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되었다. 본 협정이 6월 1일 정식 서명된 후, 약 6개월 만이다. 국회 비준도 별 탈 없이 통과했다. 양국 정상 간 연내 발효라는 정치적 약속은 이행됐다.
한-중 FTA가 정실 발효됐지만, 양국의 민감한 분야인 서비스 및 투자분야 개방은 후속 협상으로 늦춰진 상태이다. 한-중 FTA가 발효됨에 따라 우리에겐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협정문 발효 2년 후 서비스 개방에 대한 후속 협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협상 개시 후 2년 내 이에 대한 협상을 종료해야 한다. 2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서비스 협상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니 다급한 마음마저 앞선다.
전인대 비준절차 없이 발효되는 FTA
FTA는 일종의 국제적 양자협정이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양자협정의 협정문은 국회의 비준동의안을 거쳐 국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된다. 즉, 따로 국내법의 형태로 전환시킬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한-중 FTA의 경우 연내 발효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절차가 FTA 비준 동의안의 국회 통과 여부였다. 국회에서 비준 동의하지 않으면 협정에 정식 서명하였다 하더라도 발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FTA가 어떻게 발효될까? 중국에서는 FTA 발효를 위해 우리나라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비준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조약(treaty) 및 협정(agreement) 체결권을 가진 국무원의 비준 승인으로 FTA가 비준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렇다고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전인대의 비준 없이 국무원의 승인으로 발효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과 상이한 중국의 FTA 비준 절차를 인지하지 못한 이들에게 혼란을 유발하기도 한다.
조약 명의에 따라 다른 비준 절차
중국은 '조약체결절차법'(缔结条约程序法)에 조약체결의 주체를 명시한다. 우선, 중앙인민정부인 국무원이 외국과의 조약 및 협정 체결권을 가진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국무원이 체결한 조약 및 중요협정에 대한 비준 및 종료 결정권을, 국가주석은 이에 따른 명령권을 가진다.
특이한 점은 국무원이 체결하는 조약 및 협정의 경중에 따라 조약의 명의를 구분하는 것이다. (조약체결절차법 제4조) 이에 따라 조약의 발효 절차가 달라진다. 조약 및 협정 체결의 명의는 중화인민공화국,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부처로 나뉜다. 중화인민공화국 명의로 체결되어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비준을 거쳐 국가주석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법률상 6가지로 정해져 있다.
① 우호협력조약, 평화조약 등과 같은 정치적 조약, ② 영토와 관련된 조약 및 협정, ③ 사법협조, 범죄인도에 관한 조약 및 협정, ④ 중화인민공화국의 법률과 다른 내용의 조약 및 협정, ⑤ 쌍방이 비준하기로 합의한 조약 및 협정, ⑥ 기타 비준이 필요한 조약 및 협정이 이에 포함된다.
한-중 FTA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6가지 형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비단 한-중 FTA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중국이 체결한 14건의 FTA가 모두 전인대 비준을 요하지 않는 협정에 포함되었다. 따라서 국문원의 승인으로 비준 및 발효가 이루어진다. WTO 협정의 경우 '중요협정'으로 분류되어 전인대 비준을 통해 발효된다.
중국이 WTO와 FTA를 차별(?)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전인대의 비준을 받지 않는 다는 것으로 과연 중국이 WTO 보다 FTA를 덜 중요하게 여긴다고 할 수 있을까? 중국의 WTO 가입은 법률적, 경제 구조적 면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끈 원동력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반면 FTA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중국이 FTA를 체결하기 시작한 이유는 경제적인 목적보다 주변의 동맹국들과 긴밀한 관계 유지를 위한 하나의 정치적 수단의 목적이 강했다. 이렇게 본다면 중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 양자를 차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FTA 전략이 바뀌고 있다. 정치적 목적과 더불어 개혁개방 심화 수단으로서 FTA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FTA 협정의 법적 지위 및 이행에 관한 명확한 규정 마련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관련 입법이 제정되면 협정 체약국과 체약 당사국 간의 법률 지위 대한 문제, 이행 및 법률 적용 분쟁에 대한 문제 등이 어느 정도 해결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끝나지 않은 한-중 FTA 협상
최근 중국 국무원은 '자유무역구실시가속화전략에대한약간의의견'(关于加快实施自由贸易区战略的若干意见, 이하 의견)을 발표하였다. 본 의견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FTA를 개혁 심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중국의 계획이다. 특히, 서비스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개방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16년 환경, 전자상거래, 금융 등 관련 서비스 분야의 대대적인 법률 정비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
2년 후 서비스 및 투자 후속 협상을 위해 2016년 한해 중국의 법률 제·개정 변화를 더욱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윤성혜 교수는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법률연구소의 연구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