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일 새벽 '박근혜 대통령 관심 법안'인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의료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자, 보건의료단체는 "정부와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의료 민영화가 낳을 문제들에 책임져야 한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의료 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료 민영화 저지 범국본)'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의료 민영화를 반대한다고 말해 온 새정치민주연합이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소위 '경제 민주화'법을 거래했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고 맹비난했다.
의료 민영화 저지 범국본은 "새정치민주연합은 독소 조항을 제거했다고 하지만, 법의 근본 목적 자체가 의료 기관들이 돈벌이를 위해 해외에 영리 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정부가 금융과 세금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과된 법에는 이 근본이 훼손되지 않고 살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병원들이 해외에 영리 병원을 설립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지 않는 한, 이 법은 국내 병원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수단으로 벌어들인 돈을 빼돌려 해외에 영리 병원을 만들어 돈벌이하는 것을 촉진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이는 국민의 건강과 국내 의료 체계에는 악영향을 끼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국내 병원의 외국 진출과 외국인 환자 유치에 대해 정부가 금융과 세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하지만 이 법에는 국내 병원이 외국에 영리 병원을 세우는 것을 막는 조항이 없어, '의료 영리화'를 가속화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경제 활성화법'이라고 규정하며 통과를 압박하자, 여야는 이날 새벽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의 대안 법안인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으로 대체해 합의 처리했다. 대안 법안에는 '국내 비영리 병원의 국내 영리 병원에 대한 우회 투자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의료 민영화 저지 범국본은 "우회 투자 금지 조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복지부 승인을 기다리는 제주 녹지국제병원만 해도 국내 병원이 중국을 우회해 국내에 영리 병원을 세우려는 시도이고, 이 법은 이런 시도에 날개를 달아준다"고 반박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국내 병원이 국외 법인을 통하지 않고 국내 영리 병원에 우회적으로 투자할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면서 "투자자를 밝히지 않은 사모펀드를 통해 우회 투자할 수도 있고, 공동 투자 형식이나 계열사를 이용해 우회 투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 정책위원장은 "예를 들어 삼성이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아 외국에 영리 병원을 세운다면, 해외 투자자가 국내 영리 병원에 다시 투자하고, 삼성 내 다른 계열사가 국내 영리 병원에 투자하고, 영리 병원 운영은 삼성서울병원에 맡기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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