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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북한이 아니라 중국 노림수다!

[정욱식 칼럼] 사드 실효성 따져보니…(하)

앞선 두 편의 글을 통해 사드가 한국 방어에는 실효성이 거의 없고, 일본 방어에는 획기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사드 한국 배치는 일본만 좋은 일이다! / 한국의 사드 배치, 아베 신조가 웃는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 시 통제권을 갖게 될 미국은 어떨까? 주한미군 기지를 포함한 한국 방어에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분석이 타당성을 지닌다면, 왜 미국은 사드 배치를 희망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23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드 배치를 협의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 때문이다. 북한은 공개적으로 미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사드는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한국과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케리는 한국 내 사드 배치가 한국 방어뿐만 아니라 미국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사드는 한국 방어용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더구나 정부는 사드 배치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사드가 미국 방어와는 관계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케리는 사드가 미국 방어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왜 미국 방어용이 될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 존 케리(오른쪽) 미국 국무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3일(현지 시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을 상대할 때에는

캠프 험프리와 오산공군기지가 있는 평택은 군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드 배치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라고 할 수 있다. 동북아 허브 기지에 해당하는 이들 기지는 미국의 입장에선 유사시 최우선적인 방어 대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이들 기지를 겨냥해 날아올 경우에 요격을 시도해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편에서 다룬 것처럼 미국의 입장에서도 평택은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 북한의 신형 방사포 사거리 안에 있어 유사시 우선적인 피격 대상이 될 수 있고, 공군 작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구나 칠곡의 경우에는 이들 지역과 함께 부산․경남권도 방어권에 포함될 수 있다. 유사시 미 해군의 증원 전력이 부산항과 진해항에 주로 투입된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들 지역을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는 까닭이라고 여겨진다. 원주도 거론되고 있지만, 휴전선에서 불과 100km 정도 떨어져 있어 적실성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미 공군기지가 있는 군산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대구, 칠곡, 원주, 군산 등은 미군의 동북아 허브 기지인 캠프 험프리와 오산공군기지의 방어에는 부적합하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사드는 주한미군 방어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왜 배치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주일미군과 괌, 하와이, 미국 본토 방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및 일본 본토 주둔 미군 방어 가능성은 (중)편에서 이미 분석한 바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군 공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 미국이 아시아 군사 전략의 허브로 삼고 있는 괌, 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그리고 미국 본토 등은 어떨까? 일단 현존하는 사드 요격미사일로는 이들 지역으로 향하는 북한이나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들 지역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은 중장거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될 것이고, 이들 미사일은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인 150km 위로 날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소개한 '사드 확장형'(THAAD-ER)으로 업그레이들 할 경우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요격 범위 안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이 있다. 사드 배치 시 함께 들어올 AN/TPY-2 레이더가 MD 작전의 '최전방 척후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레이더에서 수집된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식별 정보는 '데이터 링크-16'에 의해 실시간으로 이지스함, 다른 사드 포대, 패트리엇, 미국 본토 방어용인 지상기반요격체제(GMD)에 전달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조기 탐지 및 다층 방어에 큰 이점을 얻게 된다. 오키나와로 향하는 탄도미사일은 이지스함에서 1차 요격을, 패트리엇 부대에서 2차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괌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도 이지스함이 1차로, 괌에 배치된 사드 포대가 2차로 시도할 수 있다.

미국 본토도 마찬가지다. 미일 동맹은 최근 ICBM 요격도 가능하다는 신형 SM-3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게 전력화되면 미국은 태평양에서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로 1차 요격을, 미국 서부와 알래스카에 배치된 GMD로 2차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미국으로서는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상당한 전략적 이점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명시적, 잠재적 적대국이자 탄도미사일 보유국들인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미국의 동맹국이다. 이는 곧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희망하는 본질적인 이유이자, 중국과 러시아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유이기도 하다.

중국에 초점을 맞춰보면

위에서 분석한 내용은 북한은 물론 중국에게도 해당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중국이 긴장하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유사시 주한미군이 대중국용으로 전환될 경우이다. 중국은 미국이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을 대중국용으로 투입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고, 한국이 이를 막지도 못할 것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중국은 주한미군의 투입을 억제할 군사적 수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중국의 장사정포나 방사포 사정거리 밖에 있다. 해군력과 공군력도 미군에게 밀린다. 이에 따라 중국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핵심적인 억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의 주한미군 억제력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유사시 주한미군은 '서해 배치 이지스함-사드-패트리엇'으로 이어지는 삼중 방어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른바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중국의 '둥펑-21D'와의 문제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유사시 미국의 항모 전단이 자신의 근해로 진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반접근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둥펑-21D'는 그 핵심에 해당된다. 그런데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면 '항모 킬러'의 억제력이 반감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미 항모로 향하는 '둥펑-21D'의 요격을 시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AN/TPY-2 레이더로부터 중국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전달받은 이지스함이 요격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본다면,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국의 대미 억제력은 총체적인 난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물론이고 미국 증원 전력과 미국 본토에 대한 억제력도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대미 억제력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반세기동안 유지해 온 '최소억제전략'을 포기하고 대대적인 전략 무기 증강에 나서기도 힘들다. 이건 바로 레이건의 전략방위구상(SDI)에 맞서 엄청나게 군사비를 늘렸다가 몰락한 소련의 전철을 밟는 길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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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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