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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만 꽂으면 다 찍을 줄 아는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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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만 꽂으면 다 찍을 줄 아는갑지?"

[총선현장] '친박 돌풍'의 이면…박근혜'+알파' 후보가 선전

부산의 친박 무소속 돌풍은 거셌다. 부산에서 출발한 바람은 울산, 통영고성, 진주 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사천에서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바짝 따라잡고 있는 것도 박근혜 바람 덕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하지만 김무성, 유기준 의원 등 부산에서 출마한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들 선전의 비결이 '오직 박근혜'는 아니었다. 부산 지역의 경우 친박연대보다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들이 선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박근혜+알파'가 있다는 얘기다.

'알파'는 조직력, 인물론, 한나라당 공천자에 대한 지역의 불만 등이 결합된 것이다. 무조건 '박근혜를 살리겠습니다'에만 매달리는 다른 후보들이 부산에서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과 대조해 보면 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김무성 의원 지역구에서 봉변당한 강재섭 대표

과거 부산의 정치1번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서구나 구도심 중심부인 중·동구가 꼽혔다. 하지만 한나라당 공천 탈락 이후 일약 전국적 인물로 떠오른 김무성 후보가 출마한 남구을이 부산의 새로운 정치 1번지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김 후보의 선거사무실은 부산 남구 용호동의 한 빌딩 4층에 자리잡고 있다. 4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니 각 언론의 여론조사 집계표가 눈길을 끌었다. 이 집계표에 따르자면 한나라당 공천장을 받은 정태윤 후보와 김 의원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김 후보의 선거유세차량 전광판에도 여론조사 집계표가 깜빡였다. 지나가는 주민들 사이에서 "김무성이가 세긴 세네"라는 소리도 들렸다.
▲ 정태윤 후보는 한나라당의 숨은 지략가지만 쉽지 않은 승부를 벌이고 있다ⓒ프레시안

김 후보 측 관계자는 "별다른 변수는 남지 않았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정태윤 후보)을 누가 찍어주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강재섭 대표가 이 지역을 찾아 한나라당 후보를 응원했지만, 김 후보의 지지자 100여 명이 운집해 "김무성", "박근혜"를 연호하는 바람에 봉변만 당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사실 대구 출신인 강재섭 대표에게 부산의 바람몰이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부산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처한 어려움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태윤 후보 측도 열세라는 사실을 인정하긴 했다. 하지만 정치바람에 휘몰린 것이 억울하다는 눈치다. 사실 정 후보도 '인물'만 두고 보면 별로 빠지는 사람은 아니다.

이재오, 김문수, 차명진 등이 대표하는 한나라당의 신실세 '민중계'의 핵심 인물인 정 후보는 지난 10년 간 중앙당의 전략과 기획파트에서 활약한 녹록치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이력이 남구을 주민들에게 별로 먹히는 것 같진 않았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남은 일주일 동안 아주 새로운 모멘텀이 발생할 것 같진 않다"면서도 "인지도의 벽이 조금씩 깨지고 있고 인지도 상승과 지지도 상승이 비례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론 역전하리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주민들 반응은 어떨까? "박근혜가 좋기사 해도 우리는 대구하고는 다르지"하고 선을 그은 한 택시 기사는 "그래도 즈그 맘에 안든다꼬 생판 알도 못하는 사람을 공천 주는 거는 우리를 영 허깨비로 보는 짓 아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태윤 후보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정 후보의 공천이 이 기사 양반에게는 '지역주민을 무시한 말뚝 박기'로 다가온 모양이다.

물론 "우리는 그래도 한나라당 아이가. 정태윤도 똑똑한 사람이라카데. 김 의원은 의리는 있지만서도 함 갈아볼때도 됐지"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이재오, 이방호가 독판쳤다"?

구 정치 1번지 서구의 상황도 비슷했다. 한나라당 공천장을 받아 쥔 조양환 후보는 부산 서구에서 태어나서 부산 서구에서 초·중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구 구의원과 시의원을 지낸 그야말로 서구 토박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유기준 후보도 서구 출신이지만 친연성으로만 따지면 조 후보가 한 발 앞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 '서구 사람' 이미지가 조 후보의 장점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었다.
▲ 유기준 후보 측은 "앞으로 박근혜 마케팅의 강도를 높이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프레시안

우리 동네에서 대학을 나오고 우리 동네 구의원을 한 사람이 친근감은 가지만 '국회의원 감'으론 부족해보이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탓에 정치 입문 전에는 변호사 생활을 했고 여의도 입성 후 중앙당 대변인을 지낸 유 후보 측은 '인물론' 설파에 주력했다.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유 후보도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공천하면 승복할 수 있겠지만 이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남구을의 김무성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후보도 조 후보를 적잖이 리드하고 있다.

하루에 신문을 세 개씩 샅샅이 다 본다는 서구의 한 식당 주인은 만만찮은 정세 분석을 펼쳐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그 역시 남구에서 만난 택시 기사처럼 "박근혜는 큰 문제가 아니고..."라고 말머리를 달았다. 진심일까?

이어지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이재오, 이방호가 독판 친 거 아이가"라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둘 다 톡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악담이 뒤따랐다. 이게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확실히 밀어줬지만 '우리 정권'인지는 의구심이 든다는 이야기일까?

그렇게 판단하긴 어렵다. 친박 후보들 모두가 한나라당 복귀를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부산 유권자들이 앞에 놓인 한나라당 후보와 친박 무소속 후보들의 싸움은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의 다툼에 불과하다. 아들끼리 싸우는 마당에 통합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남의 집 아이들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이처럼 '내가 큰 아들이다'고 주장하는 싸움이 유일한 쟁점이 된 탓에 '노무현표 신인'에게 "한 번 바꿔보자"는 바람이라도 불었던 17대 총선에 비해 큰 정치적 의미를 두긴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부산 선거를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이날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래의 이진복 후보에게 몰려가 지원유세를 진행하며 기세를 올렸다. 친박 무소속 연대는 앞으로 하루씩 서로의 지역구을 돌면서 '상부상조식 선거운동'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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