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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4차 산업혁명, 샌더스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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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4차 산업혁명, 샌더스를 주목하라!

[기고] 샌더스와 노동자 경영참여법

미국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의 돌풍에 대해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과연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인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샌더스 현상은 신자유주의의 광풍과 자본주의의 폐해로 미국의 중산층까지도 교육, 의료보험, 일자리 등 문제에서 삶의 벼랑 끝에 와 있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미국 청년들의 현실도 한국의 '금수저, 흙수저 논란'과 거의 다를 바 없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졸업할 때 이미 부채를 안고 사회에 나오며, 양질의 일자리가 그들을 기다리지 않고 있다.

"Enough is enough." 샌더스의 짧고 명확한 메시지는 미국 국민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나는 1999년 IMF 외환위기 당시 워싱턴 D.C.에 가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Nancy Pelosi), 무소속의 버니 샌더스 의원과 면담하면서 한국 상황을 설명하고 IMF 정책에 제동을 걸어 줄 것을 부탁한 적이 있다. 그 이후 샌더스 의원 소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그가 2010년 10월 20일 오바마 행정부의 부자 감세에 반대하기 위해서 장장 8시간 반 동안의 필리버스터 발언을 했던 동영상도 감동 깊게 보았다. 그의 열정은 금세기에 전세계 어느 정치인도 따라 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샌더스 의원의 주요 정책이나 공약들이 한국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데, 그 중 나는 노동자의 경영참여와 종업원 소유제도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미국은 ESOP(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종업원 소유제도)이 약 7000여 개가 설립되어 있고 이에 속하는 노동자들이 약 1100만 명에 이른다. ESOP은 ERISA(Employee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 : 종업원 퇴직 소득 보장법)와 연계되어 퇴직연금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

용어설명 :

ESOP는 미국의 독특한 종업원 자본참여 방식으로 기업과 종업원이 공동으로 일정금액의 주식이나 자금을 출연, 종업원이 퇴직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ERISA는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 연금 수탁자들에게 수탁자 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기업연금이 파산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일정액의 연금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금급여 보증공사를 설립하도록 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2009년 기존의 ESOP 제도를 더욱 장려하기 위한 법(Worker Ownership, Readiness and Knowledge act : 노동자 소유, 준비 및 지식 법)을 발의했다. 미국 노동성은 이 법이 발효된 후 180일 이내에 노동성 안에 이와 관련된 사무소를 설치하고 전담국에서는 노동자들의 주식 소유와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50개주에서 연차회의, 훈련 프로그램, 정보공유 등의 각종 지원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


동시에 샌더스 의원은 미국 종업원 소유 은행법(US Employee Ownership Bank Act)도 만들었다. 이 법이 발효된 후 90일 이내에 노동성에서 ESOP 혹은 노동자 협동조합이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급보증을 하는 은행을 설립하라는 것이다. 물론 지원 대상은 51%이상의 지분이 노동자 소유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이 법은 획기적인 법이다. 자금이 부족한 노동자들에게 기업인수 자금을 지원하거나 보증을 선다는 것은 10년 전만해도 꿈도 못 꿨다. 그러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대규모 금융기관의 부채 문제가 터지자 노동자의 경영참여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돼 이 법이 제정됐다.

내가 이런 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에 또 한차례 대규모 구조조정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은 예상치 않은 기업의 도산이나 인수 합병과 실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에도 국내에서도 우리사주조합의 기업인수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당시 김대중 정부도 여러가지 규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거의 사문화되어 가고 있다.

노동자들이 기업의 경영정보를 요구하고 기업활동의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상시적으로 해야 한다. 단순히 소수의 최고 경영진이나 회사 소유자의 결정에 모든 운명을 거는 수동적인 자세로부터 노사가 기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는 모드로 바꾸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해고의 자유와 노동 유연화 완판 칼춤에 반대하느라 다른 대안을 찾을 겨를이 없다.


노동자가 경영에 진지하게 참여하면 현재 팽팽하게 대립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임금제도, 노동 시간 등 여러가지 이슈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기업은 그동안 겪었던 산업혁명과는 다른 제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두고 구태의연한 노사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 담대한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노사 모두 미래가 밝지 못할 것이다. 로봇과 인터넷이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는 집단 지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오너나 몇몇 최고 경영자의 머리에만 의존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니다.

'샌더스 돌풍'에서 한국의 노동계가 주목해야할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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