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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사는 아파트, 경비원 44명 집단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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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사는 아파트, 경비원 44명 집단해고

"CCTV가 짐도 들어주나요?" 일부 입주민 반대에도 강행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의 상당수가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경비원 전원을 해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입주자대표회의가 통합보안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이유로 벌인 일인데, 일부 입주민과 경비원들은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서구 한 아파트에서 일하는 44명의 경비원은 24일 신규 용역업체로부터 '문자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귀하께서는 금번 3월 1일부터 당사와 같이 경비근무를 할 수 없음을 통보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가내 화평하시길 바랍니다"는 내용이었다.

경비원 이기헌 씨는 "갑자기 새로운 용역업체에서 면접을 한다며 오라더니 면접까지 해 놓고 이제 와서 해고 통보를 문자로 보냈다"며 "길게는 10년을 일한 우리 경비원들을 잡일이나 하는 쓸모 없는 폐인이라며 갑자기 해고하다니 그냥 당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경비원 최모 씨는 "7년째 일하고 있는데 내보내는 건 주민들 뜻이지만 정당하게 내보내야지 말도 안 되는 투표를 하고 나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최 씨가 말한 '말도 안 되는 투표'란 입주자대표회의가 지난달 실시한 통합보안시스템 관련 주민투표다. 660가구가 있는 이 아파트에선 이미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나 같은 안건으로 투표를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가 더 많아 부결된 바 있다.

그러자 세무사 출신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김모 씨는 보안시스템 설치안을 아파트 '장기수선계획'에 포함시켰다. 일부 주민이 주택법 위반 등의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자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월 세 번째 주민투표를 벌였다.

그러나 이 투표는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하지 않고, 김 회장과 입주자대표회의가 가구별로 개별 방문을 해 찬반을 묻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 입주민은 "직접 찾아 와 관리비가 월 7만 원 줄어드는 거라고 홍보를 하니 잘 모르고 알았다고 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 과반수가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반대하는 주민들이 붙인 대자보와 현수막 등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밤 사이 철거하는 일도 벌어졌다. 아파트가 시끄러워지면서 내용을 알게 된 90여 가구는 찬성 입장을 철회했다.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 붙어 있는 현수막. ⓒ프레시안(여정민)


입주민 민영자 씨는 "아저씨들이 잔디도 조성하고 꽃도 조성하고 비 오는 날 계단에 미끄러지지 말라고 담요도 깔아주고 무거운 짐 많을 때는 들어도 주고 그러시는데, 이런 모든 일을 CCTV가 해주냐"며 "두 번이나 부결된 일을 새 회장이 추진하는 건 무슨 잇속이 있으니 그러는 거 아니겠냐"고 따져 물었다.

입주민 김승현 씨도 "동 대표가 추진한다는 통합보안시스템은 아직 입찰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10여 년 간 일한 아저씨들부터 전원 자르겠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법에 입주자대표회의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신규 용역업체는 이런 논란에도 해고 통보를 한 것이다.

이 아파트에는 노현송 강서구청장이 살고 있다. 입주민을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구성한 '대책위'는 25일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의 살림과 공동체를 만들어 갈 강서구청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해고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경비원 반장 박모 씨 등 2명의 경비원이 자진해서 삭발을 하기도 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경비원들은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삭발을 했다. ⓒ프레시안(여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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