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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생존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현장]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뉴스펀딩 데이'

프레시안이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바뀐 지 3년째다. 막연한 비전이 아닌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 과연 프레시안은 협동조합 전환 당시 독자와 조합원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 있나.

강양구 프레시안 편집부국장이 간단히 정리했다. 지난 2013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며 내걸었던 가치는 크게 네 가지였다. 생명, 평화, 평등, 협동. 적어도 방향성만큼은 놓치지 않았다는 자평이었다. 지난 6월 '메르스 사태' 당시 <프레시안>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정부 방침을 용감하게 거슬렀다. 그리고 메르스 발생 병원 이름을 최초로 공개했다. 소송 위험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권력자의 체면, 병원 자본의 이윤보다 중요한 게 시민의 생명이다. 언론 협동조합의 첫 번째 가치 지향이 '생명'이었으므로, 실명 공개를 감행했다.

'바스락' 소리 모아 '천둥'처럼


적어도 길을 잃지는 않았다. 처음 내건 방향대로 가고는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방향을 안다고 꼭 목적지에 닿는 건 아니다. 중간 중간에 밥도 먹고 물도 마셔야 한다. 안 그러면, 중간에 쓰러진다.

강 부국장이 모처럼 양복을 차려 입고 나선 건, 사실 그래서였다. 지난 11일 오후 4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뉴스펀딩 데이'를 진행했다. 처음 약속한 방향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후원하는 자리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날쯤 되겠다.

▲ 박인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박인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은 이날 "민주주의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나"라며 말문은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밀어붙이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주의가 후퇴할 때, 먼저 망가지는 게 약자와 소수자의 삶이다. 낙엽이 밟히듯, '바스락' 소리만 내고 으깨진다. 박 이사장은 <프레시안>이 내는 소리 역시 지금은 '바스락'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모아 천둥처럼 울리게 하는 게 약자와 소수자 편에 선 언론의 역할이다. 박 이사장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하필 이날 행사가 열린 장소 이름도 서울시민청 바스락 홀이었다.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미화 씨는 나비의 날갯짓이 모여서 큰 바람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모인 이들이 날갯짓을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 방송인 김미화 씨. ⓒ프레시안(최형락)


"'연탄가스 중독'으로 조용히 죽어가는 민주주의"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축사를 했다. 원로 언론인이며 <프레시안>의 오랜 필자인 남 전 장관은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가 경영난을 겪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부가 집행하는 광고비를 보수 혹은 극우 매체가 독점한다는 내용이다. "국민 세금으로 집행하는 광고가 특정 성향 매체에만 쏠려 있는 건 잘못"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나서서 신호를 보내니, 기업도 따라한다"라고도 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는 기업 광고도 싣기 어렵다는 것.

이런 상황은 언론사의 경제적 생존 문제만이 아니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특정 성향 매체만 살찌우고, 비판 성향 매체는 말려 죽이는 상황은 민주주의의 후퇴와 맞물려 있다. 남 전 장관은 소리 없이 죽어가는 한국 민주주의를 "연탄가스 중독"에 비유했다.


▲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아울러 남 전 장관은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학자, 전문가들에게 현 상황을 정확히 담아낼 개념을 창안 해달라고 부탁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 모인 이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프레시안>의 오랜 독자, 필자들이다.

"돈 안 되는 언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달라"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안병욱 4.16연대 진상규명 국민참여 특별위원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정세균, 전병헌, 박광온, 유인태, 이원욱 의원, 박정 국제위원장, 박용진 전 대변인, 정의당 조성주 미래정치연구센터 소장 등 정치인도 자리를 지켰다. 차성수 금천구청장, 이상이 복지국가 정당 추진위원장, 이영기 변호사,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김종배 시사평론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등도 있었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 백경학 푸르메 재단 상임이사, 송기호 변호사,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 이재봉 원광대 교수,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윤효원 인터스트리올 컨설턴트 등 프레시안 주요 필자와 <살림이야기>, <뉴스컬처>, <인천뉴스>, <비즈니스워치> 등 프레시안과 교류하는 매체 주요인사들도 함께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동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보냈다. 박 시장은 "협동조합은 시민의 힘으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프레시안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담긴 말이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프레시안>이 창간 이후 지금까지 품격 있는 보도를 해 온 데 대해 독자 입장에서 감사하다"라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축하와 기대, 당부가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돈 안 되는 언론사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 달라"고 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이인제, 나경원 의원, 새정치연합 설훈, 유성엽, 조경태, 윤관석, 유승희, 유은혜, 은수미 의원 등도 축하의 뜻을 전해왔다.

이후 기타리스트 박주원과 정솔의 공연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이 귀를 기울이는 사이에도 다양한 축하 메시지가 도착했다.

▲ 우측부터 이부영 전 의원, 안병욱 교수, 안철수 의원, 전병헌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 남재희 전 장관과 인사를 나누는 정세균 의원(좌측)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생존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임경구 협동조합팀장이 행사 말미에 연단에 섰다. 과거 편집국장으로 <프레시안> 지면을 책임졌던 그는, 지금 제대로 된 협동조합을 꾸리는 일에 전념한다. 임 팀장은 "프레시안 생존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실제로 <프레시안> 기자들 역시 이런 질문을 수시로 받는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던데, 그거 해서 어떻게 먹고 사나."

기자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출자하고, 기존 주주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1인 1표'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됐으며, 독자와 필자들이 소중한 돈을 내놨다. 언론 협동조합이라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실험'은 그렇게 시작했다. 시도 자체만으로도 일단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협동조합 전환 첫 해인 2013년, 프레시안은 '송건호 언론상'을 받았다. 기자 개인이 아닌 언론사가 상을 받은 건 드문 일이다. 이후,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조합원 2600여 명, 후원회원 200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임 팀장은 "(한국) 전체 협동조합 가운데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질적인 변화도 있었다. 임 팀장이 든 예는 '열린 프레시안 모임'이었다. 정보기술(IT) 관련 일을 하는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모임이다. 이들은 <프레시안> 웹사이트 및 모바일 페이지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기술 지원을 한다. 그냥 돕는 차원이 아니라, 기술에 둔한 편집국 기자들을 앞에서 끌고 간다. 실제로 편집국 회의에 참가해 기자들에게 기술 강의도 했다. 이에 대해 임 팀장은 "기술 개발은 거대 자본의 투입으로 이뤄진다는 통념을 깼다"고 설명했다.


▲축사를 하고 있는 남재희 전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이날 저녁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흩어졌다. 대화 주제는 대개 '협동조합으로 먹고 살기' '돈 안 되는 기사를 쓰는 매체가 살아남기' 등이었다.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이라는 가치를 쫓는 프레시안 식구들이 남은 먼 길을 걸어갈 힘을 꽉 충전했던 하루였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창간 14주년 기념 '뉴스펀딩데이'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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