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연일 정의화 국회의장에 국회 선진화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압박하고 있다.
정 의장은 앞서 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새누리당의 선진화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선진화법의 문제점은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이 아니라 신속안건처리(패스트트랙) 요건이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에서다.
또 새누리당이 국회의 운영 룰을 정하는 선진화법(국회법) 개정을 야당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단독 운영위원회를 열어 날치기 처리하는 등의 절차상 문제도 지적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새누리당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정 의장을 거듭 압박, 흡사 고립 전술을 펼치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25일 오전 기자들을 만나서는 정 의장이 "망국법인 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표명을 해 우리 새누리당의 의장 후보가 될 수 있었다"면서 정 의장에 선진화법 개정안 상정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어 "법에 없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정 의장)이 평소에 주장했던 망국법인 선진화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라면서 "모당인 새누리당이 욕하고 있는데 이를 다른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당 지도부들과 새누리당의 초·재선 의원들도 이날 정 의장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운영위에서 합법 절차를 통해 국회의장에게 직권 상정의 기회를 주는 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했다"면서 "이에 대해 의장이 운영위에서 그렇게 한 관례가 없었기 때문에 처리할 뜻이 없음을 비쳤다. 관행에 없다면 국회법은 왜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형식적으로 국회법 절차를 다 지켰으므로, 여야 간 선진화법에 대한 토론이 한 번도 제대로 없었던 것은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정의화 의장을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선진화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고 의장은 의무적으로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면서 "뭐가 안 된다는 건가. 무슨 이야기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상정할 수 없다"는 정 의장의 태도는 "선진화법 보다 더 한 이야기"라고도 주장했다.
새누리당 초선 이노근 의원은 정 의장이 지난 22일 한 '천벌' 발언과 관련해 "사과나 유감 표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장 자리는 중재하는 곳이지 자기 신념을 관철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최근 조원진 원내수석과의 있을 수 없는 말싸움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 의장은 자신의 국민의당 입당설(設)이 새누리당 안에서 계속해서 회자되는 것과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자꾸 그렇게 하면 천벌 받는다고 전해달라"고 말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한 언론에 국회의장이 국민의당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나왔는데 오보이길 바란다"며 의도적으로 국민의당 합류설을 전파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정 의장을 향한 '불출마' 선언 요구도 나왔다.
초선의 하태경 의원은 "정 의장의 순수성이 의심되는 가장 큰 이유가 출마설이 자꾸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명확히 보여주고 싶다면 불출마 선언을 하는 등의 명백한 입장을 보여줘야 의장으로서 중립성에 대한 논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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