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권의 내분 국면에서 '문재인의 호위 무사'로 '찍힌' 정치인이 두 명 있다. 그 중 하나가 진성준 의원(초선, 비례대표)이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야권 내의 반대파들이나 언론으로부터 '호위무사'로 불리던 그는, 같은달 중순 트위터에 쓴 글에서 "호위무사 어쩌고 하는 말도 있다"고 스스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연말을 맞아 네티즌들에게 후원금을 요청하면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도 있는데 꼭 (문 대표를) 후원하고 싶으신 분은 진성준한테 해달라"면서 한 말이었다.
진 의원은 7일 <프레시안>과 팟캐스트 <시사통 김종배입니다>가 공동 기획한 '정치통(通)' 방송에서 최근 현안과 '호남 민심'에 대한 생각을 거침 없이 털어놨다. 이날 일부 언론에 '문 대표가 탈당 등 정치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조기 선대위 구성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로 돌아섰다'는 보도가 난 데 대해 진 의원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문 대표는 당의 수습책으로 조기 선대위를 구성하자고 하는 중진·수도권 의원들의 의견을 수용해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팟캐스트 바로듣기)
진 의원은 "다만 선대위 구성 자체와 관련해, 이것이 연쇄 탈당을 막기 위한 당의 수습책으로 제인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탈당이 이뤄졌고 또 예고된 만큼 '수습책으로 의미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최고위 내에서 있다. 그래서 당초의 계획처럼 속도감 있게 선대위 구성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선대위 구성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지만, 선대위가 구성되면 문 대표와 함께 2선으로 물러나야 할 최고위원들 중 일부가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진 의원은 "최고위 내부에 '당헌당규상 최고위의 권한을 선대위에 위임하고 이양해야 하는데, 그렇게 권한을 넘겨 가면서 선거를 치르고 그 책임은 또 (현재의) 최고위가 져야 할 이유가 있느냐. 그럴 게 아니라 현재의 지도부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자'라는 반론이 있다"며 "그래서 그런 보도가 나오는 것 같은데, (문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선대위를 구성해 당의 전열을 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대위원장 인선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이번주 중에라도 띄워야 다른 총선 준비 기구들도 발족시켜 정상적으로 총선 준비에 착수할 수 있는데, 늦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선대위원장으로는) 호남 민심이 악화돼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호남 민심을 추스를 수 있는 신망이 높은 인물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 부족하다면 국민들 신망이 높은 분과 공동위원장 체제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이종걸·박지원·박영선 의원 등 비주류 주요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 그는 "단 한 분도 탈당하시는 분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선거 업무에서 당 대표나 최고위원들은 손을 떼고 다른 얼굴로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 당의 다수가 합의하고 있는 수습 방안인 만큼, 여기에 동의하고 함께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문 대표가 최근 힘을 쏟고 있는 인재 영입과 관련해 "SNS에서 이번에 영입된 분들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고, 그래서 탈당을 상쇄하는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도 있다"고 자평했다. 향후 어떤 분야의 인물이 추가로 영입될지 묻자 그는 "경제 분야, 그 중에서도 신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는 문화 컨텐츠 쪽에서 발군의 실력을 가진 분들도 영입하려 생각하고 있다"며 "(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장애인·여성 쪽에도 다양한 인재들이 준비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영입된 인사들이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그것(공천)을 대가나 조건으로 영입하는것은 아니지만, 국민 앞에 선보이려 유능한 인물을 영입했으면 그 분들이 국회의원이 돼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는 "(다만) 국민 눈높이에 합당한지, 도덕적 기준을 충족하는지는 별도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 문 대표는 "우리 당 의원들이 출마를 하지 않거나 또는 탈당해서 비게 되는 지역에 대해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겠다"고 말해, 탈당파에 대한 '표적 공천' 논란이 인 바 있다.
총선 공천에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에 의해 현역 의원 20%가 '물갈이' 대상이 되는 것과 관련, 그는 "그 얘기 때문에 논란이 많았고 두려움 때문에 동요가 심했다"며 "그래서 최고위에서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 설치 시행규칙을 통과시킨 지난해 10월 8일을 기준으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수였던 127명을 모수(母數)로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탈당한 의원들 가운데) 몇몇 분을 제외하고는 공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탈당한 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호남 민심'과 총선 야권연대, '전략통' 진성준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 비주류가 주류를 공격할 때 늘 거론되는 '호남 민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진 의원도 호남(전북 전주) 출신이다. 그는 "호남 민심이 사나워진 것은 비단 문 대표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당이 보인 여러 문제가 누적된 결과인데, 지금 당을 책임지고 있는 문 대표에게 더 큰 책임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저지른 잘못은, 호남 민심이 요구하는 높은 정치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다.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선명히 견지하면서 정부·여당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원칙을 실현하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데서 오는 답답함이 누적돼 온 것"이라고 짚었다. 호남 민심은 '선명 야당'을 원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 안철수 신당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선명해서 호남에서 높은 지지를 받느냐'는 지적에 그는 "(야당에 실망한 상태에서) 누가 더 승리 가능성이 높으냐를 주목하고 있는 호남 민심이 '안 의원이 과거에 가졌던 대중적 지지가 있기 때문에 탈당해서 독자 세력화를 하면 더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감 있게 보는 분들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호남 민심' 수습책에 대해 "그간 호남은 정권 교체, 민주화, 여당 견제를 명분으로 희생을 강요당해 왔다. 이를테면 호남 지역에 (야당이) 공천한 인물이 부족해도 정권 교체를 위해 선택해 달라고 했고, 또 호남 민중들은 '그래, 대의가 우선이니까'라고 하면서 수용해 주신 면이 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것이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진, 가장 신망이 높은 인물을 이제 호남에 우선 공천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호남에서 유능하고 참신한 인물을 공천하는 것이 호남 민심을 추스르는 제1과제"라는 것이다.
이날 일부 언론 칼럼 등에 '호남이 그간의 정권교체 파트너였던 영남 개혁세력(친노) 대신 새누리당과 손을 잡고 내각제를 추진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큼 호남 민심이 악화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일반 호남 민심이 아니고 몇몇 정치인들의 기획 같다"며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진 의원이 지역구(서울 강서을)에서 전해 듣는,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들의 정서는 어떤지 묻자 그는 "제일 많이 듣는 말은 '갈라져선 안 된다. 서로 합쳐야 한다'는 말씀이고, '합치기 위해 노력해달라', 구체적으로는 '문 대표가 물러나야 합쳐질 수 있는데 왜 안 물러나냐'는 주장도 있다. '안철수를 좀 껴안아라. 탈당하는 분들 비판하지 말고, 언젠가 함께 갈 사람이니 비판 자제하고 좋은 말을 해서 함께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주문을 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호남 표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동교동계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그는 "동교동계 전체의 의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부든 전부든 탈당한다고 하면 저희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교동계 핵심 인사인 권노갑 상임고문에 대해 "권 고문과 더불어 정치를 해온 분들 상당수가 탈당을 권유해서 그 쪽으로 마음이 많이 움직인 상태라는 말을 전해듣고 있다"며 "당에서 권 고문과 잘 통하는 중진, 원로들을 통해 설득하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호남 민심' 수습을 위해 그간 문 대표가 각별히 노력해 왔다고 강조하며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해서 공동지도체제를 하자는 제안도 나왔고, 이것이 거부되자 안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문-안 공동 비대위 제안도 나왔는데 다 수포로 돌아갔지 않느냐"며 "그런 결단까지도 할 만큼 문 대표가 권한을 내려놓고 화합과 통합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 이번 총선에서의 야권 연대는 가능할까? 문 대표의 "탈당한 의원 지역구에 과감히 새로운 인물" 발언이나, 앞서 진 의원이 한 "공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탈당한 분도 있다"는 말 등은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해 연대를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질문에 그는 "지금은 어쨌든 각자가 정치세력화를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상황이어서, 각자 최대한 좋은 인물을 영입해 국민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이 단계가 지나면 새누리당과의 본선이 있는데, 여기서 야권 지지층이 분열돼서 선택지가 여러 개 나타나면 결국 새누리당에 밀린다. 이 때문에 선택지를 단일하게 하기 위한 연대나 통합의 요구가 자연발생적으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당 차원의 연대나 통합 논의가 발생할 텐데, 지금은 서로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호남이든 다른 곳이든 '지분 나누기' 식이 아니라 경쟁하는 방식으로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각 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들끼리 2차 경선을 치러서, 그 중 가장 경쟁력이 높은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그는 중앙당이 각 지역의 후보들을 통제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에 "일여다야로 총선을 치르면 필패라는 동의와 인식을 기반으로 야권 연대를 추진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가 친문? 당직자로서 당을 지키기 위해 당 대표 지키는 것"
-고 김근태 의원을 따르는 민평련계 출신 아니냐?
총선을 앞둔 '정치인 진성준'의 인간적 모습도 돌아봤다. 진 의원은 자신이 '호위 무사' 등의 별명을 얻은 데 대해 "당직자로서 당을 단결시켜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고, 단결은 당의 공식 체계 속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 대표를 엄호하고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차원에서 당을 지키기 위해 대표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세대상 486 그룹의 일원인 그는 "486의 정치적 권위나 신뢰가 바닥이어서 정치적 역할을 할 동력이 없다"고 자성하면서도, 이들이 집단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변신을 우선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음은 진 의원과의 문답."맞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하면서, 누구보다 문 대표를 옹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민평련 출신이라는 것과 최근 행보에 간극이 있는 것 아니냐?"간극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갑자기 친노가 됐느냐', '친문이 됐느냐' 이런 얘기를 듣는다. 그런데 무슨 계보, 계파 이런 게 아니다. 제가 당에서 맡은 일이 전략기획위원장 아니냐. 전략기획위원장으로서 당을 통일, 단결시켜야 할 사명을 갖고 있다. 그런데 단결은, 당의 공식 체계 속에서 단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 대표를 엄호하고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사 당을 지키기 위해 대표도 지키는 것이고, 그래서 저보고 '친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무슨 계파를 옮겼다느니 이런 것은 억측이다."
-현재의 분열상에서 486 그룹이 보여주는 모습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본인도 486의 일원인데, 일각에서는 486에 대해 '의원 배지 지키려고 조용히 납작 엎드려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전혀 그런 건 아니다. 당의 큰 세력들 간의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그 어떤 것도 수습책으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말을 보태거나 하는 게 조심스러운 것뿐이다. 만약 486의 정치적 권위가 여전하다면 그들이 나서서 당을 수습하고 정비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고 (의견을) 모아 가겠지만, 그들의 정치적 권위나 신뢰도 바닥이다. 그러니 정치적 역할을 하거나 모색할 수 있는 동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486이 집단으로서 가진 정치적 의미가 없어진 것 아니냐?"486도 동일한 시기에 대학을 다녔다는 것만으로 규정될 수 없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노선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하나로 묶을 수 없고 각자 정치적 판단이 있다. 다만 그들이 무슨 정치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거라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당장 요구받고 있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486은 자기 성찰과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당신들이 나서서 당을 이끌라'는 요구를 받는 게 아니라 '당신들 스스로가 변신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비례대표로 초선 임기를 마치고 첫 지역구 선거에 도전하는 그는 재선 가능성에 대해 "자신을 못 하겠다"고 했다. 그가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강서을은 분구 대상 지역에 포함돼 있어, 아직 선거구도 획정되지 않은 상태다. 만약 분구가 되지 않으면 그와 지역위원장 경선을 치렀던 한정애 의원과 재승부를 봐야 할 상황이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재선의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다. 그는 그러나 "선거에서 개인 정치인이 가진 경쟁력이 얼마나 크겠느냐. 이 상황에서 개인의 능력으로 돌파할 수 있는 건 대선후보급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야권 분열 문제를 해결하고, 당에 대한 대중적 신임을 회복해야 가능할 문제"라고 했다. 개별 지역의 선거운동보다, 중앙정치에서의 기세 싸움과 그로 인해 '바람'이 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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