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3일 새벽까지 이어진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및 법안을 처리했지만, 원내 교섭 단체가 아닌 정의당을 중심으로 국회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이날 아침 당 지도부 회의에서 "'대통령 관심 법안 대행사'로 전락한 집권 여당이나, 지역구 예산 확보에만 혈안이 된 제1야당에게는 철저한 예산 심의도 민생 입법 처리도 관심 밖의 일이었다"며 "선거를 목전에 둔 의원들은 꼼꼼한 예산 심의는 뒷전으로 한 채 지역구 예산 따기에 혈안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을 겨냥해 "지역구 예산 몇 푼에 민생 법안을 맞바꾸는 제1야당의 무책임과 무기력함에 화가 난다"고 지적하면서 "예산을 통과시키는 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을'이 되어 끌려다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야 합의로 통과된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는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는 외면하고 소수 재벌의 특혜는 챙겼다"고 비판하며, 특히 이 법안은 처리 과정에서 상임위 의결도 없이 바로 본회의에 직권상정됐다는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정진후 원내대표 역시 "자기 당과 지역 예산 챙기기, 법안 끼워넣기"라고 여야 교섭 단체의 의사 일정 진행을 비판하면서 "관광진흥법의 경우 심사 기간 마감 5분 전에야 상임위원장에게 심사 기간 지정을 통보할 정도였고, 예결위원조차 본회의 1~2시간 전에야 정부 예산안의 개략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입수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전날의 여야 협상 및 본회의 의사 일정 진행에 대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 처리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며 "우리 당이 새누리당의 예산안과 법률안 연계 전술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햇다는 점을 무겁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을 탓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민생 예산을 확보하자는 우리 당의 목표가 충분히 달성이 안 됐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3~5세 무상 보육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담았던 우리 당의 목표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누리 과정 예산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가짜 경제활성화법'인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관광진흥법 등이 마치 예산 부수 법안이라도 되는 양 야당을 압박하는 여당의 전략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고, 그에 맞서 민생 법안 하나라도 끼워넣으려는 야당의 노력은 정말 안타깝고 눈물겹다"며 "정부·여당에 맞서 정말 힘겹게 버텼다"고 자평했다.
김 의원은 보건복지위 소관 법률인 국제의료사원지원법 제정안에 대해 "이름부터 알맹이까지 완전히 바꿨다. 외국인 환자가 브로커에 속아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엄격하게 규제·관리(할) 의무를 넣음으로써 국격이 흔들리지 않게 잘 만들었다"고 설명하면서 "관광진흥법도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날 본회의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는 '차라리 예산안을 정부 원안으로 하자', '우리가 목숨 걸고 하고 싶어했던 법안은 다 빠져 있다. 이런 합의를 왜 하느냐'는 등 원내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일부 의원들에게서 나오기도 했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