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수요일 오후 3시. 수업 거부를 시작한 지 30일째 되는 날. 학생회관으로 사용되는 민주관 3층 대강당에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교수와 직원들도 함께 모였다. 300~400석의 1층과 2층 좌석은 순식간에 다 차버렸고 자리를 잡지 못한 학생들은 계단과 복도와 입구를 빼곡히 메웠다. 장사진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그리고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밤 9시. 장장 6시간에 걸친 뜨거웠던 토론회가 끝났다. 쉬지도 않고 밥을 먹지도 않고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한 편의 긴 영화를 본 것처럼 긴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참석자들이 입구와 계단으로 몰려나오면서 서로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이며 격려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되었다.
지정 토론자로 참석했던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그리고 청중석에서 격정적으로 질문을 쏟아냈던 윤명식 전 총학생회장은 연단 위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들을 둘러싼 다른 학생들의 눈시울도 덩달아 붉어졌다. 누가 이들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것일까?
여섯 시간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은 수백 명의 학생
이 토론회를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느낌부터 말하는 것이 좋겠다. 우선, 수백 명의 학생이 토론회 장에서 여섯 시간 거의 미동조차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25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내가 처음 본 광경이었다. 통상 수업을 할 경우 두 시간을 넘어서면 지루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런데 수업도 아니고 출석도 부르지 않는 이 자리에서 수백 명의 학생이 이 광경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응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너무 신기한 일이다.
다음으로, 교수와 직원 몇 사람이 질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토론을 학생들이 주도했다. 학생들은 서로 발언하겠다고 손을 높이 들었고 여기저기서 발언을 신청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질문하는 학생들이 학교 상황을 매우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수가 들어도 놀랄 만큼 질문을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별히 빼어난 말솜씨로 아주 재치있게 질문한 도드라진 학생들도 있었지만 평균적으로 질문을 너무 잘했다. 나는 교수로서 이렇게 당당하게 질문을 잘하는 학생들을 예전에 미처 본 적이 없다.
반면,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해야 할 위치에 있었던 부총장과 교무처장은 질문의 핵심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핵심을 비켜가는 답변을 하거나 현문우답을 하거나 자기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품위를 갖추어 점잖게 항의했다. 아마도 다른 자리에서는 대학 본부의 보직이라는 이유로 혹은 교수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군림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서는 한없이 초라한 모습이었다.
나는 이 토론회를 보면서 이것은 단순한 토론회가 아니라 대학에서 대학 운영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거대한 실험장이라는 생각을 했다. 대학의 운영 주체들이 대학 문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살아 있는 대학 공동체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이 자리에서는 교수와 학생의 차이, 본부와 구성원의 차이, 교수와 학생과 직원의 차이가 사라지고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주체인 하나의 완전한 수평적 공동체가 실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가 이렇게 작동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토론회의 경위는 이렇다. 수업 거부가 3주차로 접어들던 어느 날, 몇 명의 교수와 학생들이 장기화되는 학내 사태의 해결에 접근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학내 토론회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되었다. 마침 직원노조도 천막 농성에 돌입한 상황이었으므로 교수, 학생, 노조가 대학 본부와 함께 학내 토론회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고 구성원 단체들이 공동으로 대학 본부에 토론회를 제안하자고 했다.
그러나 결과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 전에 이미 학내 토론회를 제안했다가 대학 본부로부터 거절당하고 구성원 단체들만 조촐하게 토론회를 했던 경험이 있고 교수들이 전체 교수 회의를 제안했지만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진행으로 파행되었던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므로 대학 본부가 가볍게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제안서를 작성하여 대학 본부에 제출했다.
구성원 단체의 제안에 대해 대학 본부가 대답을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그 사이에 결정권자인 이현규 총장직무대행은 갑자기 사퇴해버렸다. 총장이 공석이니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대학 본부가 응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해서 구성원들만 참석하는 토론회로 할지 고민하면서 국회로 갔다. 상지대 문제가 국정 감사 청문회에서 다뤄지게 되어 있었고 김문기가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국정 감사는 파행되었고 김문기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국정 감사가 파행을 거듭하던 10월 8일 목요일 오후. 일과 시간이 끝난 6시 12분에 단과대 학생회장들 앞으로 예고없이 학생처장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다음 주 월요일 오후 1시 20분에 체육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공지 문자였다. 무슨 업무를 이렇게 할까 의아했다. 토론회는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노동조합의 공동명의로 교수협의회가 공문으로 요청한 것이다. 구성원 대토론회를 하려면 일정한 절차가 필요한 만큼 사전 협의도 있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가타부타 말없이 개최 문자만 날렸다.
다음 날이 한글날이어서 공휴일이고 그다음부터는 주말이므로 따로 의논할 시간이 없었다. 구성원 대표들이 주말을 이용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일요일에 총학생회에서 중앙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토론회를 수용하기로 하되 시간과 장소를 변경하고 진행 방식을 사전에 대학 본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10월 12일 월요일 오전에 구성원 대표들이 조재용 부총장을 만나 시간과 장소 변경을 요구했다. 수요일 오후 3시에 민주관 대강당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몇 차례 실무 협의를 거쳐 진행 방식을 정했다. 대학 본부가 발표와 토론을 맞아서 진행하고 대학 본부 3명, 교수협의회 2명, 노동조합 2명, 총학생회 3명이 지정 토론자로 참석하기로 했다. 시작 시간은 오후 3시로 하되 끝나는 시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일종의 끝장 토론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월요일 오후와 화요일에 토론회 준비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토론회
토론회 당일 오후 3시에 행사장으로 갔다. 학생들이 매우 많이 참석하여 장내 정리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대강당이 좁지는 않았지만 참석자들이 무척 많아 계단이든 입구든 모든 빈 공간에 학생들이 편안하게 앉도록 조치했다. 드디어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먼저 처리해야 할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조재용 부총장, 조윤애 교무처장, 이상석 기획처장이 본부 측 발표자 겸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토론자인 조재용 부총장이 사회를 맡겠다고 주장해서 논란이 일었다. 더구나 조재용 부총장은 전날 총장직무대행으로 선임된 상태였다. 질문에 답해야 할 위치에 있는 패널이자 총장직무대행이 사회를 보는 것은 적당하지 않으므로 현장에 참석한 다른 교수로 대체하자고 주장했다. 논란 끝에 결국 이상석 기획처장이 사회를 보기로 했다. 단상의 발표 및 토론 시간을 줄이고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자고 하여 어렵지 않게 합의되었다. 장황한 질문과 답변을 막기 위하여 질문과 답변 시간은 각 3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발표는 조윤애 교무처장이 했다. 그러나 기획처장에 임명된 지 얼마 안 되어 대학 구조 개혁 평가에 직접 관여하지도 않았고 전날 교무처장으로 보직을 바꿨는데 충실한 발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발표 내용은 대학 구조 개혁 평가에 한정되었다. 학생들이 토론 의제로 요구한 5대 요구 사항 중에서 이사회 사퇴, 보직 사퇴, 대학 평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징계 철회 등 학내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결국 학내 현안은 구성원 단체 대표로 참석한 토론자들에 의해 개진되었다.
교수협의회 대표로 참석한 방정균 교수는 대학 구조 개혁 평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상지대가 부실대학에 선정된 대학 본부의 책임을 질타했다. 노동조합 대표로 참석한 이관섭 지부장은 직원 징계 문제와 대학 행정의 난맥상을 지적하면서 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총학생회 대표로 참석한 전종완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학교의 총학생회 불인정과 부당한 학생 징계에 강하게 항의했다. 토론회의 진행 기조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발표와 패널 토론에 이어서 참석한 교수, 학생, 직원들의 질문과 이에 대한 본부의 답변 시간으로 넘어갔다. 처음에는 대학 본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 개혁 평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교수와 직원들도 간간이 질문을 했다. 그러나 이내 토론회는 학생들이 주도하였고 질문의 주제도 학내 모든 현안으로 확대되었다. 질문과 답변에 박수가 쏟아지기도 하고 야유나 항의성 고함이 나오기도 했지만 진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긴 토론회에 활력소 역할을 했다.
발표와 지정 토론이 끝난 후 네 시간 넘게 오간 그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모두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생략하는 것이 좋겠다. 다만 이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말할 수 있다. 참을성 없는 젊은 학생들이 자리를 뜨는 일도 많지 않았다. 학교 사태가 위중하니 학생들이 의무감 때문에 끝까지 자리를 지켰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흥미진진한 토론 풍경이 학생들을 붙잡았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질문하는 학생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치있게 질문을 하니 다음에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자못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조재용 부총장이 소속된 제약공학과 학생 두 명이 부총장을 비판하는 기조의 질문을 할 때는 분위기가 사뭇 진지해졌다. 소속 학과의 학생이 이렇게 질문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지만 학생들은 당당한 자세로 자연스럽게 질문했다. 학보사를 맡고 있는 전우재 편집장이 학보사에 대한 언론 탄압 사례를 밝히면서 중지를 요구했다. 부총장은 그 당시 김문기가 발행인이었는데 발행인을 비판하는 기사를 어떻게 게재할 수 있느냐고 답변했다. 그것이 말이 되느냐고 재차 항의성 질문을 했더니 그렇다면 발행인 없이 발간하면 어떻겠냐고 동문서답했다. 교지를 맡고 있는 김누리 교지편집위원장이 비유를 들어 대학 본부를 비판할 때는 후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태 해결 의지가 없는 대학 본부 보직자들
그러나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지만 대학 본부의 발표와 토론 과정의 답변은 학내 사태의 위중함을 조금도 반영하지 못했다. 대학 본부 보직들이 학교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학생들의 질문이 정곡을 찌르거나 부총장을 비판하는 수위에 이르자 답변해야 할 부총장이 팔짱을 낀 채 화난 표정으로 답변을 거부하는 진풍경도 속출되었다.
구성원 단체가 제안한 토론회를 대학 본부에서 받을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5주차에 접어든 학생들의 수업 거부를 중단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고, 이것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 이유가 조재용 부총장의 입에서 나왔다. 수업 거부를 포함한 모든 학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토론자들과 학생들이 제기한 수많은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기피한 채 협의체만 구성하자는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도 못했다.
토론회가 중반쯤 접어들었을 때 조재용 부총장이 사회를 보는 이상석 기획처장에게 쪽지를 보냈다. 그 장면이 총학생회장에게 목격되어 결국 공개했는데 시간을 너무 끌지 말고 토론회를 정리하자는 내용이었다. 모든 참석자가 항의하여 시간 제한 없이 토론회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학 본부가 학생들의 요구 사항이나 질문에 만족할 만한 답변을 주지 않고 계속 변죽을 울리며 시간이 흘러가자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미 시간은 8시를 넘어섰다.
더 이상의 진행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방정균 교수가 마무리 토론을 제안했다. 사회자가 각 구성원 대표들의 마무리 토론에 이어 마지막으로 대학 본부가 학생들의 5대 요구 사항에 대한 답변을 하는 식으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즉석에서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서 대학 본부가 5대 요구 사항에 대해서 답변을 한 후에 구성원 대표들이 마무리 토론을 하기로 했고, 방정균 교수가 구성원 단체들의 뜻을 모아 토론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조재용 부총장은 학생들의 요구 사항 중에서 대학 구조 개혁 평가 진상 조사위원회 구성, 본부 보직 총사퇴, 징계 철회 등 대학 본부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고 협의체 구성만 요구했다. 반면, 이사회 사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답한 셈이다. 결국 여섯 시간의 토론을 통해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지만 대학 본부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방정균 교수가 마지막 토론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상태에서 전종완 총학생회장이 예정에 없이 발언을 신청했다. 총학생회장은 조재용 부총장을 응시하면서 천천히 발언을 시작했다. 교수로서, 선생님으로서, 교육자로서, 부총장으로서 이렇게 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취지의 말을 차분하게 이어나갔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말을 이어가던 총학생회장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더 이상 말을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노조 지부장이 그 공백을 이어 본부 보직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방정균 교수가 마무리 발언을 했다. 이사회는 물론 본부 보직들은 지금의 학내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진단했다. 즉시 대학 구조 개혁 평가 진상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달부터 시작될 교육부의 컨설팅에 대비하기 위한 컨설팅 대책팀도 구성하여 내일부터 즉시 가동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는 대학 본부도 참여해야 하지만 현재의 보직은 참여할 수 없다고 정리했다. 그러므로 보직이 교체될 때까지 본부의 자리는 비워두기로 했다. 보직 사퇴를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천명한 것이다.
상지대 주인은 김문기가 아닌 학생들
이렇게 장장 여섯 시간의 구성원 대토론회가 끝이 났다. 토론회를 통해서 구성원과 대학 본부 사이에서 어떤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고 어떤 의견 접근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의미한 토론회, 실패한 토론회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 반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토론회는 대학의 구성원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그 구성원들이 스스로가 진정한 구성원임을 자각하고 주체적인 구성원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었다. 이 토론회는 김문기가 상지대의 주인이 아니라 수백 수천 명의 학생이 상지대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소중한 자리였다. 교수의 시각에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젊은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이자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빠르게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자리는 어떤 수업, 어떤 강의보다도 소중한 자리였다. 이보다 더한 교육이 어디 있단 말인가!
대비되는 장면. 토론회가 끝나자 학생과 교수, 직원들이 단상으로 몰려갔다. 서로 끌어안고 얼싸안고 위로하고 격려했다. 울고 있는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전 총학생회장을 위로했다. 단상 아래서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나가는 보직 교수들을 둘러싸고 원망어린 눈초리로 말을 주고받았다. 반면 학교 측이거나 학교에서 동원한 극히 일부의 보직 교수와 직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 없이 있다가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났다. 지난 1년간 구성원들을 괴롭히고 천막을 훼손하는 데 앞장섰던 보안대 등 직원들도 더러 참석했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있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토론회 후기. 토론회가 진행되던 그 시간 방정균, 공제욱, 박병섭, 우영균 등 교수 네 명의 파면 및 정직 1개월에 대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2차 심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4명 교수에 대한 징계 취소 결정을 다음 날 오전 소청위로부터 받았다. 이 소청심사는 9월 23일에 결정될 예정이었는데 조재용 부총장 등이 소청심사에 참석하여 서류 제출을 이유로 기일연기를 고집하여 2주 이상 연기된 것이지만 예상대로 대상자 4명 전원 징계가 취소되었다.
교수 4명의 징계 취소를 오전에 확인하고 이어서 오후에는 서울행정법원 선고에서 정대화에 대한 교원소청위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 3월 11일 소청위에서 정대화에 대한 파면을 취소하는 대신 정직 1개월로 감경하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하여 김문기(2015구합5078)와 정대화(2015구합65377)가 모두 행정 소송을 제기했는데 김문기는 패하고 정대화가 승소한 것이다. 그 전에 직원들의 해임 징계도 노동위원회에서 모두 취소되었으므로 구성원에 대한 김문기의 부당 징계 시도가 모두 실패로 끝난 셈이다.
상지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는 상지대 구성원 대토론회가 끝난 직후 토론에 대한 논평과 결정 사항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여 발표했다.
상지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 논평상지대 구성원(대학본부, 교수, 직원, 학생) 대토론회가 2015년 10월 14일(목)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6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상지대학교 교수협의회, 직원노동조합, 총학생회 대표들이 구성원 패널로 참석하였다.구성원 단체 대표들은 상지대학교 총학생회가 수업 거부에 돌입하며 요구한 <5대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였다. <5대 요구안>은 △총장 이하 본부 보직 총사퇴 △구성원이 참여하는 대학구조 개혁평가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구성원 부당 징계 즉각 철회 △상지학원 이사 전원 사퇴 △교육부 재감사 및 임시이사파견 등이다.이사회 및 교육부의 조치가 필요한 요구안 외에 대학 본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였으나, 대학 본부 대표로 참석한 조재용 총장 직무대리와 조윤애 교무처장은 총학생회의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아울러 구성원 단체 대표들은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및 구성원 징계와 관련하여 구성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대학 본부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사과를 거부하였다.결국, 6시간의 토론회를 통해서 확인한 것은 대학 본부의 무능과 무책임함, 그리고 비도덕성뿐이었다. 이에 구성원 단체들은 토론회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아래 사항을 결의하고 추진하기로 하였다.<결의 사항>1. 대학구조개혁평가 및 구성원 징계와 관련하여 그 관련자들은 10월 19일(月)까지 사과문을 교내 게시판에 게시하여야 한다.2. 교수협의회(2명), 직원노조(2명), 총학생회(2명)가 참여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 진상조사위원회, 컨설팅 준비위원회를 결성하여 10월 15일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다만, 대학본부(3명)는 현 보직에 대한 불신임을 토론회에서 천명하였으므로 구성원이 동의할 수 있는 보직이 구성된 후 참여하는 것으로 한다.3. 현 사태를 야기한 총장 이하 보직들은 이 시간 이후로 즉각 전원 사퇴하여야 한다. 구성원들은 더 이상 현 보직들을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4. 총장 이하 보직의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이사회도 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여야 한다.2015년 10월 15일상지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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