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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과연 낭만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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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과연 낭만적일까?

[건축신문] 매개와 연결의 공간, 소규모 서점

독립출판에 대한 대중적인 호기심이 처음 생성되던 시기에 제작자들이 공통적으로 받았던 세 가지 질문들이 있다. "당신은 누구냐?",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느냐?", 그리고 "언제까지 할 것이냐?"였다. 첫 번째 질문은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서 무얼 하는 사람일까?' 하는 그나마 순수한 호기심에 가깝다. 두 번째 질문부터는 호기심보다는 잠정적인 전제가 담겨 있다. 분명 이익이 생기는 일은 아닐 텐데, 모자라는 비용 내지는 손해를 어떻게 메우느냐는 것이 두 번째 질문이었고, 그렇게 손해가 누적되는 활동이 언젠가는 한계에 다다를 텐데 그 시기가 언제쯤이 될 것으로 보느냐가 세 번째 질문이었다.

요즘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이런 질문들을 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마 '동네 책방' 혹은 '작은 책방'으로 불리는 서점의 운영자들이 이런 질문들을 자주 받을 것이다. 작은 규모의 서점들이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은 과거 하나의 현상처럼 다가왔던 독립출판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서점의 형태들도 여러 가지가 있으니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서점'을 구체적으로 가다듬어 제시할 필요가 있겠다.

이 글에서는 기성출판물보다 독립출판물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취급하는 서점이라는 의미로 '소규모 서점'이라 부르겠다. 문을 닫는 기존의 서점들이 오히려 늘어가고, 도서 판매량은 해마다 줄어드는 가운데 출판과 인쇄 산업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흐름을 생각하면 전국 곳곳에서 서점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책의 오래된 생명력', '출판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거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장소', '우리 동네 나만의 공간'이라는 낭만적인 해석을 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소규모 서점 역시 변화하고 있는 출판 산업 속에 위치해 있으며, 누군가의 삶과 연관된 현실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앞서 소개한 질문들을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겠다. 이 질문들에는 중요한 관점이 빠져 있는데, 바로 질문을 받는 당사자의 입장이다. 앞서 소개한 질문들은 독립출판 작업의 조건이나 환경에 관한 것들이기 때문에, 정작 당사자인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제작한 독립출판물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이 주어져야 제작자들이 만드는 독립출판물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그 이야기가 당신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방식으로 독립출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로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 질문들을 바탕으로 소규모 서점에 관한 질문들을 마련해 볼 수 있다. "책 혹은 서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책을 사고파는 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소규모 서점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질문해야 하는 이유는 소규모 서점에도 독립출판물처럼 운영자의 관심과 취향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 독립출판물 서점 '가가린'(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소재). 이곳은 지난해 10월 폐점했다. ⓒ정림건축문화재단

소규모 서점의 운영자들을 살펴보면 그들 중 상당수가 독립출판 제작자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두 가지 긍정적인 기대를 해볼 수 있다. 첫째는 독립출판에 대한 애정이고, 둘째는 독립출판에 대한 이해이다. 두 가지 기대에 대해 살펴보기에 앞서 "왜 독립출판 제작자들은 소규모 서점을 운영하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독립출판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큰 나머지 직접 서점을 차린 것일 수도 있고, 소규모 서점에서 사업적인 가능성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 서로 먼 거리에 있는 이유들 사이에서 소규모 서점들의 전반적인 운영방식을 통해 한 가지 현실적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물리적인 공간에 대한 필요이다. 소규모 서점에서는 다른 서점들과 마찬가지로 책을 판매하는 동시에 강좌, 공연, 전시와 같은 행사들도 진행하는데, 이러한 일들은 물리적인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찾은 '공간'이라는 키워드에 독립출판물보다는 제작자에게, 공간보다는 운영자에게 관심을 두자는 이 글의 관심 위에서 공간에 대한 '운영자의 관심'을 접목하면 "소규모 서점 운영자는 왜 그러한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되었을까?"라는 구체화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긍정적인 기대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독립출판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분명한 장르가 되었음을 가늠할 수 있는 근거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언리미티드 에디션', '어바웃 북스' 등 독립출판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들에 참가하는 출판물들의 수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독립출판물 제작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독립출판물의 소비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명확히 확인하기 힘들다. 그 척도라 할 수 있는 판매량에 대한 정확한 집계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을뿐더러, 집계가 된다고 하더라도 기성출판에 견주었을 때 전체적인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통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소규모 서점 운영자가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윤보다는 공간을 통해 도모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더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소규모 서점은 독립출판에 대한 운영자의 애정이 적극적으로 표출된 공간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애정은 운영자의 취향과 결합해 서점에서 취급하는 독립출판물의 종류에서, 독립출판물들을 진열하는 방식에서, 손님들에게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권하는 내용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다음으로 독립출판에 대한 이해는 소규모 서점에서 열리는 강좌, 전시, 공연 등의 행사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소규모 서점에서 진행되는 강좌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는 강좌와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좌다. 이러한 유형의 강좌들은 독립출판 제작자이기도 한 서점 운영자 본인이 강사가 될 수 있는 성격의 강좌들이다. 이 경우 운영자가 강좌를 통해 독립출판 독자 혹은 예비제작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부수적으로 수강료를 수입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운영자에 따라 우선순위가 바뀔 수는 있다).

운영자가 직접 강사가 되지 않더라도 강좌의 주제와 강사에 따라 운영자의 취향이 드러나기도 한다. 책을 손으로 제본하는 법을 배우는 강좌, 사진집을 제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강좌, 편집 디자인 툴의 사용법을 배우는 강좌 등 어떤 내용의 강좌들이 어떤 강사에 의해 진행되느냐를 통해 운영자의 취향과 관심이 드러난다. 전시와 공연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정된 공간을 고려해야 하는 소규모 서점의 맥락에서 전시와 공연의 주제와 내용에는 더 기획적인 요소가 담기기 마련인데, 독립출판에 대한 이해는 이러한 기획의 주요한 동력이 된다. 이렇게 소규모 서점 운영자들의 독립출판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독립출판물이 취급되고, 독립출판에 관한 강좌, 전시, 공연이 열리는 소규모 서점들은 독립출판 제작자와 독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독립출판을 생산적으로 소비한다.

기성출판 시장의 흐름과 달리 소규모 서점이 증가하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한다면, 소규모 서점이 갖는 나름의 의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의 일원으로써 운영자가 독자인 주민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가운데 지역의 생활공간 중 하나가 되는 것은 서점의 일반적인 속성이기도 하니 차치하더라도, 소규모 서점이 책을 통해 제작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는 점은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기성출판과 비교하여 독립출판이 특별히 갖는 장점은 기존의 출판물들이 다루지 않는 주제를 다룬다는 것과,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판매량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독립출판물에게 독자의 반응은 중요하다. 제작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제작자의 작업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맥락에서 소규모 서점은 이야기를 건네는 제작자와 그러한 이야기를 듣는 독자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기성 서점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소규모 서점이 특별히 더 가치를 갖는 이유는 책을 구입하는 소규모 서점이 독자 개개인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서점 운영자들은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에서 책을 구입하는 독자 개개인들의 기호를 관찰하는 동시에 출판물들에 대한 반응을 수집한다. 그리고 이를 종합해 독립출판의 흐름을 가늠하기도 한다. 제작자들이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는 방법이 어렵지 않고, 전산으로 집계된 판매내역을 통해 독자들의 취향을 분석하는 것이 일반화된 시대이지만, 제작자와 독자 사이에서 독립출판물의 흐름을 직접 주관하는 소규모 서점 운영자들의 안목은 통계 결과와는 다른 가치를 가진다.

독립출판이 현재까지의 활기를 앞으로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소규모 서점의 미래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앞서 전제했듯 소규모 서점은 누군가의 삶과 연관된 현실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운영자 본인의 관심, 그리고 서점 운영에 대한 기대나 형편에 따라 개별적인 지속 여부는 달라질 것이다. 다만 소규모 서점이 지속됨에 따라 제작자와 독자의 매개자로서의 역할 외에도 독립출판에 대한 관찰자로서의 역할이 운영자에게 더해질 것이다.

독립출판의 시간이 지속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흐름 중 하나는 주제와 내용이 중첩 내지는 중복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출판물들이 곧 해당 주제를 최초로 다룬 출판물이 되었던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다. 이는 독립출판이 그만큼 양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독립출판물에 대한 정보가 단절되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규모 서점 운영자는 제작자와 독자의 매개자인 동시에 독립출판의 단절된 흐름을 연결하는 연결자가 될 수도 있다. 연결자의 역할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신간 위주로 유통되는 소규모 서점의 흐름 속에서 구간들을 소개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강좌나 전시 등의 행사를 통해 독립출판의 흐름을 소개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일단 오래된 소규모 서점들이 많아져야 한다. 특정 소규모 서점의 큰 성공보다는 여러 서점들의 지속을 먼저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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