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수도권 의원들이 당 내홍사태 해법으로 문재인·안철수 공동 비대위원장 방안을 내놨지만 안철수 의원 쪽은 시큰둥합니다. '기존의 문안박 연대와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다를 게 없습니다. 공동대표로 가는 방안과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가는 방안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공동 비대위원장 방안뿐이겠습니까? 3선 이상 중진들이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는 공동 선대위원장 방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명함에 새겨지는 직함 글자 수만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안철수 의원 쪽의 반문은 논리적으로 맞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죠? 논리의 영역에서 벗어나 생동하는 실제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문안박 연대는 문재인 대표가 제안했지만 공동 비대위원장 방안은 수도권 의원들이 제안했고, 공동 선대위원장 방안은 중진들이 제안하려고 합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 명이, 어느 쪽도 아닌 중립지대에 있는 의원 수십 명이 제안한 겁니다.
이게 다른 점입니다. 개인이 아니라 다수가, 경쟁이 아닌 협력을, 압박이 아니라 호소하고 있는 점이 다른 겁니다.
이런 차이는 안철수 의원에게 자가 조정의 여지를 선사합니다. 논리적으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대처할 여지를 선사합니다. 대승적 결단의 모양새를 연출할 여지를 선사하는 것인데요. 당내 다수 의견을 받아들여 선당후사의 결단을 내리겠다고 선언하면 스타일 구김 방지 효과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문재인 대표와의 대치전선에 퇴로를 열 수도 있으니까요.
안철수 의원이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후폭풍은 거셀 겁니다. 안철수 의원 쪽에서 썼던 논리적 접근법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권 의원들이나 중진들이나 모두 안철수 의원이 주장했던 혁신전대 개최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카드는 다수에 의해 탄핵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속사정이 통합 중재란 포장지에 의해 가려져 있을 뿐인데 안철수 의원이 이 중재안마저 걷어차 버리면 속사정은 가감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다수가 통합을 명분으로 중재에 나선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명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중재를 거래 시도로 폄하할 수도, 야합 모색으로 취급할 수도 없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거부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합니다. 아무리 좋게 봐도 개인의 고집, 나쁘게 보면 개인의 몽니가 될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칩거에 들어가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당원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파격이나 획기적인 이벤트"를 크게 강조한 바 있는데요. 그 파격적 이벤트의 시나리오가 본인의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사사로운 감정은 접고 당원과 국민의 염원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선언, 이것처럼 감동을 이끌어내는 획기적 이벤트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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