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눈물을 머금고 내려가지만, 그러나 180여 시간 동안 장장 온몸으로 국민들게 호소드리고자 했던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내려가는 이 순간부터 저희들은 열정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의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에 대해 "정말 잘못했다. 정말 죄송하다"며 "죽을 죄를 졌다. 용서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무제한 토론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도 필리버스터가 3월 10일 회기 끝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며 "3월 10일 이전에 선거법을 처리해야 한다면 무제한 토론을 불가피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들을 이제 국민들도 많이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후 그간 더민주 소속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연설 내용을 요약해 소개하는 식으로 연설을 이어 가는 한편, 이날 본회의에 더민주가 제출할 테러 방지법 수정안의 내용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에 앞서 새벽 5시 30분경부터 7시까지 1시간 30분 정도 연설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눈길을 모았다. 심 대표는 "제 뒤를 이어서 이종걸 원내대표의 마지막 발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47년 만에 부활된 필리버스터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깝다"며 "다른 민주 국가에서는 듣기조차 힘든 '야당 심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늘 말만 무성하고 결과를 맺지 못하는 야당의 용두사미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지금 국민들은 필리버스터로 테러 방지법을 막지 못해서, 선거법 처리를 외면하고 (필리버스터를) 10일까지 이어가지 못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필리버스터는 의사진행을 합법적으로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만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이후 여유만만했다. 더민주가 끝까지 가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새누리당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며 "야당 스스로 이긴다는 확신이 없는데 어떤 상대가 두려워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저는 정의당의 마지막 토론자"라며 앞서 정의당 소속 현역 의원 전원이 이미 토론자로 나섰음을 상기시킨 후 "오늘이 2일인데 제가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니, 10일까지 버텨서 막을 수 있다면 버텨볼 것이지만 버텨도 테러 방지법 통과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정의당이 제1야당의 역할을 대신하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라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심 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 "필리버스터 때문에 본회의장을 오가는 새누리당 의원님들의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본다.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도 듣는다. 야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버티면 변함없이 이기니 어찌 안 그렇겠느냐"고 꼬집으며 "그러나 새누리당,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테러 방지법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국민도 다 우리 국민"이라고 했다. "지금 당신들 발밑에 있는 패배자가 도대체 누구입니까? 여러분들의 국민입니다"라고 그는 비난했다.
정진후, 더민주 중단 결정에도 7.5시간 연설 '비협조?'…박영선 "저에게 분노의 화살 쏘시라"
심 대표 이전, 지난 29일 홍종학·서영교·홍익표 의원이 연설(☞관련 기사 : 서영교 "9.11테러 겪은 미국도 테러 방지법 폐기")을 마쳤다. 삼일절 자정을 40분 정도 넘겨 연설을 끝낸 홍익표 의원의 다음으로는 더민주 이언주 의원(5시간 12분), 무소속 전정희 의원(3시간 37분), 더민주 임수경(4시간 05분), 안민석(3시간 10분), 김기준(1시간 48분) 의원,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58분), 더민주 박영선 의원(1시간 11분),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1시간 5분) 등이 차례로 연단에 올라 삼일절 하루를 테러 방지법 반대 주장으로 채워 나갔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인해서, 외면받고 신뢰받지 못했던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진 것은 필리버스터 정국의 가장 큰 성과"라고 주장하며 "이번에 테러 방지법이 결국에는 통과되더라도, 야당이, 국민의당이 순간적으로는 지는 것 같지만 영원히 패배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과 함께 최후에는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본인이 필리버스터 연사로 나섰으면서도 "세계 최장 기록을 기록하고 있는 이 필리버스터가 저는 19대 국회의 현 주소, 민낯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화와 타협이 배제된 채 버티기와 밀어붙이기만 남은 정치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고, 자괴감마저 든다"고 하기도 했다.
1일 밤 10시께 연설을 마친 주 원내대표의 뒤를 이어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가 다음 토론자로 나섰고, 이로써 원내에 의석을 가진 모든 야당의 원내대표가 전원 직접 토론자로 참여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정 원내대표는 제1야당인 더민주가 필리버스터 종료를 이미 결정해 놓고 본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7시간 28분 동안 연설을 이어 나갔다.
정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저와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중단)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선거가 40여 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20대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 정당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겠지만, 지금은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더민주는 앞서 홍익표 의원이 연설을 하던 중인 지난달 29일 밤,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했다. 더민주 비대위원인 박영선 의원은 중단 결정을 소속 의원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열리던 중인 1일 저녁 7시 40분께, 국회 본회의장 연설대에 올라 "비대위의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계시다는 것 잘 알고 있다"면서도 중단의 불가피성을 호소했다.
박 의원은 "그 동안 쌓인 분노가 얼마나 컸으면 지금 야당이 이 필리버스터를 한없이 해주기를 그 많은 국민들이 원하시겠느냐"며 "제가 그 화난 국민들, 분노하신 국민들의 마음 속 노여움을 제가 다 안고 가겠다. 저에게 분노의 화살을 쏘시라, 제가 다 맞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대신 국민 여러분께서 분노하신 만큼, 4월 13일 총선에서 야당을 찍어 달라. 야당에게 과반 의석을 주셔야 여러분들이 원하던 평화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종태 의원이 "이건 사전 선거운동 아니냐. 여기가 선거운동 자리냐"고 반발하면서 의장석을 향해 주의 촉구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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