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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고시 열풍'…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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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고시 열풍'…왜?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간부'가 되고 싶은 중국의 젊은이들

'간부'라는 말은 프랑스어 '까드르(cadre)'가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차용한 것으로 원래는 '골간(骨幹)' 부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국가기관과 공공단체 등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간부'라는 단어는 1922년 제2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당장(黨章, 당의 헌법)'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이후 그 의미는 중국공산당과 국가기관, 군대, 인민 조직, 과학, 문화, 기업 등에서 일정한 공직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로 확대된다. 그리고 1982년에 개최된 제12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당장'에서 '간부는 당 사업의 골간이며 인민의 공복'이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제시되면서 간부라는 용어가 정착된다.

'간부'가 곧 당이고 국가

우리가 중국의 간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간부들'이 중국의 당과 국가의 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추진하는 핵심세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처럼 당(중국공산당)이 국가와 사회 전 분야에 침투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곧 당과 국가의 역할이 되는 것이고, 각계각층의 국민들 또한 간부들의 행위를 당과 국가의 행위로 인식한다.

따라서 국민들의 눈에는 간부들의 혁신은 당과 국가의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고, 간부들의 부패는 당과 국가의 부패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중국 국민들에게 간부들은 당과 국가의 다양한 이미지로 투사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중국에서 당과 국가의 좋은 이미지는 간부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투영되어 나타나고 간부의 좋은 이미지는 당과 국가의 좋은 이미지 생성의 기초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에서 간부가 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국가고시라는 공무원 시험을 통해 국가공무원이 되는 길이 있고, 특별한 임용과정을 거쳐 간부 대열에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 선발을 위한 공개시험에 참가하든 추천이나 특별채용 과정을 거치든, 일단 당과 국가에서 관리하는 간부 대오에 진입하게 되면 단계별 성장과정을 거쳐 초급간부에서 고급간부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간부들이 승진이라는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승진의 단계는 올라갈수록 좁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2016년도 국가공무원 시험 참가 신청에 수십만 명이 몰려드는 실태를 보면, 승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간부가 되는 길을 찾는 젊은이들은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간부의 '좁은 길'에 인생 거는 중국 젊은이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간부로 성장하는 길은 매우 더디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대학 졸업 후 22세를 전후하여 '과원(科員)'으로 일선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청국급(廳局級)'의 '정직(正職)'에 오르는 데 평균 25년이 걸린다.

'청국급 정직'은 우리 식으로 이해하자면, 중앙부처 장관이나 차관 바로 밑에 해당하는 이른바 공무원의 꽃이라고 불리는 '기획실장'이나 '국장'에 해당하는 자리다.

이 '청국급 정직'을 통과해야 영도간부의 핵심이라는 '성부급(省部級, 한국의 장·차관)'에 오르게 된다. 중국은 단계별 간부의 성장이 매우 정형화되어 있고 단계별 성장에 기초하기 때문에 몇 단계를 뛰어 넘는 낙하산 승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통 일반 '과원'에서 '성부급 정직(省部級 正職)'에 오르기까지는 8단계의 승진 절차를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매우 지난한 과정이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3년에서 5년 정도 승진 연한을 채워야 하고 높이 올라갈수록 승진 연한은 길어지고 승진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피라미드형 인사 구조를 보인다.

최초 임용된 '과원'은 단계별 승진 절차에 따라 '부과(副科)', '정과(正科)', '부처(副處)', '정처(正處)', '부청(副廳)', '정청(正廳)', '부부(副部)', '정부(正部)'의 8단계를 거쳐 '국가급(國家級)' 간부로 성장한다. '국가급' 간부는 여타 단계별 성장과 달리 정형화된 틀에 부합하는 단계별 성장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급' 간부는 '정치'가 작동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급간부들은 대부분 '성부급' 간부에 오르는 것이 간부 성장의 최종 목표로 되어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단계별 성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간부들은 각 단계마다 규정되어 있는 승진 연한을 충족하지 못하면 단계별 성장에서 도태된다.

예를 들어, 35세를 전후하여 '정처급(正處級)'에 오르지 못하거나, 45세를 전후하여 '정청급(正廳級)'에 오르지 못하면 사실상 '성부급'이나 '국가급'으로의 승진은 불가능하다. 중국 재직 공무원 중 대략 60%는 '현(縣)'과 '향(鄕)'에 포진해 있고 이들은 사실상 당과 국가의 '조직적 배양'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승진이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보통 '과원'에서 '현처급(縣處級)'으로의 승진은 그 비율이 대략 5% 정도이고, '현처급'에서 '청국급(廳局級)'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1% 남짓이라고 한다. 이러한 간부 승진 적체로 인하여 기층 간부 가운데 30% 정도가 현직을 떠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간부'가 되기 위한 공무원 시험의 인기는 여전하다. 인사 적체, 단계별 승진의 지난함, 부패의 유혹 등 간부 사회를 둘러싼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공무원 시험(중국에서는 이를 국가고시로 부름)의 문을 두드리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좋은 직장, 좋은 지역을 선호하는 추세 역시 점점 심화되고 있다. 예컨대 중앙 부문과 대도시에 집중된 직장일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근무 여건이 좋고 안정된 곳으로 지원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국가고시 마감 이틀 전인 10월 24일,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人力资源社会保障部)의 경우 36명 모집에 이미 1만3000여 명이 지원하여 36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감찰부에서는 2명을 뽑는 자리에 700명이 넘게 지원하여 350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섰다. 중앙당사 연구실 역시 4명 모집에 1200여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중앙과 베이징으로의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인력자원사회보장부 사회보험관리센터의 경우 2명 모집에 2800여 명이 지원했고, 중국취업기술지원센터의 경우 1명 모집에 2600여 명이 지원했다.

고급 간부가 되는 길: 능력 vs. 관계

중국에서 간부는 당과 국가의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처우는 물론 사회적 평가 또한 좋은 편이다. 핵심 간부를 양성하기 위한 당과 국가의 노력도 매우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서 '좋은' 간부는 사실상 개인과 사회의 노력과 당과 국가의 조직적 양성을 통해 '길러지는' 존재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실험, 과감한 사회적 자원의 투입 등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간부'라는 존재는 과연 '능력'에 의해서만 성장하는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관계'와 '능력' 중에서 도대체 무엇이 간부 성장의 결정적 요인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초급 간부의 성장은 '능력'에 따른 성장이 두드러지고, '성부급' 이상의 간부들에게는 '능력'과 더불어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중국사회의 현실이다. '공무원' 시험에 구름같이 몰려드는 중국 젊은이들에게 오로지 '능력'에 따라 성장하고 '관계'를 뛰어 넘어 평가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간부 성장 환경은 아직 성숙되어 있지 못하다. 그래도 공무원 시험을 통과해 '간부'가 되는 길이 개인에게 많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국 젊은이들에게 '간부'가 되는 것은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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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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