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쟁점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이다. 남측은 이들 사안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합의되면 이산가족 문제도 폭넓게 풀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을 포함한 향후 남북관계의 핵심 변수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태도가 될 전망이다.
충분히 가능하고도 유력한 해법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함께 합의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금강산에서 이뤄져 왔고, 또한 면회소도 있다. 북한도 고(故) 박왕자 씨 피살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과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은 7년 넘게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박근혜 정부도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미신
두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저하는 본질적인 이유에는 두 가지 생각이 똬리를 틀고 있다. 하나는 금강산 관광 대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또 하나는 북한 붕괴론에 대한 미련이다. 그런데 이들 두 가지는 미신에 가깝다. 이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7년여간의 경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오히려 강화되어왔다. 일례로 관광 사업이 이뤄졌던 1998년 1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북한은 한 차례의 핵실험과 한 차례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했다. 반면 관광이 중단된 이후에는 두 차례의 핵실험과 세 차례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있었다.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는 금강산 관광과 같은 남북경협과 연관된 것이 아니라 6자회담 중단과 같은 한반도 정세 악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여전히 북한 붕괴론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좀 더 옥죄면 곧 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북한에게 현금이 가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동기는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이 역시 미신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북한의 경제난은 조금씩 완화되고 있고, 특히 최악의 식량난에서 벗어난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 경제 사정의 호전은 대북 제재가 강화되어온 시기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이는 제재 위주의 대북정책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결론적으로 금강산 관광 중단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데에도, 북한의 경제적 붕괴를 유도하는 데에도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때린 주먹이 아프다'는 것을 보여주듯, 관광 중단에 따른 남측의 피해가 1조 4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 정부가 미신에서 벗어나 관광 재개에 나서야 할 이유가 아닐 수 없다.
환상의 나비 효과를 일으켜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이산가족 문제를 포괄적으로 풀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북정책인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의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다. 설악산 북쪽과 금강산 남쪽은 강원도 고성군에 걸쳐 있다. 세계적인 명산인 설악산과 금강산을 연계하는 관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접경 지역을 DMZ 세계평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이곳에는 남북을 잇는 도로가 멋지게 닦여 있다. 또한 동해선 철도도 연결되면 남북한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까지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를 연결할 수 있다. 이것도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적자 올림픽'이 우려되고 있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금강산 관광 재개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그리고 평창 올림픽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나비 효과'를 잉태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박근혜 정부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미신에서 깨어나는 데에 있다.
모쪼록 박근혜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환상의 나비 효과를 일으키기를 기원해본다. 필요하다면 관광 재개와 함께 설악산-금강산 접경 지역에 1차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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