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한 내용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최초의 정밀 유도 원자탄의 모조품을 탑재한 전투기가 이륙"했고, 이 원자탄은 "북한과 같은 문제를 염두에 두고 고안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술핵인 B61의 개량형인 '모델-12'(B61-12)는 주로 적대국의 핵실험장이나 핵무기 보유고를 타격하기 위한 것으로, 정확도는 크게 높이는 대신에 폭발력을 크게 낮추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군사적 효율성은 극대화하면서 부수적 피해와 방사능 낙진은 최소화해 미국의 핵 공격 옵션을 다양화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이다.
'스마트 핵무기'로 불리는 'B61-12'는 향후 30년간 1조 달러를 투입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핵무기 현대화 계획의 일환이다. 미국은 이러한 핵 크루즈 미사일 프로젝트에 약 300억 달러를 투입해 1000개의 핵무기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통해 대량 살상을 야기하지 않는 현대화된 스마트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오바마의 '스마트 핵무기'는 결코 영리한 선택이 될 수 없다. 당장 러시아는 이 핵무기의 실험을 두고 "무책임하고도 공개적인 도발"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핵 탑재 크루즈 미사일 증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역시 "점증하는 미국의 핵위협"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핵 억제력 증강을 정당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로 인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운 핵 군비 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특히 'B61-12'와 같은 정밀 유도 핵무기는 핵무기와 비핵 무기의 경계선을 흐리게 한다. 이건 공격하는 쪽이나 공격받는 쪽 모두에 해당된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스마트 핵폭탄'이 대량 살상을 야기하지 않고도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만큼 핵무기 사용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 반면 피격자 입장에서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길 수 있다. 그만큼 피격자의 핵 보복의 문턱이 낮아져 핵전쟁이 일어날 우려가 커지게 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미국이 솔선수범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발언은 그해 12월 노벨상 위원회가 오바마를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인용한 것이기도 했다. 또 오바마는 2010년 러시아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체결할 때에도, "미국은 새로운 핵탄두를 개발하거나 핵무기의 새로운 군사적 임무와 능력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기 막바지에 그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9월에 30년간 1조 달러를 투입하는 '역대급'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세웠다. 북핵 위협을 이유로 한반도에는 수시로 전략 폭격기를 투입하고 있다. 급기야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정밀유도 핵무기 개발에 돌입해, 핵전쟁과 비핵전쟁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만약 이러한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도 핵무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할 공산이 크다. 특히 한반도는 가장 우려할 만하다. 북한은 2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겠다며, 핵 능력 강화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이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B61-12를 한국에 배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한반도에서 벌이는 핵 무력시위의 문턱도 낮아지게 될 것이다.
제2의 핵 시대로 접어든 한반도의 우울하고도 불안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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