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지도부가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에 본격 착수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조사 등 경쟁력 평가에서 하위 점수를 받은 현역 의원의 경우, 3선 중진 이상은 무려 하위 50%, 초·재선 의원은 하위 30%를 대상으로 공천관리위가 '낙천 가부(可否)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되거나 징계를 받은 의원 역시 이 가부 투표 대상이 된다. 이는 모두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의 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한 '하위 20%'를 이미 통과한 의원들에 대해 적용되는 방법이다. 당 내에서는 "드디어 칼을 뽑아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정장선 더민주 총선기획단장(공천관리위원, 선대위원, 비대위원 겸임)은 22일 오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컷오프 20%와는 별개로, 현역 의원에 대한 별도의 평가 방법을 도입하기로 (공관위가) 조금 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평가 기준은 경쟁력과 도덕성 2가지라며 "경쟁력 지수는 주로 여론조사이며, 3선 이상 중 하위 50%는 공관위원 전원을 대상으로 가부 투표를 하고, 재선 이하 중 하위 30%를 대상으로 가부 투표를 실시해서 (과반수 가결로)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단장은 또 '도덕성'의 경우 "윤리위 제소나 징계가 있을 경우 이것을 놓고 별도로 투표를 해서 (공천) 배제 대상을 정하게 된다"며 도덕성 평가는 "경쟁력과 관계 없이 별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정 단장은 "여기(경쟁력 및 도덕성 평가)에서 통과된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 심사는 최소한 이번 주말(2월 27~28일) 이후가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단장의 이날 발표는 공천을 바라던 더민주 현역 의원들에게는 그야말로 폭탄과 같은 충격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민주 의원들 가운데 다선 의원은 3선 19명, 4선 6명, 5선 4명, 6선 1명 등 30명이다. 이 가운데 15명이 공천관리위의 투표에 의해 공천 탈락 여부가 결정되게 됐다. 재선 이하 78명의 30%는 23명이다. 정 단장은 주말 전까지 여론조사를 하고, 총선기획단에서 한 지역 현황에 대한 실사 결과 등을 종합해 경쟁력 지수를 산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윤리심판원에서 총선 출마가 불가능할 정도의 중징계를 받은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무혐의 처리되거나 가벼운 징계만 받았다 해도 '낙천 가부 투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정 단장은 이 부분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기준을 별도로 정한다고 했기 때문에, 나중에 밝히겠다"고만 했다. 만약 제소만으로 가부 투표 대상이 된다면, 정청래·김경협·윤후덕 의원 등 경징계나 무혐의·사면 조치된 이들도 낙천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단 최근 중징계를 받은 노영민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신기남 의원은 탈당해 공천심사 대상이 아니다.
정 단장은 경쟁력 또는 도덕성 검증 결과로 공천관리위의 가부 투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들 40여 명의 의원들 가운데, 최종적으로 공천 탈락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이겠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알 수 없다"며 투표 결과에 달렸다고만 했다.
브리핑을 마친 정 단장은 파격적인 발표 내용에 놀란 기자들에게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방을 나섰다.
"제가 공천신청 안 하기를 잘 한 것 같다. 하하하."
(정 단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