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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기록으로 저항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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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기록으로 저항하다(2)

[크라우드 펀딩] 4대강 기록관 건립 공공예술 프로젝트 ③

이명박 정부의 '국가 개조 프로젝트'였던 4대강 사업, 그리고 7년. 그동안 아픈 눈으로 강과 강 주변의 변화를 지켜보았고, 그 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았으며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지율 스님과 예술가들이 '4대강 기록관'을 지으려 합니다. 기록관은 모래강 내성천의 개발을 막기 위해 내성천의 친구들이 한평사기로 마련한 내성천 하류, 낙동강과 인접한 회룡포 강변 대지 위에 세워지게 됩니다.


이 연재는 기록관 짓기에 함께할 여러분을 초대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펀딩 바로가기)


4대강 착공식 뉴스를 듣고 산에서 내려와 강길을 떠돌던 시간 속에서도 가끔은 가슴 뛰던 날이 있었습니다. 2011년, 회룡포 하류에 추진 중이었던 두 개의 보 계획을 막기 위해 '한평사기운동'을 시작해서 600여 평의 사과밭을 구입했을 때와 2014년 추진된 내성천 정비사업을 막기 위해 회룡포 강변에 450평의 땅을 구입한 후, 계획을 취소시켰을 때가 그런 날이었습니다.

1평의 지주였기에 '영주댐 중지 가처분' 소송에서는 원고의 권리를 인정받았고, 현재는 영주댐 철거를 위한 본안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리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되기 전부터 내성천과 낙동강의 원형과 변화를 꼼꼼히 기록한 자료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논리를 세워갈 수 있었습니다.

1. 낙동강 제 1경 경천대

낙동강 제 1경이라고 부르는 경천대 회상 강변의 공사가 시작된 것은 2010년 초겨울이었습니다. 서리가 내린 강변에서 하루를 시작했고, 해가 넘어가면 자전거를 타고 온기 없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두 달 동안 매주 경천대 사진을 들고 서울 거리를 걸었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무관심했고 당시 시민사회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습니다.

▲ 경천대. 2010년 12월 ⓒ지율

오히려 관심을 보인 쪽은, 4대강 홍보부장이었던 차윤정 씨였습니다. 그녀는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강, 모래, 풍경, 그리고 지옥'이라고 하는 제목이 붙은 편지글을 제게 띄웠습니다.

그녀는 편지글 서두에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스님께서 보여주신 낙동강의 모래 풍경 사진에 대한 구체적인 실체를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스님, 지금 스님께서 붙들고 계신 낙동강의 풍경은 생태적 실체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풍경은 환경과 구분되어야 합니다.'라는 훈계조의 글로 시작되었고, 모래가 가득한 강을 '생물들의 지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제 그녀가 지옥이라고 부르던 깨끗한 모래사장은 큰빗이끼벌레 가득한 검은 강물이 넘실거리는 곳으로 변했고 아이들은 강으로 내려설 수 없게 되었습니다.

▲ 2009년과 2015년의 경천대 회상강변 ⓒ지율

2. 생명들의 땅 오리섬

2009년 3월, 마을 사람들이 오리섬이라 부르는 강변을 지났습니다. 그러나 그 섬에 들어가본 것은 그해 가을이었습니다.

▲ 오리섬 ⓒ지율

그들이 지옥이라 부르는 모래 위에는 수없이 많은 발자국이 생명활동의 실체를 이야기해주고 있었습니다.

▲ 오리섬 ⓒ지율

낙동강에서 버드나무 군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칭송받던 오리섬의 동쪽 강변에는 드라마 상도와 황진이를 찍었던 mbc 세트장이 있고 건너 강변에는 영남의 으뜸 서원으로 불리는 1606년 세워진 도남서원이 있습니다.

3. 구미 강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시구절을 남긴 소월의 시비와 한용운 스님의 '나룻배와 행인'이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는 남구미 강변은 일제 강점 일본인들이 가장 탐내던 곳이라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감탄한 푸른 보리밭, 흰 백사장은 구미강변에서는 그저 평범한 풍광이었습니다. 이제 그 풍광이 사라진 자리에 시비만이 남아 전설이 된 강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 남구미강변 2009년 ~ 2015년 ⓒ지율

4. 달성습지 강정들 화원나루

낙동강과 금호강의 합류지점 상류에 만들어진 강정들은 10리길 둔치로 큰물이 들지 않으면 삼모작도 가능한 비옥한 땅이었습니다. 낙동강 본류 쪽으로는 대구 취수원이 있었고 금호강 건너에는 아름다운 달성습지가 자리하고 있었으며, 하류에는 대구시민들의 휴식처인 화원 유원지가 있었습니다.

▲ 달성습지 ⓒ지율

달성습지의 나무들은 물에 잠겨 고사하고 있으며,


▲ 디아크 전시관 ⓒ지율

10리길 강정들의 긴 고랑에는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하는 '디아크'라고 이름 붙은 전시관이 댕그렇게 세워져 있습니다.

▲ 달성문화의 전통을 복원한다며, 생계를 이어가던 40여 가구 주민들을 타지로 내몬 후 세운 화원유원지 전경 ⓒ지율

5. 그들이 강에서 '본 것'은 우리가 '잃어버릴 것'이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계획한 사람들이 '강에서 본 것이 무엇일까?' 토건 대통령과 국내 10대 토건기업들이 6개월간의 컨소시엄으로'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하는 의문이 제가 산에서 내려온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들은 대체로 헬기를 타고 다니며 강을 보았을 것이며, 지도를 펴서 자신들이 본 것을 빼곡하게 그려 넣었을 것입니다. 그 계획들은 지금 차근차근 소리 없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들의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한 특별법들이 소리 없이 추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강에서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그들이 본 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본 것은 우리가 잃어버릴 그 무엇이라는 사실입니다.

▲ 2009년 6월 배포된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

위 청사진은 2009년 6월 배포된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입니다. 제방, 비닐하우스, 생태공원이 중복된 강변은 개발계획들이 세워져 있는 곳이거나 잠재적인 개발지입니다. 그들이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본 것은 강이 아니라, 강변 농경지들이며 이러한 개발후보지는 대구 이남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강정보 주변의 '에코워터폴리스' 개발 구상이나 달성보 하류에 세워지고 있는 대구 싸이언스파크, 밀양의 하남국제비행장 유치추진지역 등은 4대강 사업과 연계되어 있었으며, 어김없이 주변엔 수변공원이 세워져 있습니다.


강이 범람하면서 수천 년 동안 조리질해서 만든 옥토들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 사업들이 4대강 사업의 연속성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에 별다른 자각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자본이 강에 손대는 것보다, 강이 만들어 놓은 주변 농경지에 손을 대는 일에 더 깊은 슬픔과 비분을 느낍니다.

▲ 구지 화산들 대구싸이언스파크 2009년 ~ 2015년 ⓒ지율

여의도 면적의 3배 가까이 되는 대구 싸이언스파크는 구지강변에서 퍼올린 준설토로 매립한 부지이며. 2008년에 제정된 산업단지 인허가절차 간소화 특례법에 의해 신속히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법안들은 4대강사업과 함께 시행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도시가 낙동강변이 아닌 지류에 위치했던 이유는 강의 범람 때문이었지만, 준설토 매립으로 이제 강은 범람하지 않는 개발지가 되었으며 그들의 표현과 시선을 빌리면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개발과 그로 인한 부의 산출이 '선'처럼 표현되고 있는 이 시대를 어떻게 진단해야 돌이켜 갈 수 있을까요?

▲ 국제비행장 유치 예정지로 주목되고 있는 밀양시 하남강변 2009년과 2011년 ⓒ지율

4대강 사업은 사회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합니다. 특히 농촌의 붕괴, 전통의 붕괴가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뿌리가 상하면서 본체가 비대해지는 상황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내일은 수없이 많은 오늘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시공간이지만 우리는 내일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 뒤에 올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힘든 시간을 겪게 될 것이며, 필연적으로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우리 시대가 저지른 부끄러운 기록들을 계속하고 그 강변 한 기슭에 4대강 기록관을 세우려는 이유는 뒷사람들에게 '4대강 사업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이었는지 알리는 교훈'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 남지 용산리강변. 감자를 캐던 사람들은 일용직으로 전락하였고 감자를 캐던 손에는 호미대신 벽돌사이의 잡초를 제거하기 위한 커트칼이 들려있다. ⓒ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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