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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보증금 못 받고 이사하면…

[작은책] 철수네, '임차권 등기'가 먼저다

이사 나가면 안 되나요?

철수 씨는 갑자기 서울에서 창원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들 영철이를 아내 영희 혼자 돌보기가 쉽지 않아서 세 식구 모두 창원으로 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집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아직 계약기간이 6개월이나 남았으니까 집을 부동산에 내놓으라고 합니다. 자기도 세입자를 들여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철수 씨는 하는 수 없이 주말 부부를 하기로 하고 먼저 창원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 계약기간이 끝났는데도 전셋집은 나가지 않았고 집주인은 그 핑계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오히려 집이 나가야 돈을 줄 것 아니냐고, 버럭 화를 냅니다. 전세 기간 끝났다고 보증금도 받지 않은 채 이사를 나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철수 씨는 어찌해야 할지 전전긍긍입니다. 진짜 이사를 하면 안 될까요?

아닙니다. 이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차권 등기를 하고 이사를 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전세나 월세를 얻어 이사를 할 때 우리는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습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기 위한 절차입니다.

ⓒ이동수

대항력과 우선변제력


대항력이란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힘, 즉 전셋집 주인이 바뀌거나 임대할 권리를 누군가 집주인으로부터 받아 간 경우에도 새로운 집주인이나 임대권을 이전받은 사람에게 이전 집주인과 맺은 임대차계약의 내용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는 법률상의 힘입니다. 대항력을 갖추면 집주인이 바뀌어도 중간에 쫓겨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대항력은 실제 이사를 하고 주민등록을 마친, 그다음 날부터 발생합니다. 전입신고를 하면 주민등록을 마친 것으로 보니까 이사하고 전입신고하면 대항력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우선변제권이란 전셋집이 경매 또는 공매되는 경우에 그 경매 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보증금 중 일정액은 확정일자 전에 담보를 설정한 담보권자들보다도 더 우선해서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소액보증금 우선변제권이라고 하는데, 그 액수는 지역마다 차이가 납니다. 서울은 3200만 원, 수도권은 2700만 원, 광역시는 2000만 원, 그 밖의 지역은 1500만 원 등이지요. 혹시 집주인이 파산해서 집이 경매되더라도 보증금 중 소액은 담보권과 관계없이 변제되고, 보증금 전체에 대해서는 일반 채권자들보다 먼저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우선변제권은 이사, 전입신고, 확정일,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이동수

기억해 두세요, 임차권 등기명령

그런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이사를 나가 버리면 사라집니다. 철수 씨가 계약기간 끝났다고 보증금도 돌려받지 않은 채 이사를 나가버리면 집주인이 파산해서 경매를 하게 될 경우 우선변제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이지요. 억울한 일입니다. 그래서 만든 제도가 바로 '임차권 등기명령제도'입니다. 법원으로부터 임차권 등기명령을 받아서 등기부등본에 임차권이 있다는 사실을 등기하면 마치 아직도 그 집에 그대로 살고 있는 것처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철수 씨도 임차권 등기명령을 받아서 등기를 하고 이사를 하면 세 식구 모두 한집에 모여 살 수 있는 것이지요.

아무 때나 신청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계약이 중도에 해지되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전부 또는 일부라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이 제도를 알고 있는 분들도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만 해 놓고 이사를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임차권 등기명령에 의한 대항력과 우선변제력 등의 효과는 법원이 판결 또는 결정을 했을 때 발생합니다. 신청만으로 효과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 판결 또는 결정을 받고 임차권등기를 한 이후에 이사를 나가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주말 부부를 끝내려면, 철수 씨는 가장 먼저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서를 전셋집 주소지 관할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한 달쯤 지나면 임차권 등기명령이 나옵니다. 철수 씨는 이제 법원의 결정문을 들고 등기소에 가서 임차권 등기를 하고 이사를 하면 됩니다. 생각보다 쉽죠? 기억해 두세요. 보증금 못 받고 이사 나가야 할 때, 임차권 등기명령!

ⓒ이동수

월간 <작은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사, 정치, 경제 문제까지 우리말로 쉽게 풀어쓴 월간지입니다. 일하면서 깨달은 지혜를 함께 나누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찾아 나가는 잡지입니다. <작은책>을 읽으면 올바른 역사의식과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깁니다. (☞바로 가기 :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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