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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대, '1000만 원 기부'한 경비원 '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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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대, '1000만 원 기부'한 경비원 '토사구팽'

[기자의 눈] '기부 의욕' 꺾는 한국 사회

연말을 앞두고 기부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감동적인 소식보다 "기부 열기가 예년보다 못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대학교가 그나마 있는 기부 의욕마저 꺾어버리는 결정을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24일 한성대와 이 학교 경비원들에 따르면, 이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경비원 총 16명은 지난달 용역업체를 통해 연말까지 일하고 그만두라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학교 측은 무인경비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일 뿐, 경비원들에게 직접적인 배경 설명이나 위로의 뜻도 전하지 않았다.

경비 절감을 한다면서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경비원들이 무더기로 해고되는 사례들은 한성대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성대의 사례가 특히 충격을 준 이유는, 이 학교의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쓰라고 1000만 원을 기부한 김방락(68) 씨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성대 경비원 김방락 씨가 김주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무총장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월급 모아 기부한 학교, 학교는 그저 "일개 용역 경비원" 취급

김방락 씨는 지난해 한성대에 돌아간 기부금 1000만 원을 포함해 1억 원을 기부하면서 '아너 소사이어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의 627번째 회원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김 씨는 전북 정읍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한 뒤 특전사 소속으로 월남전 참전 등 8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이후 26년을 군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했다.

그의 기부금 1억 원은 200여만 원 정도의 연금으로 생활하고 사실상 10년간 월급(120만 원) 거의 전부를 모은 액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당시 그의 기부는 "기부는 부자들만의 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는 점에서 감동을 더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부자 중의 부자들만 가입하는 기부자 모임으로 알려졌으나, 월급 120만 원을 받는 경비원 김 씨가 회원이 되면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이 급증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김 씨는 해고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년 전 1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결정은 제 인생에 가장 보람찬 일로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 같은 마음으로 10년 넘게 일해온 한성대의 처사에 대해서는 복잡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에서)감사 인사를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나를 헌신짝 버리듯 내버리려 하니 배신감이 듭니다.”

"(나의) 기부 사실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학교 측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저도 오랜 직장이라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 '토사구팽'을 당한 것 같다.”

김 씨는 지난해 말 어렵게 연락처를 입수해 접촉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돈도 없는 사람이 왜 이렇게 가족들도 모르게 기부를 결정했냐"며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가진 사람들은 부를 쌓기만 한다. 주변 친구들도 '땅 투기 했네, 뭐 했네' 자랑만 할 뿐, 쓸 줄을 모른다. 거지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고 했다. 내가 (1억 원 기부) 결정을 내릴 때 힘들었다. 가진 것도 많지 않은데 쉽지 않지. 그러나 나 같은 경비원이 하면 좀 울림이 되고 돈 있는 사람들이 조금 베풀지 않겠나 싶어 결단했다. 다행히 내 기부가 알려진 뒤에 새로 아너로 가입한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 심정 안다고, 그 중에는 없이 사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들었다. 내가 잘 먹고 잘 살고 나서 남을 돕겠다고 하면 절대 아무것도 못 준다. 쓸 거 다 쓰고 남는 걸로 남을 돕는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이런 김 씨가 용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가족 같이 생각해온 직장인 한성대로부터 직접적인 위로도 받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이 사회가, 그가 기부를 결정한 것보다 더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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