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가졌던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화 통화 내용 공개를 끝내 거부했다. 국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공개 거부 사유였지만,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화 내용을 공개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침묵이 오히려 국익을 저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송기호 위원장은 17일 "청와대가 15일 자로 '위안부' 한일 전화 정상 회담 발언록 공개를 최종 거부했다"며 "청와대는 국익을 침해할 현저한 우려와 대통령 기록물임을 비공개 사유로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민변은 지난 1월 18일, 일본이 정상회담 발언을 자국 외무성 홈페이지에 일방적인 내용으로 공개하자 청와대에 발언록 공개를 청구했다. 이후 청와대가 이 발언록 공개를 거부하자 지난 1월 28일 정보공개법상 이의신청을 진행했다.
일본 정부가 밝힌 발언록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해결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합의 이후 공개했던 전화 통화 관련 보도자료에는 이러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민변은 정상 간 통화 내용 전부가 아닌,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변이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정보 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민변이 아베 총리의 이 발언을 문제 삼는 이유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법적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기존 일본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아베 총리의 이 발언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변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지난해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이 언급한 '책임'이 어떤 책임이었는지를 규명하는 핵심 열쇠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와대는 결국 '공개 거부'라는 최종 입장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송기호 위원장은 "일본이 일방적으로 정상회담 발언을 공개한 이상 한국도 상호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것"이라며 "더 이상 위안부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청와대는 해당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도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기록물이라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편 외교부 역시 지난해 위안부 합의 관련 문서 공개를 거부하고 나섰다. 민변은 지난 1일 외교부에 위안부 협의 당시 △군의 관여 부분 △성노예 용어 사용 금지 문제 △강제 연행 인정 문제 등과 관련한 협상 문서를 밝히라는 정보 공개 청구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외교부는 이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송기호 위원장은 "지난해 위안부 합의 공동 발표문에 일본군의 '관여' 조항이 있는데,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위생관리를 포함하는 의미라며 일본의 전쟁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관여라는 단어의 의미와 범위를 확인할 수 있는 협상 문서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은 17일 외교부에 이의 신청을 접수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