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으로 소득증가율이 둔화하고 정규직 취업률이 낮아지면 서울에 있는 주택의 절반 이상이 '청년층이 살 수 없는 주택'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등을 활용해 2014년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당시 25∼29세였던 청년이 35∼39세가 됐을 때 구입 가능한 주택 비율을 추산한 결과다.
20일 국토연구원의 '저성장시대 청년층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1∼2020년 경제성장률을 3.6%로 놓았을 때 2014년 25∼29세인 청년은 10년 후 서울에 있는 주택 가운데 56.4%만 사들일 수 있었다.
수도권에 사는 35∼39세의 소득을 월 342만9천원, 순자산을 1억453만원으로 놓고 소득과 자산, 주택담보대출 등을 고려했을 때 부담할 수 있는 주택가격이 3억8천421만원이라고 추정한 결과다.
같은 추정을 바탕으로 지역별로 35∼39세가 구입 가능한 주택 비율을 보면 경기는 83.7%, 인천은 96.1%였으며 비수도권(부담 가능 주택가격 3억5천224만원)은 울산 87.5%, 대구 89.0%, 부산 92.0%, 광주 97.4% 등이었다.
청년층이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의 비율은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급격히 줄었다. 원래 추정보다 경제성장률이 5% 가량 둔화해 청년층의 소득증가율이 낮아지면 서울의 주택 가운데 35∼39세가 살 수 있는 주택은 47.8%에 그쳤다.
또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에 더해 상용근로자 비율이 5% 포인트 줄어들면 35∼39세가 부담할 수 있는 주택가격이 3억3천525만원으로 하락, 서울에 있는 주택 가운데 46.4%만 사들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성장률과 상용근로자 비율의 하락과 더불어 월세가구 비중이 5%포인트 증가해 청년층의 순자산이 추가로 감소하면 35∼39세가 살 수 있는 서울의 주택은 40.8%에 머물렀다.
서울에 있는 주택 10채 가운데 6채는 청년층에게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추정마저도 집값이 2014년 실거래가에서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했다는 점이다.
이수욱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방경직성이 있어 집값은 급락이 없고 일반적으로 오른다"며 "이번 연구는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서울에 있는 집 가운데 절반을 청년이 살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보고서에서 "주택시장 안정은 부담가능한 가격의 재고물량이 있을 때 유지된다"며 "주요 수요자인 청년이 접근할 주택의 안정적 공급이 없는 월세대책은 주택시장 회복에는 기여하나 안정에는 기여할 여력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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