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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수당, 진짜로 효과를 보려면?

[민교협의 정치시평] '징검다리 패키지' 그리고 대학

서울의 청년수당, 성남의 청년배당, 정의당의 '징검다리 패키지'

청년 실업 문제는 누구나 다 아는 일이면서 오래된 일이다. 지난 2월 3일, 국회에서는 정의당 부설 미래정치센터가 주도하여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청년 앞에 놓인 미래는 비정규직과 불안전 고용이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대안들은 고용보험 제도 개혁을 통해 사각지대를 줄여 수혜범위를 보다 넓게, 또 규모를 증대한다는 것과 새로운 청년 급여 제도에 관한 것 등이었다. 여기서 제출된 청년 급여 제도 제안은 고용노동부가 시행 중인 취업성공 패키지 사업과 서울시와 성남시에서 추진 중인 '청년 수당', '청년 배당'과 비교해 볼 때, 청년의 입장에서 제기한 흥미로운 정책 제안이어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청년 실업 정책인, 취업 성공 패키지 사업은 연간 13만 명을 대상으로 2-3개월 동안 일종의 훈련참여수당으로 최대 40여만 원씩을 지원하는 취업지원프로그램이다. 반면 서울시의 '청년 수당'은 월 50만 원 정도를 지급함으로써 청년들이 자신의 사업과 취업 전망을 기획하도록 하는 사업이고, 성남시의 '청년 배당'은 월 10만 원 정도를 지역 내 일정 나이의 모든 청년에게 일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 형태를 띠고 있다. 미래정치센터의 안은 '징검다리 패키지'라는 것으로,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약 50만 원씩을 1년 간 지급하며, 취업 연계 교육을 동시 병행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기된 네 가지 안들은 우리 시대를 바라보는 철학과 청년의 삶을 바라보는 철학에서 차이가 있어 흥미롭다. 우선 정부 안은 당면한 청년 취업률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정치센터의 안은 청년의 입장에서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시의 안은 청년들이 스스로 미래 삶을 개척하는데 조건 없이 지원해보겠다는 실험적인 특징이 있다. 성남시의 안은 현대 자본주의의 직업 창출 능력에 대한 비관주의에 기초해 있다. 이러한 안들은 서로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필자는 지면 관계상 미래정치센터의 '징검다리 패키지'를 좀 더 검토해보고자 한다. 이 제안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청년들은 좀 더 좋은 직장을 구하고 있으며 이를 얻기 위해 사회의 지원을 바란다는 것이다. 그 지원으로는 좋은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의 금전적 보조이며, 또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 청년 정책이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서 당장 소득 보조의 재원을 어떻게 구하느냐는 문제가 있을 것이며 이는 당일 토론회에서도 많은 논의가 된 듯하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측면은 좋은 직업 교육을 기획, 제공하는 일이다. 여기에 대학의 역할이 있다.

잘못된 대학 교육 정책이공계 늘리기만 하면 취직 잘 되나?

정부의 청년 정책이 취업률, 즉 실업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취업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특히 교육부가 대학의 구조개혁 방향을 취업률 제고와 연동시키고 있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 경향은 강해진다. 이와 같은 단순한 취업률 제고 정책은 청년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설계한 고용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학을 쥐어짜서 취업률을 일시적으로 올릴 수 있을지 모르나 이 때 취업의 질은 더 악화되기가 일쑤이다. 청년들이 공무원과 같이 안정적 직장에 몰리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사회가 실업에 대한 보호정책을 강력히 제공해서 불안정 고용이나 실업에 두렵지 않게 만들어 주지 않는 한,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의 입장에서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청년 취업 정책에서의 진정한 갭(gap)은 대학의 학과가 비현실적인 전공, 이른바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 학과가 지나치게 많은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원하는 직장과 사회가 제공하는 직장 사이의 갭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대학 개혁은 개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 개혁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문제이다. 이공계는 공급이 부족한 반면, 인문계는 수요가 부족하니 이 양의 차이를 해소하자는 것만으로는 정년 취업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없다. 공급측면에서 보자. 청년이 원하는 직장은 좀 더 소득이 높고, 안정적인 직장이다. 수요측면에서 보자. 지금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는 단순 업무를 하는 인재가 아니라,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업무를 할 수 있는 인재다.

이 두 가지 요구는 결국 같은 것이므로 이를 대학이 연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은 현재 제공하는 것보다 더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교육이지 단순한 직무 교육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학은 단순한 직무교육을 수행하도록 쫓기고 있다.

청년 지원 프로그램도, 대학 개혁이 뒷받침 돼야 효과 낸다

오늘날의 대학이 대중교육화되고 있지만 이 변화가 직업교육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교육이란 엘리트교육의 반대말로서 누구나에게 대학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고 현대 민주주의의 정신에도 맞다. 하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고등교육의 내용이 단순한 직무교육에 그친다면, 미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인재 육성이라는 과제는 방기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학제가 기초학문교육과 응용학문교육을 적절히 융합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 모든 대학생이 충분한 기초학문교육을 수행 한 후 응용학문전공을 공부하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단순히 소양 및 기초역량 교육에 머물고 있는 교양교육을 대폭 강화하여 인문, 자연, 사회의 기본학문을 골고루 충실히 익히도록 하고, 이에 기초하여 직업교육을 받도록 함으로써 단순 직업교육이 아니라 전문적이고 창조적인 직업교육이 될 수 있도록 바꾸는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이 4년으로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 졸업 후의 추가적인 직무교육은 '징검다리 패키지'와 같은 정책으로 소화한다면, 취업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다가 삶을 살아가는 장기적 잠재력까지 소진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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