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2012년 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냈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국민의당 입당을 선언했다. 이 교수는 지난 2일 국민의당 창당대회를 앞두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당 합류 의사를 밝혔으나, 최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영입 문제나 대북정책 노선과 관련해 국민의당의 행보에 불만을 제기하며 공식 입당은 하지 않고 있었던 상태였다.
이 교수는 17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국민의당에 입당해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선대위원장 등 여러 당원 동지들과 함께 제3지대, 제3당이라는 험난한 항해를 같이하기로 결정했다"며 "고식적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탈피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제3당이 필요하다"고 입당의 변을 밝혔다.
이 교수는 "거대 여당과 거대 야당은 세상의 모든 일을 진영 논리로 설명하는 비상식적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여와 야가 적대적 공생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며 "저는 거대한 여당과 거대한 야당이 스스로 쇄신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국민의당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회견에서 대북정책 노선과 관련해 "역대 정부가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 데에는 모두 실패했다"며 "노태우의 비핵화 선언, 김영삼의 제네바 협정, 박근혜의 '신뢰 프로세스' 어느 것 하나도 이것(북한 핵 개발)을 막지 못했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포용정책도 많은 성과와 결실이 있었으나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는 일에는 일정한 한계를 가졌다. 그런 면에서 햇볕정책은 많은 성과와 함께 한계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교수의 입당으로 국민의당 대북정책 노선을 둘러싸고 당내 혼선이 예상된다. 양당 체제가 아닌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정치 개혁 영역의 논의에서뿐만 아니라, 이 교수가 북한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그간 개성공단 전면 중단 문제에 대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박근혜 정부를 비판해 왔다. 국민의당 강령에는 "7.4 남북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 공동선언, 10.4 남북 정상선언 등 대북 포용정책을 계승·발전시키며, 점진적 통합과 평화적 연합 과정을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이뤄 나간다"고 돼 있다. 또 국민의당 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대표적인 대북 포용정책 주장자이며, 국민의당은 개성공단 폐쇄 국면에서도 김근식 위원장 명의로 비판적 입장의 논평을 수 차례 내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북한 궤멸' 발언을 거듭 비판하며 햇볕정책의 진정한 계승자는 더민주가 아닌 자신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지난 14일자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햇볕정책과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폐기하고 김종인 대표의 '북한궤멸론'과 '결과로서의 통일'로 (노선을) 바꾼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만약 이 교수가 정치 쇄신 영역을 넘어 대북정책 영역에도 계속해서 적극 관여하려 할 경우, 김근식 위원장을 비롯한 햇볕정책 지지자들과의 당 내 노선 투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전날까지 '정동영 전 장관이 입당할 경우 국민의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가 이날 "우려한 부분이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해소됐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성공단 중단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에는 여당에서 온 분도 있고, 야당에서 온 분도 있다. 보수인 분도 있고 진보인 분도 있다. 북한에 대해 강경인 사람도 있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생각이 이 다르고 이력이 다르고 살아온 지역도 다른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급한 과제인 양당 기득권 담합 체제를 깨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 대표는 또 이날 이 교수 입당 회견에 배석한 자리에서도 "어떤 정부 정책은 100% 성공했다든지, 100% 실패했다든지 하는 것은 없다"며 "(모든) 정부가 최선을 다했지만 공과 과가 있어 특히 핵 문제 관련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그런 부분을 냉정하게 파악해 어떡하면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당 내 노선 갈등의 소지를 봉합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개성공단과 북핵 문제가 계속해서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여서 안 대표의 시도가 어떤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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