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집회·시위 중 복면 착용을 금지 및 처벌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복면 금지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법안이 '집회 참가자는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는 '위헌' 법안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년 10월 30일 집시법 11조 1호(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부분)는 '위헌'이라고 결정하며, 헌법 21조 1항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의 의미와 보장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이했다.
당시 나온 결정문을 보면,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주최자는 집회의 대상, 목적, 장소 및 시간에 관하여, 참가자는 참가의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7대와 18대 국회에서도 번번이 추진됐던 '복면 금지법'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거나 통과되지 못했던 것은 이 같은 위헌 소지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2009년 6월 "복면 금지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중대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내며 헌법재판소의 2003년 결정을 재강조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이 같은 헌재 판례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외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복면 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 것에 부응해 복수의 복면 금지법안이 당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첫 테이프는 새누리당 소속의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끊었다. 그는 25일 오전 복면 착용 금지와 대학입시 전형일 시위 제한을 골자로 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를 공식화했으며, 뒤이어 이노근·박인숙 의원 등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추가 발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과 박 의원이 발의할 법안에는 복면 착용 금지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500만 원 상당의 벌금형에 처하게끔 하는 처벌 조항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여당의 강력한 의지와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복면 금지법은 끊임없는 '위헌 소지'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거란 게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판사 출신의 이정렬 변호사는 이날 팟캐스트 <시사통>과 한 인터뷰에서 "집회 방법뿐 아니라 복장을 규율하겠다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명백히 위반되는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 또한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복면 금지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은 논란조차 되지 않는, 모든 법학자들이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검증된 폐기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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