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인 황정아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HK교수(문학평론가)가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을 두고 "무차별적 단죄"라고 규정하고,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낱낱이 열거하며 비판했다.
표절 의도가 없는 '결과적 표절'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로 "깊이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는 논지다. '의도적 표절'과 '결과적 표절'이 다르며, '의도적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들은 자신의 주장이 과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 교수는 7일자 '창비주간논평'에 "표절 논란, '의도'보다 '결과'가 본질이라면"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무차별적 단죄의 태도로 한국 문학의 폐허를 끝없이 증언하거나 사실관계의 분명한 확인 앞에서 슬쩍 빠져나가는 무책임한 자세를 넘어, 표절에 관한 한층 자유롭고 정확하며 깊이있는 논의를 이어가는 길이 그 작업의 의의를 충실히 살리는 길"이라며 신경숙의 '전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역공했다.
황 교수는 여러 차례 신경숙 표절 의혹 사태를 보도한 <한겨레> 최재봉 기자의 글 중 "작가의 주관적 의식 영역에 해당하는 문제를 놓고 의도적 베끼기라거나 그것이 아니라거나 어느 한쪽으로 주장하자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라는 대목을 두고 "결과로서 발생한 문자적 유사성이야말로 표절의 핵심 혹은 본질이라는 말"이라며 신경숙은 이미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결과적 표절은 인정했다고 두둔했다.
이어서 그는 "의도적 절도로서의 '전설'이나 상습범 신경숙을 단정했다가 그간의 논의를 통해 '의도'를 가정한 비난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새삼 발견한 것이라면 스스로 그러한 비난에 얼마나 동조했는지도 솔직히 밝히는 게 옳다"고 질타했다.
황 교수는 이번 논란의 불씨를 댕긴 소설가 이응준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기고를 놓고도 "의식적으로 도용(盜用)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는 대목을 두고 "문제제기의 출발점에 '표절=의도적인 절도' '신경숙=상습절도범'이라는 프레임이 분명 있었으며, 한동안의 논의와 보도에서 이런 프레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나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앞서 최초로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정문순 문학평론가의 "실력이 달리는 작가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서 의도적으로 기획되고 전략적으로 띄워진다면 과부하를 견뎌내기 힘들 것"이므로 "신씨가 상습표절을 저지르는 '괴물'이 될 때까지 문학인들은 적극적으로 동조하거나 방조해온 셈"이라는 내용을 놓고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했다.
최재봉, 이응준, 정문순 등 신경숙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들이야말로 자기반성과 사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황 교수의 글은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들의 글 중 일부를 부분적으로 차용해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함으로써 논의의 핵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이를 통해 신경숙과 창비를 두둔하려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애초 창비가 약속한 "후속 조치"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창비 측이 백낙청 <창작과비평> 발행인에 이어서 황정아 교수 같은 편집위원까지 동원해 신경숙 작가의 입장을 옹호하고, 더 나아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역공하는 모습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문학계 안팎의 대부분은 작가뿐만 아니라 창비가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데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계 안팎의 대부분은 작가뿐만 아니라 창비가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데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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