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인은 지난 18일 밤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 정부 내각 및 대통령실 합동워크숍' 첫째 날 행사를 마친 뒤 가진 간략한 뒤풀이 자리에서 "인수위는 역대 어느 정부(의 인수위)보다 일을 많이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19일 전했다.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 한반도 대운하 사업 등 정책을 둘러싼 논란뿐만 아니라 '숭례문 복원 국민성금' 논란, 최근 인수위 관계자들의 '향응접대' 파문 등 연이은 구설수 속에서 이 당선인 자신과 인수위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 2005년 당시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는데 국민은 아직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있다"고 해 '국민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것과 뉘앙스가 겹친다는 지적이다.
"짧은 기간 내에 성과를 내려면…"
이 당선인은 국무위원 내정자들을 제외하고 청와대 수석들만이 참석했던 지난 16일 워크숍에서도 "잘 만들어진 정책을 펴는데 비판이 있다고 주춤하면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다"며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펴다보면 국민의 이해를 받지 못할 때도 있지만 주춤거릴 필요는 없다"고 했었다.
이 당선인이 18일부터 1박2일 동안 열린 워크숍 내내 강조한 대목도 '강력한 정책추진'에 대한 의지였다. 그는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려면 힘들게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성과에 대한 집착을 엿보이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요즘처럼 세계적 경제위기가 닥쳐오는 속에서는 어떻게 하면 금년의 목표를 달성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것인지에 대한 '내셔널 아젠다'는 너나 할 것 없이 밤을 새워 토론하고 결론을 내야 한다"면서 "그런 다음에는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한 정치권의 협상이 끝내 결렬돼 변경될 부처의 장관이 아닌 국무위원의 자격으로 워크숍에 참석한 국무위원 내정자들을 향해선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엄청난 기대에 부응하려면 한 시간도 소홀히 할 수 없어 부득불 현행법에 의해 (내각명단을 발표하고 워크숍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도 이 당선인은 "1년의 목표를 세우고 월별 단위당 목표를 세워야 한다"면서 "'다음 달 초에', '이번 달 중순까지' 이런 말을 많이 쓰는데 앞서가는 사람들은 아날로그 시대에도 이런 말을 쓰지 않았다"고 다그쳤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와서 무슨 월초, 주말, 내달 초 이런 용어는 맞지 않는다"면서 "하루도 오전이냐, 오후냐의 단위로 세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노숙자들도 청계천에선 안 눕는다…그런 게 바로 변화"
이날 워크숍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공직사회 등 모든 분야가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청계천 효과'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당선인은 "여름에 청계천 다리 밑이 가장 시원하다. 화재가 난 남대문 지역하고 청계천하고 온도가 3~4도 차이가 난다"면서 "그런데 노숙자들도 여기에 누워 있으면 안 되는 것으로 알더라"고 말했다.
또 이 당선인은 "청계천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 뭘 어떻게 하라고 시민들에게 요구하는 팻말 하나 없지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없고, 밖에서 날아오는 쓰레기도 서로 줍더라"면서 "환경의 변화가 얼마나 우리 생활의 정서나 생활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니까 우리 사회와 환경을 국가가 어떻게 바꾸느냐, 공직사회를 어떻게 바꾸느냐, 자연을 어떻게 바꾸느냐 하는 것들이 국민의 생활양식과 정서를 바꾼다는 것"이라면서 "공직사회도 이렇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인 제가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여러분이 그런 환경으로 바꿔주면 그게 파급이 된다"면서 "그런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운동장 거꾸로 뛰는 게 '서민과 약자에 대한 배려'?
한편 이 당선인은 지난 1차 워크숍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오전 7시부터 50여 분 동안 워크숍 참석자 전원과 함께 조깅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대운동장 15바퀴, 총 5㎞가량의 거리를 이 당선인과 함께 뛰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특히 이날엔 7바퀴를 돈 이명박 당선인이 방향을 바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 것을 제안했다"면서 "뒤처진 사람에 대한 배려였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서민과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성장'이라는 당선인의 평소 철학대로였다"는 '독특한' 해석과 함께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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