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학사구조 개편을 추진하다 홍역을 치른 건국대가 이번에는 개설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학과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학 측은 학과 폐지를 거의 결정하고 나서 학생들에게 SNS인 '카카오톡'으로 이 사실을 사실상 일방 통보해 학생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10일 건국대에 따르면 대학은 7일 오전 경영대 강의실에서 동물생명과학대 바이오산업공학과 학생들을 불러 폐과를 알리는 간담회를 열었다.
바이오산업공학과는 바이오 기술 개발부터 관련 기업이 요구하는 경영 능력까지 두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건국대가 2013년 개설한 학과다.
학과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교육부가 지원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이 학과는 내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게 됐다. 졸업생도 아직 배출하지 않은 학과가 3년 만에 폐과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폐과 결정도 당혹스러운데, 대학 측이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를 통보해 왔다며 반발하고 있다.
복수의 이 학과 학생들에 따르면 대학 측은 간담회를 열기 불과 이틀 전인 5일 오후 7시 30분께 학과 대표 학생을 통해 학생들의 '단체 카톡방'에 간담회 일정을 통보했다. 학과가 폐지된다는 사실도 함께 통보됐다.
방학 기간에 갑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진 탓에 지방에 내려가 있는 학생들을 포함해 상당수가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학과 학생 A씨는 "이틀 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과가 없어지니 간담회에 참석하라'고 통보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면서 "대학 사정상 꼭 필요하다면 학사구조 조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학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간담회 내용도 폐과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보다는 폐과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서 그에 대한 질문에 대학 측이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간담회에서 한 학생이 "최소한 미안하다는 말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하자 교수가 "내가 왜 자네에게 사과해야 하나"라고 반문하는 등 시종일관 싸늘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 B씨도 "프라임 사업을 따내려면 취업률이 중요해 우리 과를 없애는 것이라고 대학 측이 설명했지만 우리 과는 아직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아 다른 학과와 비교할 수도 없다"라며 "대학 측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책임교수의 안내에 따라 학생 대표가 간담회 일정을 학생에게 알리는 상식적인 의사소통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며, 일방적인 통보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학과 폐지는) 교무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 의견을 계속 수렴하는 단계"라면서 "학생들에게 전과를 권유하고 있지만 전과를 않는 학생들은 바이오산업공학과의 기존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지난해 초에도 학부제를 학과제로 전환하고 일부 전공을 통폐합하는 학사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학생들의 반발에 부닥쳐 겨우 절충안을 마련, 갈등을 봉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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