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관영 의원이 탈당 및 '국민의당(가)', 이른바 안철수 신당 입당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탈당한 후 진로를 두고 고심하던 권은희 의원도 안철수 신당 행을 선언했다. 국민의당 참여 의사를 밝힌 현역의원은 이로써 10명이 됐다.
김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오늘 더불어민주당을 떠나고자 한다. 더민주당이 싫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라며 "국민의당에서 새로운 정치, 상식이 통하는 정치, 품격이 있는 정치를 통해 반드시 희망을 틔우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탈당 전 안철수·김한길 의원을 포함해 많은 정치인들과 상의했다며 "저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정치 변화와 정권교체를 위한 옳은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사즉생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의원도 같은 날 오전 광주시의회를 찾아 "대한민국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국민과 함께 하는 세력과 동행하겠다"고 했다. 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통합이 빨리되기를 기대했지만 늦어졌고 지역 주민의 마음 속에는 이미 국민의당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회의(가)'가 아닌 국민의당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천 의원과 국민의당 결합 가능성을 지켜볼 시간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을 통해 (국민의당 합류를) 확신하게 됐지만 결심까지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국민의당 창당 참여 의사를 밝힌 현역 국회의원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출신으로, 이날 탈당 선언을 한 권·김 두 초선의원을 포함해 김영환·김한길(4선), 김동철(3선), 문병호·유성엽(재선), 임내현·황주홍(초선) 의원에 안 의원까지 10명이 됐다.
추가 탈당 및 安신당 합류 규모는?…安측 "20명 충분히 넘겨"
관심은 추가 탈당 규모에 쏠린다.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주승용 의원도 오는 13일 탈당 선언을 하고 국민의당으로 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연말 이미 탈당을 선언한 최재천 의원도 합류가 점쳐진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의원도 조만간 합류할 계획"이라고 장담했다.
문 의원은 추가 탈당 규모에 대해 "앞으로 이번 주와 다음 주에 8명은 나오실 것"이라며 "1월 말까지는 교섭단체 등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장병완·이개호 의원 등 광주·전남지역 의원들과,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노웅래·최원식 의원 등의 탈당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유성엽 의원도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나와 "(탈당 규모가) 20명을 충분히 넘겨 교섭단체 구성이 창당 이전에 가능할 것"이라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지난번 문재인 대표에게 분명히 말씀드린 것으로 알고, 궁극적으로는 아마 저희와 함께 할 것으로 안다. 제 차원에서도 정 전 의장께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정 전 의장은 지난해 서울 관악을 재보선에서 낙선한 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다.
원외에서는 동교동계 원로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12일 탈당 선언을 할 예정이며, 김옥두·박양수·이훈평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전직 의원들 역시 권 고문과 거취를 함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 원로인 정대철 상임고문도 이르면 14일 탈당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만 정 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의원은 "아버지 생각은 저와 조금 다르다"며 "현재로선 거취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없다"고 당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지원, 박영선 어디로?
추가 탈당 규모는 박지원·박영선 두 전직 원내대표의 행보와 맞물려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소한 이번 주 내로 탈당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어제 핵심 당원 간담회를 가졌는데 거의 100% 당원들이 탈당을 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왔고 실제 현장에서 탈당계를 다 썼다"고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주 지역구민들과 만나보니 '80~90%가 탈당하라는 의견'이라고 했었고, 그 전주에는 '70~80%'라고 했었다. 점차 탈당 쪽으로 분위기를 굳히는 분위기다. 그는 탈당 후 역할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연대 및 통합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그래도 야권은 분열하면 패배하고 통합할 때 승리했다"며 "저는 빠른 시일 내에, 총선 전이라도 혹은 총선 후라도 정권교체의 목표를 위해 함께 통합하면 좋겠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2.8 전당대회 당시 '박지원계'로 불릴 만큼 그와 가까운 김영록·이윤석·박혜자 의원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김영록 의원은 당 수석대변인을, 이윤석 의원은 조직본부장을 맡고 있고, 박혜자 의원은 광주시당 위원장이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경우, 전날 광주에서 열린 이용섭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정치개혁의 새 물결에 헌신하느냐, 대통합의 밀알이 되느냐의 지점에 깊은 고민이 있다"고 말해 거취에 대해 번민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현역의원은 박범계 의원 정도이지만, 그는 MBC 방송기자 출신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정운찬 전 총리 등 원로 명사 출신들과 교분이 깊다. 최근 문 대표가 김부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이 김 전 의원의 사양으로 벽에 부딪히자, 당내 일각에서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문 대표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 역시 박영선 전 원내대표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8일 '박 전 원내대표 영입을 추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특정인을 거명하는 게 예의는 아니지만, 저는 항상 부탁드릴 때 '제가 뒤에서 잘 모시겠다. 당의 얼굴이 되어주십사' 부탁드리고 있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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