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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박근혜, 책상 치려면 국정원 상대로 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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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경민 "박근혜, 책상 치려면 국정원 상대로 쳤어야"

"필리버스터는 새누리 공약"…새누리 홈피 마비

8번째 필리버스터 바통을 이어받은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25일 대본 없는 입담으로 '테러방지법으로 국정원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기보다는 국정원 개혁이 먼저'라는 주제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때 새누리당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필리버스터는 새누리당의 공약이었는데, 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비난하느냐"고 따지면서다.

이날 오후 4시 8분부터 테러방지법 직권 상정에 반대하며 본회의장 단상에 선 신경민 의원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새누리당이 시위하고 있다. 본회의장 앞에 '국회 마비 몇 시간째'라는 현수막을 걸어놓는 어처구니없는 시위가 문 밖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새누리당의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새누리 "더민주, 북한을 철썩같이 믿어")

신 의원은 "19대 총선 공약집 '정치 선진화로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부분을 보면 '본회의에 필리버스터를 도입하겠다'고 돼 있다"면서 "공약집 92쪽을 보면 '새누리의 실천'에서 (필리버스터 도입을) '실천했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자기들 약속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 의원이 "새누리당 사이트에서 19대 총선 공약집을 뽑아왔으니 직접 가서 보라"고 말하면서 총선 공약집을 던졌다. 이 말로 새누리당 홈페이지는 몇 시간 넘게 마비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신경민 의원 본인의 홈페이지도 한때 마비됐다가 복구됐다.

"국가 비상 사태라 테러방지법 직권 상정? 계엄하자는 얘긴가?"

▲ 새누리당이 25일 필리버스터가 진행되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 놓은 현수막. ⓒ프레시안(김윤나영)
신 의원은 '국가 비상 사태'라는 이유로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도 이어갔다.

신경민 의원은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한 사례를 찾아보니, 10월 유신이 선포된 1972년 12월과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된 1979년 10월, 마지막이 1980년이었다. 이번은 36년 만의 4번째 국가 비상 사태이자, 국회의장이 선포한 최초의 국가 비상 사태"라며 "국가 비상 사태에서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헌법적으로 얘기하면 지금 계엄령을 선포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테러가 임박한다고 하지만, 테러 지침은 지금 작동되고 있다. 물론 법으로 되면 좋겠지만, 상당한 논의가 필요한 법을 갑자기 이렇게 (직권 상정으로) 간다는 것은 어떻게 하자는 얘긴가? 계엄(령)을 (선포)하자는 얘기인가, 말자는 얘기인가?"라고 꼬집었다.

곧이어 신 의원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취임했을 때 언론과 한 인터뷰를 인용하기 시작했다. 정의화 의장이 "나는 친박도 친이도 비박도 아닌 '친대한민국'이다. 어떤 경우에도 직권 상정할 수 없다", "국회의장이 되기 전부터 나는 거수기 의장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삼권 분립, 대의 민주주의 국가다. 그동안 국회가 제 몫을 못한 것이다"라고 말한 대목이었다.

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책상을 두드리면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할 일이 아니라, 어떻게 기본권을 해치지 않을 수 있는지 책상을 두드리면서 토론하고 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박근혜 격노·한숨…"국회, 어쩌자는 겁니까")

신 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따르면 국정원은 영장 없는 통신 감청권, 무차별 정보 수집권, 대테러방지 조사권도 갖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과도하다면서 새누리당에 수정안을 갖고 오라고 했다"면서 "문제는 국정원이 거부한다는 것이다. 법안을 만드는데, 국회가 만드는 게 아니다. 국정원이 만든다. 도대체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국정원이 여당인지, 여당이 국정원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국정원은 지금도 초법적 기관"

국정원을 감시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인 정보위원회의 야당 간사이기도 한 신 의원은 자신이 그동안 정보위원으로서 활동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놓기도 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은 국정감사,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는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국정원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은 딱 하나, 청와대밖에 없다"면서 "저도 국정조사도 해봤고,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 때 국정감사도 해봤다. 검찰 수사도 봤다. 그런데 국정원은 다 넘어갈 수 있다. 왜? 정보기관이라. 법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조직표도 안 보여준다. 정보니까 안 된다고 한다. '안 됩니다' 이러는데 무슨 수사가 되나? 검찰 수사도 안 된다"면서 "수사가 제대로 안 되는데 재판은 어떻게 하겠나. 피고인이 있긴 한데, 이 피고인이 맞는 피고인인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신 의원은 테러방지법보다 '국가정보원 개혁'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들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국정원이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가 기밀인 남북 정상대화록을 공개한 사례,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돌연 '혼외 자식' 문제로 옷을 벗은 사례,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 국정원 해킹 파문과 해킹 담당 직원이었던 임 과장 사망 사건 등이 열거됐다.

"남북 정상대화록을 공개하는 나라는 단언컨대 앞으로 없다. 그런데 국정원이 공개할 수 없는 정상대화록의 보안 등급을 두 단계 내려서 그날 아침에 갖고 왔다. 요약본을 여야에 배달했다. 그 다음날 와서 전문을 뿌려버렸다. 그 전문이 전 세계에 퍼져나갔고, 그걸 보고 전 세계가 경악했다. 이미 그때 국정원은 댓글 사건으로 웃음거리가 됐었다. 국정원이 그런 국정원이다. 아무도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데가 바로 여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상을 치려면 그때 쳤어야죠. '어떻게 이런 국정원이 있느냐, 이런 국가 망신이 있고, 이런 정보기관이 있느냐'고 얘기하면서 다 바꿔버렸어야 했다. 어떻게 됐나? 아시다시피 (박 대통령은) 묵언수행이죠. 잘했다는 건지, 못했다는 건지. 남북 정상회담을 무단 유출한 것도 그런데, 공개한 것은 심각한 범죄다. 저는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위기에 처하게 했다. 이거야말로 국가 비상 사태다."

필리버스터가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앞서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7분까지는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연설했다. 신 의원은 오후 8시 30분 현재까지 연설을 이어가고 있다. 신 의원 다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강기정 의원, 정의당 서기호 의원 등이 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다.

▲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기에 앞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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