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와 마찬가지로,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물어 대량해고하는 사태가 일본 3대 가전업체 도시바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관련 기사:두산, 경영 실패 책임은 직원이 지는 건가?)
도시바의 경우는 아예 분식회계까지 하면서 경영 실패를 숨겨오다가 들통이 난 뒤에 직원들의 대량 해고를 해법이라고 뻔뻔스럽게 내놓아 죄질이 더 나쁘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를 격분시키고 있다.
21일 도시바가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해외에서 TV사업을 철수하는 것은 물론 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감축한다. 전체 직원으로는 5%의 규모다. 직원 해고가 매우 어려운 일본 노동법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규모다. 이유는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결산에서 무려 5500억 엔(5조3328억여 원)의 적자가 예상될 정도의 경영위기라는 것이다.
한치 앞 못내다본 인수합병, 분식회계 등으로 위기 증폭
문제는 이런 사실을 그동안 분식회계로 감춰왔다는 점이다. 도시바는 지난해 378억 엔의 적자를 극복하고 올해는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지난 9월만 해도 올해 3000억 원이 넘는 흑자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 비결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동안 2조2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춘 분식회계였다. <뉴욕타임스>는 "분식회계 규모는 지난 7년 간 도시바가 발표한 세전 수익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도시바 측은 대량해고 이후 사업 구조조정으로 다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수익을 다시 낼 수 있는 사업분야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평가하고 있다. 도시바는 이미 분식회계와 대량 해고 사태로 기업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신뢰마저 잃었기 때문에 주가가 이틀 연속 폭락하면서 3년래 최저로 떨어질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분식회계는 '주식회사 일본'에서 당혹스러운 사건"이라면서 "경영진의 비리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일본의 풍토에서, 도시바는 투명하고 현대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갖추고 실적도 좋은 블루칩 중에서도 블루칩으로 꼽혀온 기업이었다"고 이번 사건의 충격을 전했다.
일본증권거래감독위원회는 도시바에게 700억 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일본 기업 사상 가장 큰 벌금이다.
도시바의 몰락이 두산그룹과 비슷한 점은 또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인수합병에 결정타를 맞았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를 54억 달러에 인수했으나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원전 수주량이 급격히 줄었고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전 사태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그 규모는 분식회계 규모와 비슷한 13억 달러에 달했다.
두산그룹도 박용만 회장의 진두지휘로 지난 2007년 미국의 중장비업체 밥캣을 5조 원 넘은 가격에 거의 빚을 져서 인수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두산인프로코어의 경영위기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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