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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의 '국민 마음 혁명', 가능할까?

[분석] 박근혜 '사명감'에 밀린 與 의원들…"나 떨고 있니"

공안 검사 출신 국무총리가 전면에 나섰다. 황교안 총리는 대국민 담화의 내용을 국정 교과서의 필요성 역설보다는, 주로 기존 교과서의 '좌편향'을 문제삼는 것으로 채웠다. 공안 검사 출신 총리가 검인정 교과서를 유죄로 기소했다는 지적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흡사 공소장을 읊어내려가는 것 같았다.

이런 모습은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났던 일관된 흐름은 보다 또렷해지고 있다.

국정화는 전략 아닌 정언명령미래 유권자의 마음을 수정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이 정권이 역량을 집중했던 이슈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정권 탄생의 부실한 기반을 방어하는 데 힘을 쏟았다. 둘째, 정권에 대한 반대파를 단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대선에서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 민주화 구호는 사라졌다. 마치 정권의 지상 과제처럼 보였던 이 두 줄기의 이슈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 임기 4년차 정권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파동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앞서 그는 윤석렬 검사 항명 사태로 붙은 불을 진화했다. 그는 채 전 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집요하게 추적했고, 그에게 부도덕한 인물이라는 상징의 올가미를 씌웠다. 독수독과인가. 정권 안위에 있어서 '독'과 같은 취급을 받은 전직 검찰총장의 국정원 수사는 '독과'로 여겨졌고 사실상 방치됐다. 이후 김 후보자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권의 소방수 역할을 해 충실히 했다. 흔들리는 정권을 다잡는 데 그의 기여도는 컸다.

한편으로 정권의 반대파에는 혹독했다. 김 후보자는 통합진보당 해체의 방아쇠를 당긴 인사다. 그는 이석기 전 의원을 수사해 기소했고, 검찰과 정권 입장에서 꽤나 성공적인 판결을 이끌어냈다.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대국민 담화를 읊은 황 총리는 법무부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체를 밀어붙였다. 김수남과 황교안, 현 정권의 두 총아는 정권에 반하는 논리를 퍼트리고 있는 정당을 아예 제거해버렸다.

평생 법전 속에 묻혀 살았던 그들은 정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을, 사상을 단죄의 대상으로 봤다. 정권의 정통성에 의문을 갖는 마음 자체를 제거 대상으로 여겼다. 급기야 아이들 교과서 문제에 손을 댔다. 발본색원, 문제의 근원을 수정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인 것 같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수정해야 보수 정권의 장기 집권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수많은 정치분석가들을 당혹케 하고 있는 이것은, 전략이 아니다. 사명감이고, 그 자체로 정언명령이다.

박근혜 정권이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고 규정했을 때, 그 근거는 매우 빈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치가 주는 환상을 이용했고, 급기야 교과서 수정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90%가 좌파인 역사학자들이 내놓은 교과서에 대해 "전체를 보면 기운이 온다"고 했다. 근대 국가가 쌓아온 행정 준거의 틀을 부인하고 있다. 그리고 교과서를, 역사학자를 '제거 대상'으로 설정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그들이 가장 잘 하는 일에 착수했다. 정치 이슈를 제기할 때마다 '불패 신화'를 써 왔던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는 것 같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YTN 화면 갈무리

박근혜의 사명감에 떼밀린 與 현역들, 목을 내놓다

"역사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마음까지 국정화하시겠습니까? 쉽지 않으실 겁니다."

각종 SNS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 방송인 김제동 씨가 1인 시위에 나서며 적은 문구다. 그렇다. 이번엔 기운이 좀 이상하다. 정치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영역은 없지만 정치 세력이 건드리기 꺼려하는 이슈들은 있다. 대표적인 게 교육 영역이다. 2010년 이명박 정권이 중간 선거에서 실패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도 사퇴했을 때 유권자의 마음을 좌지우지했던 것은 교육과 관련된 문제들이었다. 무상급식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에 참패를 안겨 줬다. 간신히 재선에 성공했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에 불복, 주민투표를 추진했다가 투표율 33.3%를 넘기지 못해 스스로 몰락했다. 이어진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야권에 서울시를 넘겨야 했다. 당시 무상급식을 반대한 여권의 주요 논리는 이념 잣대에 근거한 것이었다. 즉 '좌편향된 교사, 정치권이 그릇된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교육 이슈가 '사명'이라는 이름으로 종교적 성향을 띤 채 정권의 중점 사업이 돼 버렸다. 검정제하의 기존 교과서가 좌편향됐기 때문에 미래의 유권자인 아이들이 좌편향 될 수밖에 없다.따라서 교과서를 바꿔야 하고, 그 방식은 국정화여야 한다는 논리다. 정권은 직접 메스를 들이대 '마음 혁명'을 완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정권의 국정화 전쟁의 전선에 섰다.

그런데 민심이 심상치 않다. 특히 수도권 민심이 그렇다. 3일 <내일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국정화 논란으로 '여당 지지나 무당층에서 야당 지지로 바꿨다'는 응답자는 16.4%에 달했다. 반면 여당으로 바뀐 비율은 8.9%였다.

특히 서울·인천·경기 유권자들의 응답률은 평균을 상회한다. 서울 유권자 중 여당·무당층이 야당 지지로 바뀌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18.3%, 인천·경기에서는 18.0%였다. 정당 지지를 철회하고 무당층으로 옮겨간 유권자는 서울이 10.8%, 인천이 12.8%였다. 이 신문은 "이 추세대로라면 교과서 국정화 파문이 수도권 박빙 지역의 승부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보수층이 집결했다고 하지만, 중도층은 발길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뿐 아니다. 호남에서 외롭게 표밭을 갈고 있는 여권 후보들에게도 국정화는 잿물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투명하게 전 과정을 공개한다고 했다. 교육부의 행동 하나 하나는 생중계될 것이다. 그 때마다 수많은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수도권 현역 의원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내걸고 싸울 수 있을까? 정권의 사명에 매몰돼 이끌려 가고 있는 수도권 현역 의원들,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들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안중에는 그들이 없다. TK(대구·경북) 핵심 지지층을 공고화하는 게 목적인 것처럼 보이니까. 나머지는 말하자면 '콜레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 부수적 피해)다. 김무성 대표가 말하지 않았나. 선거 유불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목을 내놓고 국정화를 외치는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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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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