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4개 시민단체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교과서 추진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의 역사 왜곡에 힘을 실어줄 우려가 있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아이들에게 건네지마! 위험한 교과서 오사카 모임', '아이들에게 '전쟁을 긍정하는 교과서'를 건네지 않는 시민 모임(아이치)'을 비롯해 우경화되고 왜곡된 과거사를 기술한 교과서에 대응해 반대 활동을 벌여 온 일본의 24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16일 '한국 중학교·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2001년 일본 최대의 우익단체인 일본회의와 아베 신조 자민당 국회의원들의 지원을 받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교과서를 발행했을 때, 한국에서 정부와 시민단체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그 때 '새역모' 등 우파는 '국정 교과서를 쓰는 한국이 검정 교과서를 쓰는 일본을 비판할 자격은 없다'며 정색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 시민단체들은 물론 한국에서의 지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한국이 국정 교과서인 것이 우파에게 대응의 구실을 제공한 것만은 사실이었다"며 "이번에 한국이 다시 국정화로 이행한다면 그들에게 다시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아베 정권은 검정제도와 채택제도를 개악함으로써 한없이 국정 교과서로 가까이 가고자 했다"며 "그러는 상황에서 한국이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은 아베 정권에게도 본격적인 국정화의 구실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아베 정권은 학교 현장에서 과거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지유샤(自由社)와 이쿠호샤(育鵬社)의 교과서를 채택시키게 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위원회를 압박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2001년 1%도 되지 않던 이쿠호샤 교과서의 점유율이 2011년에는 4%대로 진입했으며 올해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정 교과서 추진이 결국 권력의 폭주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들은 "과거 일본은 러-일 전쟁 직전인 1903년부터 1945년 패전까지 42년간 긴 시간에 걸쳐 국정 교과서를 사용했다. 그 결과 많은 일본인은 침략전쟁을 '성전'이라고 믿고, 아시아 사람들을 살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독재적인 정치를 추진하고자 하는 정권은 한 종류의 교과서밖에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가치관·역사인식을 강요하려고 한다"며 "그 결과는 전쟁 전의 일본이 보여준 것처럼 권력의 폭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어느 나라에도 반성해야 할 역사가 있다.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정부는 책임을 지고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 정부는 자신들의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것만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국 중심의 역사인식은 결국에는 애국심·내셔널리즘의 충돌을 초래하고, 더 나아가 군사적 충돌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 '당하면, 보복할 수밖에 없다'고 부추겨진 민중들은 타국 민중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정부의 명령에 따라 전쟁에 동원되어 죽고 죽이게 되는 것"이라며 국정화 방침의 신속한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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