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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노무현 당선 신화'를 넘어서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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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野, '노무현 당선 신화'를 넘어서야 산다"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총선의 의미와 국민의 선택' ⑥

대한민국은 8년 동안 '야당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야당은 보수 정권의 연이은 실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그 결과는 판판이 깨진 선거 패배의 역사로 나타났다. 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프레시안>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유종일 이사장)가 공동으로 기획한 '2016년 총선의 의미와 국민의 선택'의 일환으로 열린 좌담회에서는 이번 총선의 의미와 전망, 신뢰를 잃은 야권이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지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좌담회에는 유종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뉴파티위원장이 참여했다.

좌담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신뢰의 위기"를 꼽았다. 신뢰의 위기는 허약한 정당 구조에서 나온다. 허약한 정당 구조는 이합집산에 익숙한 야권의 분열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또한 이합집산 와중에 콘크리트처럼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그 '익숙한 얼굴들'이 매번 지는 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도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높이는 일이다. 여기에 '호남 민심'과 같은 상수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도 있다. 국민의당 분열도 뼈 아픈 사건이다.

그 결과, 새누리당에 220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른 곳도 아닌 야권 내부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정치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답은 나와 있다. 문제는 야권에게 과연 유권자의 요구를 해결이 있는 능력이 있는가 여부다. 야권,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대담은 지난 26일 오후 2시 서교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담의 전문을 주제별로 나눠 3회에 걸쳐 싣는다. 이번엔 두 번째 '야권'을 주제로 한 대담이다.

<총선의 의미와 국민의 선택>
① '헬조선', 4.13 총선서 지옥문 닫을 수 있을까?
② 새누리당, 어떻게 2016년 승리를 준비하나
③ 총선, 결국 '민생경제' 책임 다툰다
④ '지겨운' 문재인 vs. '거품' 안철수, 돌파구는?

"野, 새로운 '얼굴' 갈구하는 대중 앞에 답 내야'"

프레시안 : 안철수신당(국민의당) 추진 세력이 재등장하면서 2012년 대선때부터 계속돼 왔던 '새정치 이슈'가 다시 나오는 것 같다. 지금은 야권이 어떤 형태로든 바뀔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야권의 분열 상황, 어떻게 보시나?

이철희 :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기 전에는 탈당 카드가 과연 먹히겠느냐, 탈당하고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잘 들여다 보자. 구조적으로 공간이 열린 셈이다. 새누리당이 너무 우클릭을 하다보니 왼쪽 공간이 비어 있었고, 더민주는 좌클릭을 하다보니 오른 쪽이 공간이 비어있었다. 물론 (중도가) 정치 세력에 있어서 지속 가능한 기반인가, 여기에 대해서 저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야권의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뉴페이스다. 기성 정치 세력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모습이 대중에 먹혔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기성 정치 세력이 둘러싸여 있으니까, 또 지지율이 떨어진다.

더민주는 어떤 상황인가? 기존 야권 멤버가 아니었던 사람이 얼굴이 되니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영입이 먹히는 것은, 저 사람이 정치를 잘 할 것 같다는 이유로 먹히는 게 아니다. 기존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등장하니 '달라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주고, 그래서 먹히는 것이다. 새인물에 대한 갈구, 새 주체 세력에 대한 갈구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안철수 의원도 독자적으로 버텨보는 것이고, 더민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양쪽 다 그 딜레마가 있다. 새로움과 신뢰, 여기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뭘까, 하는 고민이 국민의당에도 있고, 더민주에도 있다.

프레시안 : 어떻게 해야 하나?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뉴파티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이철희 :
김종인 위원장이 야당의 새 인물로 등장했다. 주의할 게 있다. 김종인 위원장에게 야당 대표의 역할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본다. 당내 정치의 소용돌이에 김종인 위원장을 빠뜨리면 또 악순환이 이어지고 나쁜 모습들이 재현될 것이라고 본다. 김종인 위원장에게 당대표의 역할을 요구하기보다는, 그를 시대의 아젠다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 시켜야 한다. 김 위원장이 등장함으로써 경제 민주화가 선거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이 그런 문제를 적극 고민하는 정당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렇다면 당 대표로서 당내 갈등을 조정하는 문제보다는 먹고 사는 것과 관련한 정책적 대응에 중점을 둬야 한다. 어떤 프레임으로 갈 것인지를 상징하는 존재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당내에 새로운 주체 세력이 형성이 돼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가 미래 세력'이라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 사람들이 새로운 아젠다를 던지고, 그 속에서 신뢰를 확보해 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그게 과연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냐, 기성 질서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이것을 용인해 줄 것이냐, 이 문제가 중요할 것 같다.

최태욱 :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안철수 신당과 통합했는데 충격적이었다. 진보 세력으로 보였던 분이 중도 보수 성향이 분명한 것으로 현재까지 보여지고 있는 국민의당과 통합했다는 것을 통해 한국 정치의 구조를 보면서 착잡한 심경이었다. 한국 정당 체제가 정책과 이념 중심, 가치 중심의 다당제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보는 사람으로서, 그런 정당 정치 발전을 주도해 가야 할 사람 중 하나인 천 의원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 때문이다. 선명성, 정체성을 강조하는 천 의원이 중도 보수로 가고, 김종인 위원장이 더민주당을 맡고, 윤여준 장관이 국민의당으로 갔다. 정당 정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런 과정에 있다는 것, 정당 정치 후진국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이것은 '경세가 정치'다. 정당이 단지 출마하기 위해 과정을 밟는 기구에 불과할 뿐이지 정치적 결사체가 아닌 것이다. 경세가라면 어느 당에든 가도 된다는 것이다.

정당이 '파티(party)'다. 부분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다.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노동자의 이익은 노동자의 당이 자본가의 이익은 자본가의 정당이 보장해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갈등 주체들이 제대로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 부분 이익을 대표하는 정당 정치가 아니라 모든 정당이 전체의 이익을 대표한다. 전부 '국민의 정당'을 표방하지 않나. 경세가 정치의 불안 요소는 훌륭한 경세가를 계속해서 제공받을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좋은 경세가가 운 좋게 나타나 줘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정치가 가야 하는지 답답하다.

이철희 : 김종인 위원장이 리더가 된 것을 보면 더민주가 얼마나 부실한 정당인지, 속이 빈 정당인지 알 수 있다. 또 그의 등장과 함께 당내 갈등이 일시에 정리가 됐다고 하면, 과거 그 싸움이 얼마나 명분 없는 싸움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상돈 : 정리가 된 것인가?(웃음)

이철희 : 지금은 잠복돼 있다. 그러나 과거의 싸움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공천 싸움이다. 당내 갈등을 다루지 못하는 정당, 이게 정당이 아닌 것이다. 그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상돈 : 문재인 대표는, 어떻게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문 대표가 이런 지적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 야당에 그간 대통령감이 없었다는 말 아닌가.

"호남 민심은 무엇?"

유종일 : 천정배 의원의 경우 놀라웠지만, 최 교수만큼 놀랍진 않았다. 천 의원의 정당 이름이 이미 국민회의였다. 진보에도 수구가 있고, 보수에도 수구가 있다. 개혁 과제라는 게 보수와 진보의 축을 넘어서서 함께 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런 시점인 것 같다. 이를테면 모든 정당이 경제민주화에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면 실제로 개혁이 이뤄져야 맞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개혁이라는 화두가 아직 중요한 것 같다.

최근에 호남 쪽 사람들과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압도적으로 당선된다고 하더라. 중앙 정치에서 이정현 의원이 뭘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역에서는 열심히 했다고 평가를 한다. 한번도 보지 못한 돈이 지역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유권자는 투표를 한다. 그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 있나? 아니다. 이 정당도, 저 정당도 정책적으로 차이점을 느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 의원의 노력이 확 보인 것이다. 이것이 아직은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학계에서 후진적이라고 하는) 지역 변수도 아직은 중요한 것이 된다.

프레시안 : 지역 변수 얘기 나왔다. 야권에서 중요한 지역은 호남이라고들 한다. 호남 민심을 누가 대변할 수 있느냐를 가지고 그간 야권이 치열하게 싸웠었는데, 그런 와중에 천정배 의원이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은 것 같다. 호남 민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최태욱 : 서울에 사니 체감은 못하지만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제 생각인데, 호남 민심은 두 가지를 요구하는 것 같다. 한국에는 지역주의 문제가 아니라 호남과 비호남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호남의 차별 문제다. 호남과 영남이 대등하게 싸워야 지역주의 문제가 된다. 오히려 호남의 소외 문제다. 이 호남 문제를 치유하고 다독여주고, 더 나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이게 첫째 요구다.

둘째 요구는 그것을 위해 정치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문 대표가 첫 번째 요구와 관련된 감정을 탁 건드린 것 같다. 치유해주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지만, 문재인 대표가 최근 광주를 방문하면서 경찰에 보호 요청을 한 적이 있다.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유종일 :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호남 쪽과 접하는 부분이 있는데, 첫 번째 요구보다, 두 번째 요구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첫 번째 요구는 '정말 믿을 수 있어?' 라는 의문을 수반하는데, 지난 대선을 보면, 이미 빈정이 상한 상태에서도 내키지 않지만 문재인 대표에게 몰표를 줬다. 그래도 정권을 새누리당에게 넘기는 것은 안된다는 심리가 있었다. 그런데 졌다. 호남 사람들은 증명이 됐다고 본 것이다. 그 후에 계속 선거에 졌다. '집권 능력'이 없다고 본다는 것 아닌가. 차라리 당장 지역에 예산 끌어오는 이정현이라도 뽑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지금, 야권에서 똑같은 사람들이 또 나온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콧방귀를 뀌는 것이다.

이철희 :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호남성'이 있다고 하자. 새누리당은 '영남성'을 버리지 않는다. 주로 당의 중심은 영남에서 배출된다. 대선 후보도, 당 대표도 그렇다. 영남성을 놓치 않는 정당이 그것을 중심에 놓고 고민하는 게 있다. 그런 반면 야당은 그게 아니다. 호남성이 옅어졌다. 왜 그럴까. 예고된 비극이다. 호남 정당의 영남 후보가 필승 카드라는 잘못된 신화가 비극을 낳은 것 같다. 노무현 후보가 그 신화였다. 영남을 반분해야 대선에서 이긴다는 논리가 나왔다. 그런데 노무현 후보가 한 번 이긴 것이다.

그 이후에 비슷한 노력이 다 실패했다. 달랑 두 분의 성공 모델이 있으니 이런 방법론을 성역화한 것 같다. 여기에 호남 원죄론이 작용한다. 호남 출신은 아예 대선 후보가 못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호남 출신은 클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이게 총선까지 넘어온다. 총선에서도 영남에서 의석을 갖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당권도 영남으로 넘어간다. 이러다보니 호남 사람들이 열패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구조적으로 영남은 덩치가 훨씬 크다. 그래서 그런 고민을 안해도 되지만, 호남은 숙명적으로 그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저는 지역 주의를 전제로 승리하는 그림을 그리는 한 이 당(더불어민주당)은 안정적으로 갈 수 없다고 본다. 끊임없이 호남은 볼모로 잡히게 된다. 지역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회적 프레임, 계층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이 대비를 해야 한다. 정당 자체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유종일 : 김대중 정권 때부터 영남에서 민주당 쪽 지지율이 그나마 올라갔던 때가 어떤 때냐. 재벌 개혁이라든지 하는, 어떤 개혁성을 선명하게 보일 때 그랬다. (영남 사람을 기용한다든지 하는 식의) 지역을 끌어안는다고 해서 올라간 것이 아니다.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이상돈 : 호
남의 경우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는데, 우연하게 안철수라는 사람이 창당을 하니까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천정배 의원은 호남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고, 호남에 국한된 사람이다. 호남 사람들은 호남 지역성이 좀 희석시킬만한 신당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당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너무 단시간 내에 (지지율이) 빠졌다. 창당 다음 날부터 (보수 출신인) 윤여준 공동창준위원장도 하지 않는 발언을 한상진 위원장이 해서 이른바 '성찰하는 진보'의 (나쁜 의미로서) 진면목을 보여준 것 아닌가. 이번에 국민의당이 성공을 하려면 수도권 의원들 7~8명이 와야 한다고 봤다. 그래야 자기들이라도 살기 위해서 선거 때 제대로 해보려 하지 않았겠나. 호남은 우연하게 안철수 의원을 지지했다. 그런데 자기들이 주저앉은 것 같다. 안철수 의원은 영남 사람으로 보기도 어렵다. 수도권 아닌가?

이철희 : 호남은 안철수 의원이 새누리당을 두드려서 그 쪽 지지층을 끌어오는 모습을 기대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 것 같다.

이상돈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세 번째로 허무하게 돼 버렸다.

프레시안 : 모두 부정적인 것 같은데, 야당의 과제가 새로운 리더십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전망이 어떤가.

이상돈 : 나는 좀 부정적이다.

이철희 : 왜 그러시냐. 그래도 기대해 본다고 하셔야지.(웃음)

"'허약 체질' 야당을 정당답게 해야 한다"

유종일 : 야당이 현대적인 기업처럼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개혁을 하는 게 아니라, 재발 체제처럼 오너를 통해 수술도 하고 포장도 척척 할 수밖에 없는 수준인 것 같다. 그런 것 없이는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없고, 스스로 갈등을 정리할 능력도 없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되버린 황당한 상황이다. 망할 때까지 망한 것은 아니니까, 더 망하는 길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뉴파티위원회도 만들고, 인재 영입도 하면서 국민들의 기대를 약간씩은 모으는 것 같다. 과연 야당이 새로운 인물들을 주체로 내세우고, 당의 의사결정 구조도 현대적인 민주정당 체제로 갖춰갈지 봐야 할 것 같다.

이철희 : 다른 것을 고민하기보다는 더민주를 정당다운 정당으로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내부에서 (명분없이) 싸우다보니 정당을 형해화 해버렸다. 진영 논리의 패권주의를 (야당 일각에서) 따지는데, 그렇게 보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같은 사람이야말로 탈당을 해야 할 것이다. 그만한 (친박) 패권주의가 어디에 있나. 그런데 당에서 버텨야 한다는 선택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렇게 심하게 안 당해본 사람들이 나간다. 당을 바라보는 사람의 인식이 다른 것 같다. 당이 차이를 담아내는 그릇이냐 아니냐, 그 차이가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가르는 차이다. 당 구성원들이 진보를 표방하고, 중도를 표방해도 다 좋다.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정당의 ABC라도 제대로 갖추면 좋겠다. 인물도 좀 안에서 길러내야 한다. 더민주는 멀쩡한 사람도 안에 있으면 대접을 못 받는다. 밖에 나가면 대접을 받는다.

이상돈 :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야권에서 정치하는 사람과, 여권에서 정치하는 사람이 체질이 다르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사람들의 뿌리가 다른 것 같다. 현상 유지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집단이고, 선거 때는 (함께)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야권은 사람 하나하나 개성이 강하다. 개개인이 그런거야 어쩔수 없는 것인데, 집단이 되니 힘이 없어진다.

유종일 : 당료들의 프로페셔널리즘도 야당은 새누리당에 비하면 완전히 정치화, 계파화 돼 있다. 당의 전반적인 역량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철희 : 당료의 문제로 가면 새누리당의 당료는 수준이 높고, 더민주 당료는 낮다는 수평 비교를 하면 안된다. 야당은 당이 계속 쪼개졌다 합쳐졌다 해 왔다. 당료는 직업적 안정성이 중요한데, 직업적 안정성이 없다보니 당료로서 존재감이 없다. 그래서 더민주에 있는 당료는 엄밀히 말하면 당료라고 말하기 어렵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니 당료로 들어왔던 사람들이 우르르 나간다. 이래서는 당료들에게 왜 그것밖에 못하느냐고 책임을 묻기 어렵다. 당이 전체가 흔들리니 당료들도 그렇게 간다. 당이 안정돼 당료를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당료들 중에 좋은 정치인을 배출할 수 있는 출구도 열어줘야 한다. 야권의 핵심 문제는 괜찮은 정당, 튼실한 정당이 없기 때문이다.

유종일 : 이철희 위원장이 그런 소임을 맡았는데, 굉장히 열악한 조건에서 정당다운 정당을 만들어 가야 한다. 전망은 어떻나?

이철희 : 어렵다. 뉴파티위원회 활동 기간이 6개월이다. 그런데 그 6개월 중에 선거가 있다. 선거 기간을 빼면 어렵다. 안정된 리더십이 구축돼 있고, 그에 따라 당을 새롭게 만들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내부에서 운동을 해보자는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웃음) 신뢰를 만들기 위해 '10개명'을 계속 내고 있다. 아무리 메시지를 던져도 메신저가 문제가 있으면 와 닿지 않는다. 이를테면 막말하는 사람을 공천에서 쳐 낼 정도로 과감하게 공천을 해야 한다고 본다. 막말이라는 기준으로 공천에서 배제하는 전례가 남으면, 그 다음부터 막말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전례를 남겨야 한다.

최태욱 : 당기 결속력, 당의 체제 이야기가 나왔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비해 약한 게 바로 기반이다. 이념적 기반, 사회적 기반, 지역적 기반도 약하다. 새누리당은 '수구 + 보수' 정당으로서 확실하게 기반을 잡고 있다. 수구도 있지만 보수도 있다. 즉 새누리당이 더 신뢰가 간다기보다 더 힘이 센 정당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책 생산 능력도 더민주보다 더 뛰어나다고 본다. 이를테면 복지국가라는 이슈도,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똑같이 정책을 생산한다면, 사람들은 새누리당 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무엇을 대표하는가 하는 부분이 약하다. 당의 기반이 약하니 당기가 셀 리가 없다. 더민주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다. 여당과 야당을 가르는 핵심은 이것인 것 같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태욱 교수, 이철희 위원장, 유종일 이사장, 이상돈 명예교수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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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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