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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트러블 메이커' 이헌 돌연 사퇴, 왜?

"하극상과 정치공작적 인격살인 당해"... "사실상 경질"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마지막 남은 여당 추천 위원이었던 이헌 부위원장이 12일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임명된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시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절벽으로 인해 변해버린 운동장 앞에 무기력하게 놓여 있는 상황"이라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조사 지원 업무는 물론이고 인사권, 예산권 등 사무처장으로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이석태 위원장이 위법하게 최종 결재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오는 15일 전원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사표가 수리되면, 부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것은 물론, 여당 추천위원 자리 모두 비는 상황이 된다.

▲이헌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이 12일 사퇴 발표를 위해 기자 간담회 장소로 들어오는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 행적 조사 논란 때도 안 나가더니, 왜?

보수 성향의 단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출신인 이 부위원장은 부임 초반부터 야당 추천 위원들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다른 여당 추천 위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7시간 행적 조사'가 의결될 경우 사퇴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고영주, 차기환 위원은 사퇴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석동현, 황전원 위원은 자동 면직 처리 됐다.

여당 추천 위원이 모두 특조위를 빠져나간 뒤 일부에서 사퇴 압박을 넣었음에도, 이 부위원장은 버텼다. 그랬던 그가 돌연 사퇴를 선언한 데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불만에 더해, 최근 여러 의혹의 중심에 선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이 부위원장 역시 시인하는 바다.

이 부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유가족 고발 사주' 논란의 중심 인물 중 한 명이다. 보수단체 대표 오 씨에게 유가족 고발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진 전직 해수부 파견 공무원 임모 씨와 이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말께부터 사이가 틀어졌는데, 임 씨가 이 부위원장에 대한 험담을 한 녹취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또한 오 씨는 그러한 녹취가 담긴 CD를 이 부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오 씨와의 만남을 인정하면서도, "들어주기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특조위 방해 기도 사건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내부 조사 대상 선상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또, 내부 직원과의 잦은 마찰 속에 개인 신상에 대한 의혹까지 여럿 불거졌다. 지난달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특조위 내부인이 공금을 유용하고, 직원들에게 모욕을 일삼는다는 내용 등이 보도됐다. 이 부위원장은 방송이 끝난 뒤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방송에서 묘사된 내부인이 본인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근거 없는 문제제기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이어 이번엔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의혹까지 일며 한마디로 벼랑 끝으로 몰렸다. (☞관련기사 : '유가족 고발 사주', 파견 공무원 개인 일탈?)

이 부위원장은 이날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다시금 일축하며,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 참여 사실로 면직 처리된 비서관이 악의적으로 언론에 제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용납할 수 없는 하극상과 정치 공작적 인격살인"이라고 표현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사퇴 압력 없었다"지만...사실상 '경질'?

공금 유용 문제 등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이 부위원장이 내부에서 '트러블 메이커'였다는 점이다. 비서관뿐 아니라 다른 여러 직원들과도 마찰이 많았다는 게 특조위 직원들의 전언이다.

특조위 한 관계자는 "이 부위원장이 민간 조사관뿐 아니라 파견 공무원들에게까지 모욕 주기식 태도를 보인 것은 직원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라며 "파견 공무원들한테까지도 신임을 잃다 보니, 여당으로서는 이 부위원장이 특조위 안에서 효용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닐까 한다"고 했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얘기다.

이 부위원장은 이같은 해석을 의식한 듯 "여당 쪽은 세월호의 '세' 자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 저에게도 관심 없다"며 이번 사퇴가 스스로의 결정임을 강조했다.

"여당 위원 없어도 특조위 방해 공작 계속될 것"

ⓒ연합뉴스
이 부위원장의 사퇴를 마지막으로, 특조위 내 여당 추천 위원 인사들이 모두 빠지게 됐다. 의사 결정 과정의 난항 요소가 사라진 셈이지만, 특조위 차원으로선 '반쪽짜리 조직'이라는 수식을 면치 못하게 됐다.

한 특조위원은 "앞으로 특조위에 대한 비판이 빤히 예상되기 때문에 탐탁지 않다. 오히려 안타깝다"고 했다.

"세월호의 '세' 자도 꺼내지 못하게 한다"는 이 부위원장의 말을 미루어 보아, 여당 측은 임기 종료 때까지 특조위원 후임 인선을 아예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특조위 한 인사는 "여당에서 후임 임명을 하지 않는 경우, '반쪽짜리 특조위'라며 차후 종합보고 신뢰도를 깎아내릴 것"이라며 "특조위에 대한 방해 방식이 달라지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 부위원장의 사퇴로, 유가족 고발 사주 사건 관련 특조위 방해 세력에 대한 발본색원 작업 또한 요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건 핵심 인물 모두 조직 바깥에 있는 탓이다.

해수부 파견 과장 임 씨는 지난 11일 자로 해수부에 복귀한 상태이며, 보수단체 대표 오 씨와는 접촉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이 부위원장마저 떠나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헌 부위원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말말'>

"특별법, 근본적으로 잘못된 법"
: "세월호 특별법은 정치적 타협의 소산으로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법으로, 다만 현행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부위원장직을 수락했다"며.

"유가족, 자식을 잃은 아픔의, 진상 규명을 바라는 온전한 모습 아니다"
: 세월호 유가족들이 '유가족 고발 사주' 사건 관련, 윗선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 데 실망했다며, "고발하라고 사주했다는 데 대한 단순한 반응은 일반적이어야 한다. 유가족이 나아가서 배경이 뭔지를 따지고, 정부의 특조위 방해 활동 이런 얘기까지 나오면 그건..."이라 말하며.

"이석태 위원장, 내가 힘든 상황 즐기는 것 아닌가 생각"
: '이석태 위원장이 유가족 고발 사주를 한 전 해수부 파견 공무원 임 씨를 비호하는 것 같다'는 취지로 SNS에 글을 쓴 데 대한 이유를 묻자, "위원장에게 그분이 나가든 제가 있든 해달라고 했더니, (임 씨) 항변을 들으려고 하고... 욕한 게 팩트지"라고 말하며.

"저는 아스팔트는 일단 거리를 둬요"
: 유가족 고발 사주를 받은 보수단체 오모 대표와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묻자, "그분은 아스팔트 우파고, 나는 중도 우파"라고 말하며.

"제가 특조위 예산 가져온 사람"
: 지난해 8월 임명 당시 "예산 배정을 안 해주면 안 오겠다"라고 말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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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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