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재균형정책은 중국 봉쇄 전략이 아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지난 10월 29일 중견 지역언론인 모임인 세종포럼과 간담회를 갖고 미중 관계, 한국의 외교전략을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아시아태평양에서 부상하고 있는 강국이 여럿이라는 점"이라면서 "중국뿐 아니라, 언론에서 많이 보도되지 않는 거대국가인 인도네시아, 모디 총리가 이끌며 성장하고 있는 인도도 있다"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재균형의 일환으로서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언제나 첫 번째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그는 "그다음은 다자기구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런 일들을 모두 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중국만 중점을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중요한 국가이지만, 중국 이외에도 떠오르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며, 미국은 이들 국가 모두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모든 이웃국가가 함께 복잡하고 어려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미국이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에 대해 미국 정부가 불쾌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부인했다.
리퍼트 대사는 또 최근 미국 대선 과정에서 언급된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대해 "(미국 정권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군은 항상 한국에 있었다"며 철수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 특별조치협정(SMA)을 통해 몇 년 전에 협상을 타결했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다루면서 협상을 하고 양측 정부와 국민을 만족시키는 합의에 도달한다. 몇 년 뒤에 또 협상을 하게 될 것이고, 진지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리퍼트 대사는 미국과 일본의 밀월관계가 아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나라들 간에 좋은 관계를 원한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며 "일본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조약동맹국 중 하나다. 자유시장 민주국가이고, 미국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한미동맹 폭넓어져…한미양국과 삼성전자, 서아프리카 개발 협력도"
앞서 리퍼트 대사는 지난 10월 16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가진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미관계는 최상"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그는 △ 안보 문제에 있어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이 대북 전략에 있어 완벽히 일치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 경제적으로 한미 FTA가 양국경제관계의 근간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확대해 나가기로 한 점 △글로벌 외교 파트너십을 증대해 나가기로 한 점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리퍼트 대사는 특히 세 번째 이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한미관계가 성숙했고, 그 폭도 넓어졌으며, 미국과 한국은 전 세계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고 기꺼이 논의하고 있다"며 "한미관계가 핵비확산 및 안보사안, 이슬람 국가 등 전 세계적인 의미를 갖는 분야로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흥미로운 사안 중의 하나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에 관해 양국이 협력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한국과 미국이 삼성전자와 함께 가나의 지역보건정보관리시스템을 디지털화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리퍼트 대사는 남중국해 문제,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기술 이전 문제 등에 대해선 자신이 답변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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