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국민적 저항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국정 교과서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회를 비공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도 "집필진 보호가 이뤄지지 않으면 새 집필진을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집필진 비공개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면 위 비공개 결정이 과연 적법한지, 비공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 법률을 바탕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감법)이고 두 번째는 '공공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다.
우선 국회증감법부터 살펴보자. 국회증감법 제4조는 "국회로부터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증언의 요구를 받거나, 국가 기관이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 증언할 사실이나 제출할 서류 등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국정화 사례에 적용하면 국회가 국정 교과서 주무 기관인 교육부, 국사편찬위원회 및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관계자들에게 증언이나 서류 제출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다만 예외 조항이 있는데 "군사·외교·대북 관계의 국가 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때에만 국회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 집필진 및 편찬심의위원 명단은 군사·외교·대북 관계의 국가 기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러한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회 명단에 관한 서류와 증언에 대해 비공개로 버틴다면 어떻게 될까. 국회증감법 제4조 2항에 따르면 "국회는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여 해명하도록 하거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최악에는 증언을 요청받은 관련 공무원들은 징계 및 징역형(위증 등의 죄)도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다루고 있는 정보공개법도 살펴보자.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6호에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한해서 비공개할 수 있다.
그러면 국정 교과서 집필진 및 편찬심의위원회 명단 공개가 위 조항에 해당하는 것인지 알아봐야 한다.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6호 단서 조항에는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직업"은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국정 교과서 집필진 및 편찬심의위원회 경우가 정확히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이 조항에 따라 현재도 각종 연구 용역서 연구 책임자 및 연구 참가자, 각종 위원회 및 심의위원회 명단 등의 공개가 상식처럼 되어 있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정책 연구 관리 시스템(프리즘)에도 각종 연구 보고서 책임자들의 성명과 소속이 공개되어 있고,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 몇 차례 검색만 해보더라도 각종 위원회와 심의회 명단이 공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법 조항이 이렇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비공개하고 있는 것을 공개로 전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정보 공개 청구를 하더라도 얼마든지 비공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정보공개심의회에서도 주무 부처의 뜻과 달리 대국민 공개를 관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 공개 청구는 행정 심판 및 소송이라는 절차를 가지고 있다. 만약 정보 공개 청구자가 비공개 결정에 불응하여 행정 심판 및 행정 소송을 제기할 경우 행정심판위원회나 법원에서 비공개 결정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 필자의 오랜 정보 공개 청구 경험으로 위 사례는 당연히 공개되는 사안이다. 위 기관에서 공개 결정을 할 경우 정부에서 비공개를 고집한다고 하더라도 강제 공개가 가능하다. 결국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3년 안에 공개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요약하면 정부에서 국정 교과서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회 명단 비공개를 무리하게 유지하면 국회증감법에 따라 공무원들이 징계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비공개를 유지하는 것 그 자체도 행정심판위원회 및 법원에 의해 어렵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영원한 비공개는 있을 수 없고, 비공개를 유지하려면 수많은 갈등과 비용만 발생시킬 뿐이다.
필자는 국정 교과서 채택도 반대이지만 이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집필진 및 편찬심의위원회 명단을 비공개로 일관하는 것은 '적법'하지도 '적합'하지도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비공개는 그자체로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비공개를 하는 순간 곰팡이는 서서히 자라고 후에 햇볕을 비추는 순간 그 추악한 모습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정부는 정보공개법 외국 명칭이 선샤인 액트(Sunshine Act)라고 부르는 이유를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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