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서기실이나 39호실로 들어간 돈은 핵이나 미사일,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 당·정·군이 외화를 벌어들이면 당 서기실 또는 39호실로 이관, 보관되고 있다"면서 "개성공단 임금은 달러 현금으로 지급되고, 근로자에게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 당국에 전해진다. 당국에 전해진 돈은 다른 외화와 같은 흐름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홍 장관의 설명대로라면 정부는 지금까지 개성공단에 임금 명목으로 들어간 자금의 상당 부분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유엔에 이러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1874호(2009년)와 2094호(2013년)는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융 거래와 현금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각 나라들은 제재 이행을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제재를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했다. 지난 2013년 6월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이 대량 살상무기 개발에 관여된 북한의 은행 기업과 비즈니스를 하는 일이 없도록 행정 지도를 하고 있다. 한국은 남북한 거래와 대북투자의 성격과 내용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송기호 국제통상위원장은 "이렇듯 정부는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이 핵 개발에 전용된다고 판단하지 않았고, 2014년과 2015년 유엔 제재위원회가 한국을 방문해 대북제재 이행을 점검할 때도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이 핵 개발 자금으로 사용된다는 자료가 있다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따라서 개성공단 임금이 핵 개발로 사용된다는 자료가 있다는 홍용표 장관의 발언은 유엔 결의안에 대한 위반인 동시에 허위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는 뜻"이라며 "장관의 말대로라면 한국은 유엔 안보리를 10년 동안 속여왔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 70%,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인다?
한편으로는 홍 장관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정부는 개성공단 임금의 70%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사회보험료 15%를 뺀 나머지 임금을 북한에서 개성공단을 담당하는 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지급했다. 그러면 총국은 이를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에 전달하고, 민경련은 일종의 세금과 비슷한 성격인 '사회문화시책비'로 30%를 제한다. 이후 나머지 금액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물론 노동자들은 직접 달러를 받지 않는다. 북한 돈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일종의 교환권인 '물표'의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는다.
결국 개성공단 노동자들 임금으로 지급되는 달러 중 핵과 미사일 개발에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북한 원화와 물표가 미국 달러로 지급된 전체 임금의 몇 %인지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정부는 지금까지 어떠한 설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통일부 장관 발언은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경각심 차원에서 얘기한 것으로 정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한 채, 자신들의 주장이 언제나 옳다는 박근혜 정부 특유의 습관적인 독선과 오만이 여기서도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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