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이 한 자리에 모여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을 강하게 성토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새정치연합이 내분에 휩싸인 가운데, 민생과 복지를 의제로 정부·여당에 대해 전선(戰線)을 치는 한편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가진 정치인들을 동원해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와 박 시장, 이 시장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복지 후퇴 저지 토크콘서트'에 나란히 참석해,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 복지 사업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문 대표와 이 시장은 "지자체가 하는 1500개 복지정책을 (중앙 정부가) 폐지해 그 피해자가 노인·여성·장애인 등 645만 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정부의 철학 자체가 잘못됐다"며 "시대정신은 불평등 해소인데, 그나마 불평등을 해소하는 복지정책을 축소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문 대표는 "가용 재원을 최대한 복지 쪽으로 돌리고, 부족하다면 부자나 대기업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라도 복지를 늘려나가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경제정책 자체가 과거의 신자유주의, 낙수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도 "제가 2번째 시장 선거에 나갔을 때 상대 후보였던 정몽준 전 의원이 '박 시장이 한 게 뭐 있느냐. 잠자는 서울을 깨우겠다'고 했다. 그런데 시민들은 (오히려) '잠 좀 자자'고 하고 있는데 될 리가 있나"라고 말해 관객의 폭소를 끌어낸 뒤 "(새누리당은) 시민들의 요구를 잘못 짚은 것이다. 지금은 고속 성장, 개발주의 시대는 지나가고 자기 성장과 치유, 힐링을 원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복지 후퇴와 관련해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은 소통"이라며 기초연금 재원 부담과 소아 폐렴구균 예방접종 사업 등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정치란 다양하게 존재하는 의견을 소통과 토론의 과정을 거쳐 하나로 모아내는 것인데, 지금은 너무 일방통행"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시장은 "이 정부는 복지를 낭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사각지대의 작은 규모 복지정책을 일률적으로 다 폐지하라고 하고, 안 하면 교부금을 깎겠다고 하는데 지방자치 전체를 국정화하려는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공공산후조리원 (사업을) 할 수 있는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는데, 몇 시간 안 있어 복지부가 시행령으로 막겠다고 했다"며 "세월호특별법도 이렇게 하더니, 현 정부는 법에 의존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법을 침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시장은 "정부의 '복지 방해'가 도를 넘고 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이는 시민의 복지권 침해, 지자체의 자치주권 침해, 민주주의의 기본인 3권분립(의회의 입법권) 침해라는 3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헌법소원도 냈지만, 정책 하나를 포기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와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니만큼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文 "정권·의회권력 교체해야"…朴 "그전에 대타협기구라도 만들자"
박근혜 대통령의 '말 바꾸기'도 도마에 올랐다. 박 시장은 "박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시도지사들을 초청해 '보편적 복지는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해서 '이 분이 복지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구나' 했는데 (취임 이후에는) 바뀌더라"며 "박 대통령이 과거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에도 국가와 지자체의 상호 협력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도 "시간 나고 틈이 나는 대로, 과거 야당 때 하셨던 말씀들이나 대선 공약들을 다시 읽어보시면 역사에 남는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비꼬며 "국정교과서도 반대했지 않나. 보육 국가책임제 공약했지 않나. 그런데 (누리과정) 예산에 반영된 것은 0원"이라고 날을 세웠다. 문 대표는 그러면서 "제 생각에 해법은 정권교체밖에 없다"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궁극적 해결책은 정권교체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에 앞서 총선에서 의회권력부터 교체할 필요가 있다"며 "입법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단 박 시장은 문 대표의 이같은 말에 대해 "정권교체는 반드시 해야 하는데 (대선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며 "그 전에라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어 보자"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사회보장과 복지는 시대의 가장 큰 요구"라며 "함께 의견을 모아가고 사회적 논쟁과 토론을 해가는 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당에서 주도하거나 정부 또는 국회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문 대표는 "청년정책이 청년들만을 위한 대책이 아니다"라며 "어르신들은 '왜 청년정책만 하느냐'고 말씀하실 게 아니다"라고 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고령화 (추세) 속에서 어르신들을 누가 부양하느냐"는 것. 그는 정치 혁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젊은이들이 나서야 한다"며 "어르신들은 이렇게 고통받으면서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박근혜 정부를 잘한다고 지지하고 있다.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어르신들에게는 없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문 대표의 이 발언 직후 마이크를 넘겨받아 "청년들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어르신도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어르신들 중에도 좋은 분들이 많다. 우리 지지세력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문 대표의 발언을 보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