24일 현재 전국 340개 극장, 500여개 스크린에서 영화가 개봉됐다.
대구에서는 오오극장과 동성아트홀 등 소규모극장을 포함해 롯데시네마 동성로점, 메가박스 대구 칠성로점, 만경관, CGV 대구현대 등 18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24일 오전 귀향을 보기 위해 오오극장을 찾은 한 관객은 "그때 끌려간 소녀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지금 생존해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잊지 않는 것"이라며 "그 아픔이 제대로 해결될 때까지 계속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특히 오오극장에서는 24일부터 내달 1일까지 위안부 영화제 '우리, 할머니'가 열린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대구행동' 주최로 열리는 영화제에서는 귀향을 포함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감독 변영주)' 시리즈, '끝나지 않은 전쟁(감독 김동원)', '그리고 싶은 것(감독 권효)' 등 모두 6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 상영뿐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 고(故)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권윤덕 작가가 그린 동화책도 전시하고, 김동원(2.26), 권윤덕(2.27), 변영주(3.1) 감독과의 영화 상영후 대화도 진행된다.
이인순 정신대시민모임 사무처장은 "말도 안되는 한일 위안부 합의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깊은 작품이 개봉해 감회가 남다르다"며 "피해자들의 고통이 올바로 해결돼기 위해서는 진실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진정한 귀향을 위해 많은 시민들이 관람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대구행동'은 24일 저녁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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