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부과한 경제·금융 제재가 16일(현지시간) 해제됐다.
이로써 서방의 제재에 고립돼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던 이란은 국제 사회에 복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란이 지난해 7월14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핵협상을 타결한 지 6개월 만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면서 "이란의 핵무기 위협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관련 대(對) 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란의 핵합의 이행은 핵프로그램에 대한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글을 적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고위대표도 "오늘(16일)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리는 '이행일'(Implementation Day)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제재 해제 발표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런 은총을 주신 신께 감사하며 위대한 인내를 발휘한 이란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영광스러운 승리를 축하하자"라며 기쁨을 나타냈다.
IAEA는 이날 이란이 핵합의안(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핵프로그램 제한 의무를 이행, 서방의 제재 해제의 조건을 충족했음을 검증했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JCPOA에 따라 원심분리기 감축, 아라크 중수로 설계변경, 저농축 우라늄 해외 반출 등 의무를 이행하고 이를 IAEA가 검증하면 그 대가로 미국과 EU는 이란에 부과한 경제·금융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이란 핵합의 이행은 중대한 이정표"라며 논평을 통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
대이란 제재가 해제되면서 이란은 2012년부터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금지됐던 원유·석유화학 제품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또 에너지 분야에 대한 외국의 투자가 허용되며 해운, 조선, 항만 분야와 자동차, 알루미늄·철강 거래에 대한 제재도 풀렸다.
국외에 동결됐던 원유 판매 대금 등 이란의 자산을 되찾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이란중앙은행을 포함한 이란 내 금융기관과 외국과 자금 거래도 다시 가능해 졌다.
다만, 미국인과 미국인이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회사는 미국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이란과 직접 거래할 수 있다.
미국의 해외 자회사나 지사의 이란과 거래는 허용돼 미국 기업이 이란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다.
이란에 대한 무기금수 제재(5년)와 탄도미사일 제재(8년)는 일정 기간 유효하고 이란 혁명수비대와 밀접한 개인과 회사에 부과된 테러조직 지원 제재, 반인권 관련한 제재도 유지된다.
이날 대이란 제재 해제가 선언되자 핵협상을 반대해 온 미국 공화당은 즉각 반발했다.
공화당을 이끄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 해제 방침을 비판하고 "이란이 핵무장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제재 해제를 환영한다면서도 "이란에 대한 접근은 불신과 검증이 될 것이며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은 핵무기 개발과 테러조직 지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안보를 (이란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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