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0~5세 보육 국가 완전 책임제' 공약을 파기하면서 내년 1월부터 보육 대란이 현실화할 위기에 처했다. 중앙 정부가 누리 과정 예산을 0원으로 책정하고, 이에 반발한 광주와 전남, 서울시의회 등이 누리 과정 예산을 '0원'으로 확정하면서다.
서울시의회는 22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3807억 원과 유치원 누리 과정 예산 2521억 원을 전액 삭감한 서울시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서울시에 이어 경기도도 누리 과정 예산안을 전액 삭감할 계획이어서 당장 다음 달부터 '보육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은 데는 정부가 2016년 누리 과정 국고 예산안을 0원으로 책정한 데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누리 과정 예산안 100%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지만, 당선 이후 예산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겼다.
야당은 2016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누리 과정 예산안을 증액하려고 했지만,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여야는 쟁점 사안이었던 누리 과정 예산안 증액에 합의하지 못하고, 예비비 3000억 원을 우회 편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4조 원에 달하는 누리 과정 예산을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데다, 그마저 노후 화장실 보수, 냉·난방비 등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한 예비비 명목이어서 시·도교육청의 반발이 컸다.
급기야 재정 부족으로 파산 직전에 이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내년도 누리 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입장을 모았다. 전국 14개 시·도교육청은 누리 과정 예산 총액 4조 원 가운데 어린이집 누리 과정 예산인 2조 원만이라도 중앙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국세와 지방세 분담 구조가 8 대 2에 불과한 탓에 시도교육청은 재정 부담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장 다음 달부터 누리 과정 지원이 끊기면 고통은 고스란히 부모들이 감당해야 될 몫이 된다"면서 "만약 누리 과정에 엄청난 대혼란이 온다면 이는 박근혜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전 최고위원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무상 보육은 국가가 책임질 테니 아이만 낳아 달라'고 TV 토론에서 공언한 이야기를 국민은 여전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 박근혜 대통령 후보 공약집'의 272쪽, '0~5세 보육 및 육아 교육 국가 완전 책임제 실현' 공약은 도대체 어디 갔나"라고 따져 물었다.
전 최고위원은 "어린이집 누리 과정 예산 편성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고, 현실적으로도 시도교육청의 재원으로는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8 대 2의 국세와 지방세의 분담 구조 자체를 바꿔주든지, 이 비율의 분담 구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면 당연히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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