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매체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아온 사람의 하나로서, 주위의 모든 분들께, 그들의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리고 싶다. 신경숙을 비롯해 여러 작가의 표절 혐의에 대해 무시하거나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해당 작가를 위해서나 전혀 적절한 대응이 아니었다."
소설가 신경숙의 남편이자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남진우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부인의 표절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이번 달 출간된 월간 '현대시학'과 '21세기문학' 겨울호에서 표절 논란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남 교수는 다음 달 출간 예정인 월간 '현대시학' 권두시론에 '표절의 제국 - 회상, 혹은 표절과 문학권력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1992년 시작된 이인화의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의 표절 논란을 언급하며 당시 문인들과 문학공동체가 표절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읊었다. 또 이인화의 표절 사태 여파로 계간 '문학동네'가 창간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이인화의 표절 사태로 출범하게 된 '문학동네'의 원년 멤버들이 또 다른 표절 논란으로 편집위원에서 물러나게 된 현상은 삶의 쓰디쓴 아이러니를 되씹게 한다"며 "제1기 편집위원들은 신경숙 사태의 책임을 나눠갖는다는 의미에서 문예지의 편집과 기획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진우·류보선·서영채·신수정·이문재·황종연 등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들은 이번 겨울호를 마지막으로 퇴진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표절 사안에) 사과를 해야 한다면 마땅히 창간 때부터 '문학동네'의 문학 담론을 주도해온 원년 멤버 중의 하나가 해야 한다"며 "늦었지만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나를 포함해 그동안 한국 문학의 일선에서 주도적으로 일해온 많은 사람이 오만했던 게 틀림없다"며 "그들은 문학권력이라는 말을 거부했지만 실은 권력의 은밀한 단맛에 길들여져 있었고, 살펴야 할 일을 등한히 했고, 진작 했어야 할 일을 그냥 미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인으로부터 비롯된 표절사태가 한국문학에 새로운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작가 개개인에게도 한국문학 전체에도 이 사안은 엄청난 시련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일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느냐에 한국문학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여겨질 정도다. 진화의 도상에 있는 한국문학에 이 사태가 재앙만이 아닌 새로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라고 마무리했다.
남 교수는 부인의 표절 논란 전 '표절 킬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른 문인의 표절 문제를 신랄하게 다뤘던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이다. 그는 부인의 표절 논란 이후 5개월 동안 침묵해 많은 비난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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