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4대 종단(기독교·불교·원불교·천주교. 가나다순) 소속 종교인들이 처음으로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에 국정화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실천불교승가회, 원불교 사회개혁교무단, 기독교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22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헌법에 명기된 교육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 사회의 가치에 역행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며 "전면 철회할 것을 정부에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들 종교인들은 "정부는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민주 사회의 가치에 근거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단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는 것과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 변화는 장기적 안목과 사회적 논의를 통해 체계적이고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등 2가지 사항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 종교인들은 "1974년 유신 정권은 해방 이후 (그때껏) 검인정제였던 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국정화 체제로 전환시켰고, 이를 통해 학생들은 특정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누락된 역사 교과서로 공부하게 됐다"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과거 유신 시대로의 회귀라는 일각의 주장이 타당성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한 국가의 역사는 정치적 이해 타산의 대상이거나 정부 몇몇 당국자의 결정에 의해 졸속으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과거와 같이 국정 교과서 체계가 정권 미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돼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역사는 자유와 민주를 향한 과정이었다. 독립운동과 8.15 광복, 4.19와 5.18, 6월항쟁을 통한 직접(선거제) 민주주의의 정착 등 소수 권력이 아닌 다수 대중에 의한 역사적 변화를 우리 사회는 이뤄냈다"면서 "역사 교육은 바로 이런 우리 역사를 학생들이 자유롭게 체험·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교육은 백년지대계이고, 장기적 안목과 사회적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정책을 변화·발전시켜야 한다"며 "검인정 도입 6년 만에 또다시 국정화로 전환하려는 현 정부 교육정책에서는 어떤 가치관과 철학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현실정치 역학관계와 보수-진보라는 이분법적 대립이 한 국가의 근간이 되는 교육정책을 단번에 바꿔버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사회 통합 차원에서의 우려를 표했다.
실천불교승가회 상임대표인 퇴휴 스님은 회견문 낭독에 앞서 한 인사말에서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대해 "독재자들이 통치하는 나라에서나 생각해볼 만한 일"이라며 "독재자 발상이 아니라면 어찌 이런 일을 할 수 있나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퇴휴 스님은 "우리는 일본의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에 분노를 넘어 황당해하고 있는데, 이런 발상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 국정화 역사 교과서"라며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국민을 속이고 있지만 결국 이는 진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도 "의도를 가지고 역사를 편집해 가르친다는 것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불행인가"라면서, 정부·여당이 "교과서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있다고 선전하고, 그것도 전 언론을 통해 광고를 쏟아붓고 국민을 호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9일 <불교신문>에 따르면, 대한불교청년회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 불교계 청년단체들도 이날 공동 성명서를 통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은 권위주의적이고 획일화된 사회로의 회귀를 의미하며 국가의 본질적 권력 남용"이라며 "겉으로는 국민 통합을 내세우면서 실상은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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