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찰이 '데이트 폭력' 예방 대책으로 경찰과의 미팅을 주선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여성단체의 비난을 사고 있다. 여성단체는 "왜곡된 여성관으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과 거리가 먼 부적절한 이벤트"라고 반발한 반면, 경찰은 "홍보성 행사일 뿐"이라며 "다른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
대구여성회, 대구여성의전화,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등 14개 여성단체가 참여하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2일 오전 대구 남부경찰서 앞에서 '경찰의 데이트 폭력 관련 미팅이벤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남부서가 최근 데이트 폭력 예방을 위해 열었던 경찰과의 미팅 이벤트는 매우 부적절한 행사였다"며 "명백한 범죄 행위인 데이트 폭력에 대한 대구남부서의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경찰의 미팅이벤트는 데이트 폭력을 범죄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해석한 결과"라며 "여성에게 남성을 소개시켜줘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은 폭력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인권 감수성 교육 ▷신고여성 안전 보장 ▷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경찰에 요구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월 3일부터 3월 2일까지 한 달간 '데이트 폭력 피해 집중신고기간'을 가졌다. 이후 각 지방경찰청은 데이트 폭력 전담TF팀을 구성했다. 각 경찰서는 관련 사건 신고건수에 대한 수사 연계를 강화하고 시민들에게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대구남부서는 기존의 경찰 현수막과 전광판을 통해서는 홍보가 잘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색적인 이벤트를 기획했다.
"경희야, 오빠가 지켜줄게", "데이트 폭력은 가라, 불타는 치맥파티"라는 이름의 경찰과 일반 여성들 간의 미팅 이벤트였다. 대구남부서는 이 같은 이벤트를 지난달 15~16일 이틀 동안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당시 게시글을 보면, 데이트 폭력 근절을 다짐하는 댓글을 단 8명에게 상품을 주고, 여성을 모집해 경찰과의 미팅 이벤트를 주선한다는 것이었다. 본 행사는 앞서 2월 20일 수성구 황금동 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이뤄졌다. 경찰 20명과 여성 20명의 커플 매칭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폭력이라는 엄연한 불법 행위에 대한 어떤 대안도 없이, 사법당국인 경찰이 단지 경찰과의 데이트를 하면 해결된다는 단순한 방식만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벤트에 대한 논란이 일자 대구남부서는 페이스북에서 해당 글을 삭제했다.
김박영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집행위원장은 "피해자들에게 데이트 폭력은 목숨이 달린 심각한 범죄"라며 "미팅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여성인권에 대한 무지"라고 지적했다. 양숙희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데이트 폭력 근절과 미팅이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며 "여성을 보호해야 할 취약한 존재로 보는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또 "데이트 폭력은 누구와 데이트해서 해결되는 개인 문제가 아닌 명백한 범죄"라며 "피해 여성의 안전한 공간과 처벌 강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이 이벤트를 기획한 대구남부서 관계자는 "데이트 폭력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사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경찰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큰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미팅 이벤트는 데이트 폭력 집중 신고 기간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홍보 차원에서 진행됐다"며 "참가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취지였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 발생한 데이트 폭력 사건은 모두 319건이다. 이 가운데 살인은 3건, 성폭행은 24건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7,300여건이 발생, 폭행 3,600여건, 이별에 대한 보복상해가 2,300여건, 성폭력은 500여건으로 집계됐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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