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비주류와 갈등을 겪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른바 '친노' 그룹의 정치적 거취를 먼저 정리하며 강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복역 중인 한명숙 전 총리를 탈당시키고, 내년도 총선 출마설이 돌았던 자신의 측근들을 설득해 주저앉히는 초강수가 동원됐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10일 오후 브리핑에서 "문 대표가 지난 8일 구속 수감 중인 한명숙 전 총리에게 한 전 총리의 측근을 보내 '한 전 총리 스스로 당적 문제를 정리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문 대표는 한 전 총리의 결백을 믿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추어 정치적인 거취를 결단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한 전 총리가 이에 대해 "문 대표와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탈당하고,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결백을 입증하는 외로운 투쟁을 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조만간 자진 탈당계를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또 "문 대표는 최근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측근 단체장들이 총선 출마를 포기하도록 직접 설득했다"며 "문 대표는 9~10일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과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출마설이 돌고 있는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을 따로 만났고 이 자리에서 세 사람 모두 불출마하는 것으로 거취를 확실하게 정리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표는 이들에게 "지역 사정에 따라서 총선에 나가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역 단체장 사퇴 후 출마가 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며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먼저 헌신하는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들 세 사람은 문 대표와 함께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이들이다.
김 대변인은 이어 "문 대표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양정철 전 홍보기획 비서관, 윤건영 특보 등 최측근 세 사람에 대해서도 총선 불출마 입장을 재확인한 뒤에 이를 알려 불필요한 당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세 사람들이 이미 불출마 입장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 일각에서 계속 출마설이 나도는 상황을 의식, 근거 없는 '측근 챙기기' 의혹을 직접 해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의 이같은 전격적 행보는 혁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비주류와의 명분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한 전 총리의 당적을 정리한 것은 안철수 전 대표가 주장했던 10개 항의 혁신안 가운데 '부패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당원은 즉시 제명 조치하라'는 항목을 떠올리게 한다. 칩거 중인 안 전 대표에게 탈당의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친노 원로'로 꼽히는 한 전 총리에게도 탈당계를 받아낸 만큼, 부패·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새정치연합 정치인들은 무언의 압박을 받게 됐다.
또 문 대표의 측근 인사들에게 총선 불출마를 권유해 확답을 받아낸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질 인적 혁신, 이른바 '물갈이'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여름부터 이어진 혁신 논쟁에서 제시된 화두 가운데 하나인 '육참골단(살을 내주고 뼈를 취함)'이 자연스레 연상된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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