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 탄생했다.
차이잉원(蔡英文·59·여) 대만 민진당 주석은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를 확정 짓고 8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차이 주석은 이날 오후 9시(현지시간)께 총통선거 승리를 선언했으며 이에 앞서 여당인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후보는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전 10시50분 현재 전체 1만 5천582개소 투표함의 개표를 완료한 결과 차이 후보는 56.1%, 주 후보는 31.0%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후보는 12.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총 689만표를 득표한 차이 후보는 주 후보와 308만표 이상의 차이로 압승을 거뒀다.
대만의 역대 총통선거에서 가장 큰 표차다. 대만 대선의 1, 2위 득표자 간의 표차는 2000년 31만 표, 2004년 2만 5천 표, 2008년 221만 표, 2012년 79만 표였다. 2008년 대선에서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거뒀던 221만 표 차의 대승도 뛰어넘는 수치다.
민진당은 이날 총통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입법원 선거에서도 전체 의석의 60.1%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개표 초반부터 계속 20% 포인트 가량 득표율 차를 보이면서 안정적으로 앞서나간 차이 후보는 이번 선거 승리로 8년 만의 정권교체를 실현하며 대만 105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통이 되는 영예를 안게 됐다.
대만 소수민족 출신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차이 주석은 대만 국립정치대 법대 교수를 지내다 2000년 천수이볜(陳水扁) 정부 시절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장관급)으로 정치권에 들어왔다.
이어 입법위원(국회의원), 행정원 부원장(부총리)를 차례로 거친 뒤 대선 패배로 위기에 빠진 민진당 주석을 떠맡아 수차례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전염병 전문가 출신의 천젠런(陳建仁) 중앙연구원 부원장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대만의 주체성을 강조한 '대만에 불을 밝히자'(點亮台灣)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차이 후보는 마잉주 집권 8년간 중국 의존도 심화와 경제 성장세 둔화 등 실정을 공격하며 선거전의 주도권을 잡았다.
국민당은 선거 석 달 전 대선후보까지 교체하며 수성에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국민당 대선 후보였던 훙슈주(洪秀柱) 전 입법원(국회) 부원장의 지지율이 미미하자 대타로 기용된 주 후보는 차이 후보의 모호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책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추격에 나섰지만, 대세를 되돌리지 못했다.
주 후보는 표 차이가 300만 표 이상 벌어지자 국민당 당사 앞 무대에 올라 "우리가 졌다"며 패배를 인정하고 국민당 주석직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당 출신 마오즈궈(毛治國) 행정원장(총리격)과 하오룽빈(<赤+우부방>龍斌) 국민당 부주석, 양웨이중(楊偉中) 국민당 대변인도 사의를 표했다.
차이 후보는 마잉주(馬英九) 총통과 인수인계 절차를 거쳐 오는 5월 20일 정식 제14대 총통으로 취임하게 된다.
총선에서도 민진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안정적인 정국 운용이 가능하게 된다.
민진당은 113석 가운데 무려 68석을 휩쓸어 과반(57석) 의석을 훌쩍 넘겼다. 애초 40석이었던 민진당은 의석수를 28석이나 늘렸다.
64석을 보유하고 있었던 국민당은 35석으로 목표치(40석)에도 크게 못 미치는 참패를 당했다.
지난해 청년들의 해바라기 운동에서 태동한 정당 '시대역량'이 5석을 차지, 제3당으로 올라서며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친민당은 3석만 확보해 소수 정당으로 전락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