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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과 특목고, 망할 놈의 공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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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과 특목고, 망할 놈의 공약들!"

[기고]절망의 시대에 대한 예언, 그리고 희망

창 밖의 배꽃이 해맑다. 호남고속도로 논산 인근에 흐드러진 일품 배꽃을 하루 종일 바라보고 싶다. 그러면 이 답답함이 조금 사라질까?
  
  장승백이 근처 진보신당의 유세장. 김학규 후보가 열변을 토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현수막엔 똑같이 특목고 유치와 뉴타운 조기 개발이 담겨있다. 1,2위를 다투는 두 거대 정당의 대표 정책이 똑같다. 진보신당의 간판스타인 덕양갑의 심상정도, 노원병의 노회찬도 이 '망할 놈'의 공약들에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권자들이 좋아할만 하기 때문이다. 내 답답함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도대체 저들의 말대로 특목고/자사고를 유치하는데 성공한다 해도 거기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학부모는 10%나 될까? 전국 평균으로 쳐도 50% 이상이 세입자이고 90%가 훨씬 넘는 사람들은 집이 없거나 한 채만 갖고 있다. 더구나 웬만한 사람은 은행 빚을 끼고 있으니 뉴타운 개발이 된다 해도 얻을 것은 별로 없다. 세입자들은 아무 보상 없이 쫓겨날 뿐이고 보상을 받는 사람도 다른 곳에서 집을 얻으려면 급등하는 집값을 또 마련해야 한다.
  
  3년 전 참여정부가 국가균형정책을 내세우고 신행정수도를 추진할 때 열린우리당 수도권 국회의원들과 당청협의라는 걸 했다(나는 당시 대통령 비서관이었다). 탄핵 바람을 타고 386을 포함해서 민주화 투쟁을 했던 많은 사람이 당선됐다. 그러나 그들도 이구동성, 수도권 집값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표를 따라 다니는 정치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진보적 성향의 기자들마저 종부세 강화로 표를 잃었다며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비웃었다. 도대체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죄수의 딜레마와 은사특권
  
  그래도 논리를 찾자면 이렇다. 옆 동네 땅값, 집값만 오르면 우리만 손해다. 그러니 우리 동네도 올려야 한다. 그래서 전국이 다 오르면? 인플레이션을 따지면 모두 손해다. 바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다. 사교육도 마찬가지다. 옆 집에서 과외 시키는데 우리 아이만 안 시킬 간 큰 부모는 좀처럼 없다. 그래서 모두 과외시키면? 아이들 건강과 창의력만 축나니 모두 손해다.
  
  그러나 현실은 그 이상이다. 이 게임은 무조건 돈 많은 사람이 이기게 돼 있다. 집을 두 채나 세 채 가진 사람은 돈벼락을 맞지만 집이 없거나 한 채인 사람은 손해다. 학부모의 재산이나 정보력이 아이들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게임에서 패배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많은 사람이 교육을 포기하게 되면 그 나라의 경제성장도 멈추게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런 게임에 어쩔 수 없이 빠지는 데는 하나의 이유가 더 있다. 은사특권의 믿음이다. 어떤 사형수도 자신이 정해진 날에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특별히 사면령이 내릴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나와 내 아이 만은 예외가 돼서 특목고도 가고 집값이 뛰어오르며 주식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로또가 인기인 이유와 같다. 하지만 이 게임은 로또만큼 공정하지도 않다.
  
  이 게임의 극소수 승리자는 연일 언론에 나온다. 심지어 옆집 아저씨가 수십억대의 부자가 되는 걸 볼 수도 있다. 그러니 나와 내 아이만은 예외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아이를 위한다면
  
  
김학규 후보가 공교육과 공공의료, 공공 주택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쉰 목소리로 외친다. 맞다. 그것만이 해결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적인 서비스의 효율성을 의심하지만 세계 최고의 교육, 세계 최고의 의료를 자랑하는 나라들은 모두 공적 서비스 위주로 사람들의 필수재를 해결하고 있다.
  
  이 지점부터 바로 정치와 민주주의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진보정치인들의 말이 정답이라는 걸 안다. 만일 절반 이상 진보 정치인이 국회에 들어간다면 우리는 정답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할테니, 질 것이 뻔해도 은사특권의 요행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리 인생은 로또가 아니다.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한미 FTA 투쟁이 실패했다 하지만 그것이 없었다면 재작년에 이미 국회 비준까지 끝났을 것이다. 청와대의 목표가 그랬다.
  
  심상정이나 노회찬 같은 진보 정치인의 힘이 극히 미약하다고 하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특검에 불려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특검이 뻔한 결론을 내린다 해도 우리 사회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냉정하게 따져 보자. 내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진보 정치인을 국회로 보내서 우리 삶이 나아질 가능성이 높을까?
  
  예언, 그리고 유일한 희망
  
  절망의 시대에 선지자는 예언을 한다. 그러나 내가 지금 할 예언은 선지자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얘기다.
  
  청와대 시절, 재벌들은 수도권 규제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정우 교수(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등 진보적 경제학자들은 재경부와 언론을 동원한 이들 요구를 막아내는 데 온 몸을 바쳐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한 달 만에 이 소원은 모두 이뤄졌다. 여기에 한반도 대운하까지 합치면 전 국토가 투기장이 될 것이 뻔하다. 더구나 기획재정부의 장, 차관은 수출지상주의를 내세우면서 원화 값을 낮추고 금리를 낮게 유지할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투기의 모든 조건이 다 갖춰진 것이다. 과연 집값, 땅값이 폭등하고 성장률이 높아지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모든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고 2-3년 후면 잔치는 끝난다. 병원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하면 우리의 건강보험증은 어느 덧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대학 4년에 4000만 원, 자사고 3년에 3000만 원, 여기에 가망 없는 사교육 경쟁까지 더하면 아이 하나 교육에만 1억 원이 훨씬 더 들게 된다. 과연 이런 세상이 살기 좋을까?
  
  아직 희망은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정책들을 시행하려면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 이걸 막을 후보가 어디에 있는가? 그 사람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특목고/자사고 유치와 뉴타운 개발을 내세운 사람들은 서민들을 낭떠러지로 밀어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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